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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제개발처 몽골사무소 대표와 단독회견 본문
‘몽매한 야만인’이라는 의미의 ‘몽고’는 이제 옛말에 불과합니다. ‘용감한’이란 뜻의 ‘몽골’은 이제 긴 잠에서 깨어나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자신들의 지도자를 뽑고 서구의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는 등 개혁, 개방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공산 체제를 버리고 자유 민주주의 체제로 돌아선 몽골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짚어보는 ‘몽골을 본다,’ 오늘 이 시간에는 몽골의 개혁과 개방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미국의 국제개발처 몽골대표와의 회견을 보내드립니다.
워싱턴에서 미국 국방부 다음으로 실내 면적이 큰 로널드 레이건 연방정부 청사건물. 이 건물 안에는 연간 80억 달러 이상의 해외원조 자금을 주무르는 ‘국제개발처’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의 대외원조 창구인 국제개발처가 주로 하는 일은 개발도상국에서 시민사회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촉진하는 지원 사업을 펼치는 겁니다. 과거 국제개발처의 지원을 받다가 수혜국 지위에서 졸업한 국가만 해도 한국과 대만을 포함해 50여 개국에 가깝습니다.
1990년 이후 체제전환과 대외개방을 추진한 몽골도 졸업을 꿈꾸며 달려나가고 있습니다. 국제개발처의 자료를 보면, 미국은 1991년부터 2009년까지 몽골에 모두 약 1억 9천만 달러의 경제 원조를 제공했습니다. 전환 초창기에 울란바토르 현지에 있었고, 최근 연례회의 참석차 워싱턴 본부를 잠시 방문한 국제개발처 몽골 사무소의 척 하웰 대표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한 단독회견에서 미국의 대 몽골지원은 흥미롭게도 무능력 상태에 빠진 화력발전소 두 군데에 도움의 손길을 건네면서 시작됐다고 회상합니다. 1991년 11월, 지원 규모는 1천만 달러였습니다.
Chuck Howell: (In 1991-1995, we knew we had a success if we get up in the morning and touch the radiator and feel heat...) 1991년부터 1995년까지 몽골에 파견된 국제개발처 직원들의 주요 업무는 아침에 일어나서 방안의 난방기에 열이 들어왔나 안 들어왔나를 만져보는 것이었습니다. 이 두 화력발전소가 울란바토르의 난방과 전력을 대부분 담당하고 있었는데요. 난방기가 따뜻하면 저희 사업이 성공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열이 안 들어오면 우리가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고 있구나 하고 자책했었죠.
몽골은 세계에서 가장 추운 나라 중의 하나입니다. 보통 아주 추운 날은 영하 40도. 초원지대는 영하 50도까지 내려갑니다. 이 때문에 열과 전기의 원활한 공급은 몽골경제의 효율적 기능과 경쟁력을 위해 매우 긴요합니다. 하지만, 당시 국가가 소유한 에너지 회사의 계속되는 적자로 생산과 공급에 차질을 빚은 결과, 몽골은 에너지 위기를 심각하게 겪고 있던 겁니다.
1998년까지 추가로 5천만 달러를 들여 몽골 화력 발전소의 주요 설비를 교체하고 보수하는 작업을 끝낸 국제개발처가 막 경제개혁과 민주화 증진 사업으로 눈을 돌리려던 찰나. 1999년부터 2001년까지 3년간 극심한 혹한과 폭설이 지속돼, 몽골 전체 인구의 15%인 45만 명이 이재민이 되는 비상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Chuck Howell: (We gave wheat, flour and rice in the amount of about over 600,000 dollars worth...) 국제개발처는 약 60만 달러 상당의 밀가루와 쌀 등을 몽골의 6개 지역에 긴급히 지원했습니다. 미국의 비정부단체를 통해 몽골의 적십자사에 전달돼 분배됐습니다. 식량위기가 발생한 직후인 2000년 3월부터 7월까지, 그리고 11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지원했습니다.
20여 년의 긴 세월을 돌고 돌아 최근 몽골 땅으로 다시 귀임한 하웰 대표는 자신이 1990년대 중반 몽골을 떠난 이래, 미국의 몽골 지원에 세월의 흐름과 더불어 큰 변화가 있었음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Chuck Howell: (We (USAID) changed it from more specifically strictly economic development to policy reform now for the last five years...) 지난 5년간 국제개발처의 지원 사업 확대는 특히 눈부십니다. 중앙집권적 계획경제로부터 시장경제로의 원만한 이행을 지원하기 위한 경제개발 차원을 벗어났다고 할까요. 한 단계 높여 몽골에 절실한 외국인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시행하고 어떻게 법을 개정해야 하는지 몽골 정부, 몽골 의회, 몽골 은행 등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제개발처가 몽골에서 진행하는 지원사업은 크게 다섯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는 경제정책의 혁신과 경쟁력 사업으로, 몽골 총리실에 무역, 투자, 그리고 민간부문 개발과 관련한 주요 문제를 분석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 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고비사막 사업입니다. 미국의 비정부 구호단체인 머시코가 국제개발처의 자금을 받아 진행하는 이 사업은 유목민이 많은 농촌 지역을 개발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빈곤계층 재활사업으로 울란바토르, 다르힌, 에르데넷, 초이발산 등 주요 도시에 거주하는 빈곤층에 취업과 소득 기회를 제공하는 일을 펼치고 있습니다. 네 번째는 사법개혁 사업으로 사법기관의 능력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조직 역량을 강화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민간재단인 국제공화연구소(IRI)를 통해 진행하는 ‘의회와 정당 강화작업’입니다.
하웰 대표는 몽골에 대한 미국의 지원은 향후 몇 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가까운 예로, 미국 의회는 새 금융관련 법안에 따라 몽골에 추가로 1천만 달러의 현금이체, 금융 부문의 기술 지원을 위해 2천만 달러, 그리고 소액신용대출 사업을 위해 2천만 달러를 승인했습니다.
몽골 경제는 아직 ‘원조경제.’ 하지만 하웰 대표의 말마따나 한때 제국을 건설했던 몽골이 21세기에 새로운 부국으로 부상할 날도 그리 멀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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