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통령 관련된 권력비리 있을 수 있어"

청와대 겨냥해 의혹 강도 한층 높여

‘신정아 게이트’ 몸통으로 이해찬 지목도 사실상 ‘청와대’ 겨냥

한나라당은 12일 ‘대통령이 관련된 권력형 비리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당 ‘권력형비리조사특별위원회’ 홍준표 위원장은 이날 조사특위 첫 회의에서 “내가 듣기로는 신정아, 정윤재 뿐만 아니라 아직 밝혀지지 않은 권력비리가 더 있다”며 “대통령이 직접 문제되는 권력비리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홍 위원장은 “조사는 1단과 2단까지 했는데 사실상 더 진행이 되면 3단이 나올 수도 있고 4단도 나올 수 있다”며 의혹의 깊이를 더한 다음 “현재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데 우리가 앞질러 가서 얘기할 필요는 없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우리가 검찰 수사의 은폐된 부분을 찾아낼 것이고 사실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이 자리에서 “지금은 특위 산하에 ‘신정아·정윤아’ 두 개의 조사단 뿐이지만 앞으로 (조사단이)추가로 더 생길 가능성이 많이 있다”며 “한나라당의 대선 승리는 바로 ‘권력형비리조사특위’의 활동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로써 한나라당이 전날 친노주자의 대표격인 이해찬 대통합민주신당 대선예비후보를 ‘신정아 게이트’의 ‘몸통’으로 공개적으로 지목한 것은 결국 청와대를 겨냥한 것이라는 시각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박형준 대변인도 이날 청와대를 향해 “괴로운 드라마는 지금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말로 의혹의 강도를 한층 높였다.

그는 “비리 자체보다 몸통을 감추기 위한 거짓말과 변명은 정권에 치명타를 준다는 것을 역사는 가르쳐 주고 있다”며 “‘몸통이 누구냐’ 하는 국민적 의혹을 풀기 위해 필요하다면 이제 국정조사와 특검을 하는 것도 더는 마다할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전날 이 예비후보가 자신이 신정아 게이트의 ‘몸통’이라는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음에도 의혹의 고삐를 늦추지 않은 것이다.

박 대변인은 “진실의 힘이 거짓말에 농락당할 정도로 가벼워서야 되겠느냐”며 “말의 유희가 통할 수 있는 무대는 이제 사라졌다. 괴로운 드라마가 지금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한나라당은 아울러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함께 “허위보고를 하고 국정검증시스템을 무력화시켰다”며 비서실장과 민정수석, 대변인 등 관련 비서진 전원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이번 파문과 관련, 참여정부의 도덕성이 큰 타격을 입게 됐을 뿐만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말 레임덕을 더욱 가속화시켰다는 비판은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나라당은 ‘권력형비리조사특위’에 홍 위원장을 중심으로 30여명이나 되는 인력을 투입,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끝까지 파헤치겠다’는 각오로, 조사대상도 권력형비리에 관련된 사람이면 여야를 가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특위는 이날부터 본격 가동, ‘신정아·정윤재 게이트’ 관련 자료수집과 현장조사를 벌이는 한편 ‘첩보 정보’ 등도 적극 이용할 계획이다.

박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