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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발사체? 미사일? 한국 정부가 '미사일' 규정을 머뭇거렸던 까닭은 본문

수소핵폭탄(핵탄두) 실험과 KN-08

북한: 발사체? 미사일? 한국 정부가 '미사일' 규정을 머뭇거렸던 까닭은

CIA Bear 허관(許灌) 2019. 10. 2. 17:18


북한이 1년 5개월 만에 발사한 '미사일'의 정체에 대해 논란이 있다. 특히 한국 정부가 미사일로 규정하는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데 논란이 일었다.

북한이 발사한 것이 미사일이나 아니냐가 갖는 정치적 함의가 크기 때문이었다.

지난 4일 북한이 무엇인가를 동해를 향해 발사했을 때 한국군의 합동참모본부는 이를 '미사일'이라고 발표했다가 이후 '발사체'로 정정했다.

이후 군은 발사체의 정체에 대해 분석 중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튿날 북한의 관영매체가 당시 발사한 무기의 사진을 공개했다. 장거리 방사포와 북한이 신형 전술유도무기라 일컫는 것이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 전술유도무기가 러시아의 SS-26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을 복제 개발한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발사 이후에도 계속된 논란

'발사체' 논란은 그 이후에도 계속됐다. 한국의 정부와 군 당국이 북한의 사진 공개 이후에도 발사체가 미사일이라는 사실을 확인하지 않았다.

이미 북한이 '유도무기'라고 발표했기 때문에 미사일과 다름없지 않으냐는 질문에 합참 관계자는 즉답을 피하고 추후 확인 후 답을 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틀 후인 9일에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미국 국방부 장관대행은 이미 4일에 문제의 발사체가 미사일이라는 보고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국방부는 "현재 한미 정보당국에서 분석 중"이라는 것 외에 추가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한국 정부는 9일 오후 북한이 또다시 '발사체'를 발사한 후에서야 '단거리 미사일'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오늘은 북한이 평안북도 지역에서 육지를 넘어서 동해안까지 발사했기 때문에 두 발 중 하나는 사거리가 400킬로미터를 넘습니다. 일단 단거리 미사일로 한-미 양국이 함께 추정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KBS와 가진 대담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튿날 북한이 사진을 공개하자 전문가들은 9일 북한이 발사한 무기가 4일 발사한 것과 동일한 탄도미사일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방사포는 로켓으로 구분된다


발사체와 로켓, 미사일의 차이는 무엇인가?

'발사체(projectile)'란 말그대로 발사된 모든 물체를 통틀어 이르는 것이다. 돌멩이부터 총알, 수류탄, 로켓, 미사일 등 모든 것을 통칭한다.

그렇다면 로켓과 미사일은 어떻게 구분할까? 둘 다 자체적으로 추진 능력을 갖고 있지만 로켓과 달리 미사일은 유도 능력을 갖고 있다.

로켓은 어딘가를 겨냥하고 발사한 이후에는 통제가 되지 않는다. 발사 직전까지 조준을 잘했다면 목표물을 타격할 것이다.

반면 미사일은 목표물을 향해 자신이 날아가는 각도 등을 꾸준히 보정한다. 발사대에서 이를 보정하기도 하고 탄두에 내장된 레이더를 통해 스스로 보정하기도 한다.

4일 북한이 발사한 방사포는 로켓에 해당한다. 전술'유도무기'는 미사일에 해당한다.

발사체, 단거리/장거리 미사일이 갖는 정치적 함의

문제의 발사체가 탄도미사일인지, 그리고 단거리 미사일인지 장거리 미사일인지는 단지 기술적인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결과에 따라 남북관계는 물론 북미관계 등에도 큰 정치적 후폭풍을 가져올 수 있다.

방사포와 같은 로켓의 경우 각각의 발사체가 갖고 있는 파괴력은 제한적이다.

때문에 북한의 경우 과거 장사정포들을 대량으로 휴전선 인근에 배치시켜 유사시 물량 공세를 펼치는 전략을 취했다.

