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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 몽골 대표 단독회견 본문
‘몽매한 야만인’이라는 의미의 ‘몽고’는 이제 옛말에 불과합니다. ‘용감한’이란 뜻의 ‘몽골’은 이제 긴 잠에서 깨어나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자신들의 지도자를 뽑고 서구의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는 등 개혁, 개방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공산 체제를 버리고 자유 민주주의 체제로 돌아선 몽골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짚어보는 ‘몽골을 본다,’ 오늘 이 시간에는 세계은행의 아르샤드 사이예드 몽골 주재 대표와 함께 몽골의 시장경제 전환을 진단해보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장명화: 우선 몽골이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세계은행은 어떤 역할을 했습니까?
아르샤드 사이예드: 세계은행은 체제전환 초기 단계에서는 주요 공공 서비스와 주요 산업의 붕괴를 막기 위해 몽골 정부의 정책과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1992년 겨울에 몽골 내 유일한 발전소가 고장이 나버렸습니다. 몽골주민들은 겨울철 난방을 이 발전소에 의존하는 상황인데 말예요. 몽골의 겨울은 몹시 춥습니다. 영하 30도 이하로 내려갑니다. 난리가 났죠. 정부가 당장 급한 불을 꺼야 했는데, 저희는 소방수 역할을 했죠. 러시아가 건설한 발전소를 수리해야 하기에, 부랴부랴 러시아제 부품을 구입하고, 러시아 기술자를 불러들이는 일을 맡았습니다.
장명화: 세계은행이 그런 일까지 했다니 흥미롭군요.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본연의 역할을 찾았겠죠?
아르샤드 사이예드: 네, 그렇습니다. 몽골 정부는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한 이래 지속적으로 국영기업의 사유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중점적으로 도왔습니다. 시장경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정책이 사유화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국영은행의 민영화를 통해 몽골의 금융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강력히 추진하도록 지원했습니다. 이런 공공부문과 더불어 민간부문에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도시화와 함께 환경오염, 빈부격차의 심화, 그리고 광산개발과 이와 관련한 투명한 진행 등에 초점을 옮기고 있습니다.
장명화: 몽골은 체제 전환의 성공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 비결이 무엇입니까?
아르샤드 사이예드: 세 가지 주요 요인을 들 수 있습니다. 첫째, 몽골은 대외지향적인 경제 개방정책과 변동환율제를 지속했습니다. 둘째, 몽골은 다른 체제전환국과 달리 고도로 산업화되지 않았습니다. 동유럽을 포함한 다른 체제전환국의 산업은 개혁의 바람이 불면서 큰 타격을 받았거든요. 셋째, 몽골은 다른 체제전환국의 강도 높은 사회적, 정치적 불안을 겪지 않았습니다. 이들 국가들과 비교해 큰 내부적 저항 없이 평화적으로 체제전환을 이룩한 점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굳이 여기에 하나 덧붙여 본다면, 몽골인들의 전향적 자세입니다. 몽골의 체제전환은 지금도 진행형입니다만, 몽골인들은 절대 뒤돌아보지 않습니다. 이들이라고 왜 전환 과정에서 어려움이 없었겠습니까? 하지만 몽골사인들은 과거 사회주의 계획경제로 돌아가려는 생각을 추호도 하지 않았습니다.
장명화: 정말이지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린다’는 유목민의 정신이 가장 잘 드러나네요. 하지만 몽골 경제의 앞길은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도전과제들이 있습니까?
아르샤드 사이예드: 크게 세 가지의 과제가 있습니다. 첫째, 몽골 경제가 계속해서 성장하려면 외국인 투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몽골은 인구가 적어 내수시장이 협소하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몽골의 성장 동력은 외국인 투자에서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외국인 투자를 위한 최상의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죠. 둘째, 몽골은 향후 성장의 견인차 구실을 담당할 차세대 산업을 육성해야합니다. 지금까지는 광산업 부문이 중요한 역할을 해왔지만, 서서히 서비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기반시설의 개발에 온 힘을 쏟아야합니다. 현재 몽골 경제가 광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거든요. 마지막으로 도시와 농촌 간 소득의 격차를 하루속히 줄여야합니다. 현재 전체 인구 270만 명 가운데 3분의 1이 빈곤선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는데, 농촌의 빈곤계층은 더 어렵게 살고 있습니다. 뒤떨어진 교육환경에 보건, 의료 시설이 태부족이거든요.
장명화: 몽골이 20년 가까운 민주화와 시장경제 전환기를 마무리하고, 앞으로 새로운 아시아의 호랑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십니까?
아르샤드 사이예드: 한마디로 몽골의 성장 잠재력은 큽니다. 제가 2006년부터 세계은행의 몽골 대표로 일해 왔는데요, 지난 5월에 민주당의 엘베그도르지 후보가 야당 후보 최초로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몽골 정부의 경제개혁 정책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봅니다. 지도자마다 자신만의 비전이 있지만, 몽골을 발전시키겠다는 궁극적 목표는 똑같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몽골의 민주화, 시장경제 체제는 비교적 단단한 기반을 갖추고 있습니다. 다만 몽골은 제가 조금 전 지적한 도전 과제들을 해결한 뒤, 자국의 경제 체제를 국제 기준에 맞게 정비하는 작업을 신속히 해야 합니다. 특히 지식의 활용도에 따라 국가경쟁력이 결정되는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는 지식의 창출ㆍ축적ㆍ공유ㆍ활용 등의 지식활동을 가속화ㆍ확산시키는 정부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요, 세계은행은 이를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장명화: 네. 바쁜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지금까지 세계은행의 아르샤드 사이예드 몽골 주재 대표와 함께 몽골이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 비결, 몽골이 당면한 도전과제, 그리고 향후 전망 등에 관해 살펴봤습니다. '몽골을 본다‘ 오늘은 여기서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