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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견제하며 미국에 접근 본문
MUSIC: 몽골민요
‘몽매한 야만인’이라는 의미의 ‘몽고’는 이제 옛말에 불과합니다. ‘용감한’이란 뜻의 ‘몽골’은 이제 긴 잠에서 깨어나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자신들의 지도자를 뽑고 서구의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는 등 개혁, 개방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공산 체제를 버리고 자유 민주주의 체제로 돌아선 몽골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짚어보는 ‘몽골을 본다,’ 오늘 이 시간에는 러시아와 중국이란 두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끼여 어려움을 겪는 몽골의 생존 해법을 살펴봅니다.
세계지도를 펴놓고 보면, 몽골은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어 있습니다. 북쪽은 러시아, 남쪽은 중국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 결과, 칭기즈칸의 후예들이 건설한 원나라가 명나라에 복속된 이후 몽골은 이웃한 두 강대국 사이에서 수백 년 동안 온갖 수난을 겪어야 했습니다.
몽골은 특히 근대에 들어와 러시아의 혁명세력과 손을 잡고 독립을 성취한 까닭에 아시아 최초의 공산국가가 돼 구소련의 위성국가로 살아야 했습니다. 정치적으로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구소련의 강력한 영향 아래에 있었습니다. 단적인 예로, 몽골은 1990년에 수출입의 약 78%를 구소련에 의존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구소련의 붕괴 이후, 몽골은 구소련과 밀접했던 관계가 단절되면서 심각한 경제적 혼란을 겪었고, 이는 필연적으로 인접한 중국과 경제교류를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한국 순천향대학교 금융경영학과의 김홍진 교수의 말입니다.
김홍진: 몽골은 원래 태생적으로 지난 80년 동안 러시아에 크게 의존해 왔습니다. 그다음에 1990년 구소련이 분할되고 붕괴하면서, 구소련의 원조와 경제관계가 단절되니까, 바로 인접한 중국이 자연스럽게 대안으로 떠올랐습니다. 게다가 중국이 최근에 경제발전을 굉장히 높게 하면서 원자재 수요가 매우 많았잖아요. 중국이 몽골의 원자재를 싹쓸이하듯이 수입해갔습니다.
최근 통계를 보면 중국은 몽골의 수출에서 1999년에 50%의 비중을 돌파했고, 2007년에는 약 4분의 3에 이르는 압도적 비중을 보이고 있습니다. 김 교수의 말대로, 중국의 경제성장과 함께 구리, 석탄, 금 등의 광물 원자재의 수요가 대폭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구리는 2008년 현재 거의 전량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습니다. 몽골에서 생산되는 석유 역시 전량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중국은 러시아를 제치고 몽골의 최대 무역 상대국으로 확고한 위치를 점했다는 게, 한국수출입은행의 몽골 전문가인 채화정 조사역의 분석입니다.
채화정: 몽골에 대한 최대 투자국은 중국입니다. 몽골의 인접국이자 최대 교역국이기도 한 중국은 몽골 전체 투자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광업뿐만 아니라 제조업, 건설업, 무역업 등 다양한 업종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같이 몽골의 대 중국 경제의존도가 급속히 증가되자, 일부에서는 몽골이 중국의 배후 식민지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합니다. 이 때문에 중국이 2003년 2억 달러 이상의 저리차관을 주겠다고 제의했지만, 몽골은 ‘경제가 예속되면 정치 또한 예속된다’라며 거절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몽골이 살아남기 위해 러시아의 품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 구소련이 붕괴한 뒤 러시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러시아의 비중이 하락하긴 했어도 몽골의 기간산업과 사회 간접자본, 기타 제조업에서 러시아와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기는 어렵습니다. 러시아가 2007년까지 몽골의 최대 수입대상국의 위치를 점한 것도 이러한 사정을 반영합니다.
이 같은 몽골의 독특한 지정학적 위치와 역사적 경험 때문에 몽골 국민의 일반적 정서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정치적, 경제적 예속을 경계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미국 인디애나대학교의 몽골 전문가인 크리스토퍼 애트우드 교수의 말입니다.
크리스토퍼 애트우드: 몽골인들은 이런 식으로 계속 가다간 국제사회가 몽골을 중국의 일부나 러시아의 위성국으로 대할지 모른다고 걱정합니다. 주요 교역대상국이자 국경을 인접한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를 유지하되, 동시에 이 두 국가를 견제하기 위해 제 3국과의 관계 증진에 힘쓰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개방과 개혁 이후 몽골의 가장 큰 국가적 고민은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이웃을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오랜 고민 끝에 지리적으로 인접하지 않지만 이웃한 두 강대국을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대안인 제 ‘3의 이웃’으로 몽골이 택한 나라가 바로 미국입니다.
최근 총리로 임명된 수흐바타르 바트볼드 전 외무장관이 지난 6월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 직후 워싱턴에서 한 강연회에서 몽골과 미국 간 관계 발전을 수차례 강조한 점은 미국이 ‘제3의 이웃’이 되기를 바라는 몽골의 속내를 내비친 대목입니다.
수흐바타르 바트볼드: 현재 몽골과 미국 관계는 공통된 가치관과 전략적 이해를 바탕으로 ‘포괄적 동반자 관계 (a relation of comprehensive partnership)'를 맺고 있습니다. 앞으로 몽골은 미국에 몽골이 자리한 중앙아시아와 동북아시아에서 오랫동안 신뢰받는 친구이자 동반자(파트너)가 되기를 강력히 희망합니다.
국가와 국간 간에는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는 법. 옛 공산주의 시절, 몽골은 미국을 베트남을 침공한 ‘나쁜 제국주의자’로 불렀습니다. 이 ‘제국주의자’ 미국이 이제는 몽골과 동반자 관계를 맺은 우방으로 변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몽골과 미국의 관계. 다음 시간에는 이 양국 간 관계를 살펴보도록 하고, 오늘은 여기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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