탄도미사일이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미국의 정보당국은 북한이 핵탄두를 미사일에 장착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단 한 발로도 엄청난 피해를 주는 게 가능하다. 미국이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에 유독 민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북한이 미국 본토에 닿을 수 있는 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하면 전체적인 군사력에서 북한을 압도하더라도 유사시 회복이 불가능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북한은 이미 몇 차례의 발사 시험으로 미 본토에 닿을 수 있는 수준의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실전에 사용이 가능할 수준에는 아직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북한이 발사 시험을 계속해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면 실전용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배치하는 것도 가능하다.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레드라인'으로 규정해왔으며 아직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깨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남쪽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또한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는 북한의 추가 미사일 발사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실시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과 지난 4일 발사를 '도발'로 간주한 데 대한 불만의 표시라고 진단했다.

정 박사는 "북한은 또한 이번 단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통해 향후 남북 및 북미 대화에서 그들이 위협으로 느끼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중단을 이끌어내고 향후 안보, 특히 대북 안전보장 문제 이슈를 쟁점화하려는 전략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만약 "북한이 이같은 계산법을 가지고 있다면 앞으로도 당분간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9일 대담에서 4일과 9일의 미사일 발사 행위가 '훈련 발사'로서 남북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은 아니라 본다고 말했다.[BBC 뉴스 코리아]



폼페이오: '북한 발사체 미사일로 규정하는 순간 대화 모멘텀 깨져'

미국의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은 현지시간 5일 북한이 쏜 발사체는 중장거리 미사일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아닌 '단거리 발사체'라고 밝혔다.

이어 핵미사일 동결은 미국을 확실히 위협하는 ICBM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북한이 선을 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미국이 북한의 발사체를 '미사일'로 규정하는데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상황.


한국의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한의 이번 발사체를 '미사일'로 규정하는 순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 실패를 인정하게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대화의 판이 깨지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 있는 만큼 상황을 조절하는 것이란 설명이다.

아산정책연구원 최강 부원장은 "미사일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치적이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자랑하는 게 북한의 미사일 실험 중단인데 미사일을 쐈다? 그럼 정책 실패를 인정해야 하고 그러는 순간 다른 형태의 대북 압박을 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는 거죠. 그렇게 되면 대화의 모멘텀이 깨질 것이고 긴장이 고조되는 국면으로 갈 테니까 일단 상황 관리를 위해서라도 미사일이라고 확정 안하는 거라고 봐요."

한동대학교 박원곤 교수는 "탄도미사일 도발은 원칙적으로 북한이 약속을 위반한 것"이라며 "미국 내에서 이미 대화 무용론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재빨리 움직인 것 역시 비판에 대한 방어 차원이라는 이야기다.

"싱가포르와 하노이 두 번의 북미 정상 간 만남에도 아무것도 이뤄진 게 없고 북한이 약속을 어겼는데 계속해서 북한과 대화할 필요성이 있겠느냐, 대화 무용론이 벌써 나오는 상황이고 그래서 폼페이오 장관이 주말에 방송국 세 군데를 돌면서 인터뷰 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을 일단 이야기한 거죠. 여기서 밀리기 시작하면, 탄도미사일이 확실하고 새로운 무기체계도 확실해 보이는데 이것을 빨리 인정해버리면 미국 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오준 전 유엔대사는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통해 자신들의 불만을 표현했다며 미국은 이런 북한을 최대한 어르고 달래 대화로 해결하려 한다고 해석했다.

다만 미국의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고 시간도 북한 편이 아니라고 오 전 대사는 지적했다.

"북한도 그 정도 도발에서 이제는 대화로 나와야겠죠. 미국의 인내심이 계속되는 건 아니니까요. 하노이에서도 봤듯이 북한은 제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필요성이 점점 더 급박해 지니까 대화의 장으로 다시 나올 가능성이 있는 거죠."


한편 전문가들은 오는 9일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에도 불구하고 고착된 북미 관계가 나아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강 부원장은 한미 간 내부적으로 북한의 도발 의도와 향후 대북정책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은 무엇보다 북한의 이같은 저강도 도발에 대한 대응을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일연구원 박형중 선임연구위원은 비건 대표의 방한 목적 중 하나는 한미간 협력 강화라며 결과적으로 이번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비건 대표를 도와준 모양새가 됐다고 평가했다.

"비록 탄도미사일로 규정하지 않더라도 북한의 도발 자체가 한국을 위협하는 실험이었다는 점에서 향후 남북간 독자적인 교류나 협력이 진행되기는 일단 어려운 상황이 된 거죠."

미국 국무부는 현지시간 3일 북한 비핵화 논의를 위해 비건 특별대표가 오는 9~10일 한국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BBC 뉴스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