영변 원자로 시설 거의 고철 수준
2008.02.20
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닷새간의 북한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헤커 전 미국 로스알라모스 핵연구소 소장이 이끄는 미 방문단이 20일 공개한 북한 영변 핵시설들은 거의 고철과도 같은 모습입니다.
이번에 공개된 사진은 영변 5메가와트 원자로 내부의 권양기를 비롯해 원자로 냉각탑과 핵재처리 공장, 그리고 핵연료 제조공장 등 17장에 이릅니다. 사진 속에 나타난 핵시설들은 하나같이 고철더미나 다름없을 정도로 상당히 낡은데다, 핵시설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구식입니다.
우선 5메가와트 핵시설내의 녹슨 권양기는 콩크리트 기반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고, 한 가운데는 쇠철사가 감겨있습니다. 바로 이 권양기를 통해 핵연료 뿐만 아니라 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 장비를 운반했다는 것이 헤커 박사의 설명입니다.
불능화 작업이 끝난 것으로 알려진 냉각탑은 콘크리트 구조만 드러낸채 덩그러니 서 있습니다. 냉각탑 앞에는 여기저기 파헤친 흙도 눈에 띱니다. 냉각 장치와 증발 장치 등은 모두 제거돼 냉각탑 내부는 텅 비어 있습니다.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던 공장내부의 모습도 핵시설이라곤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낙후돼 있습니다. 고방사능 물질 처리용 차폐실을 일컫는 핫셀(hot cell)을 들여다보면, 사용후 핵연료를 운반하던 2대의 기중기가 있던 곳에는 지저분한 콘크리트 바닥에 고철과 전선줄이 어지럽게 널려 있습니다. 또 핫셀 차단벽 장치가 있던 곳엔 녹이 잔뜩 슨 쇳덩이가 흉물스런 모습을 내밀고 있습니다.
핵연료 제조공장 사진들을 보면 흑연 감속로에 사용되던 단열 벽돌과 모래 더미도 눈에 띄는데 이것들은 방사능 물질로 분류돼 폐기 처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핵연료봉 주물 시설 역시 녹이 잔뜩 슨 채 폐기된 모습입니다. 농축 우라늄을 만드는 선반이 제거된 낡은 기계실엔 콩크리트 바닥 곳곳에 선반을 제거한 흔적이 보입니다.
또 핵연료 제조공장에서 수거한 3산화 우라늄을 담은 낡은 푸대 봉지가 보관된 곳은 담벼락이 하도 낡아서 저런 곳에 위험물질을 보관해도 과연 괜챦을지 하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현재 이곳은 국제원자력기구가 설치한 감시 카메라의 통제를 받고 있습니다.
헤커 박사에 따르면, 영변 원자로에서 나온 8천개의 사용후 핵연료봉 가운데 지금까지 1,440개가 제거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들어 북한이 불능화 작업을 늦추는 바람에 종전의 하루 80개에서 지금은 고작 30개 정도가 제거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