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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은 미국과의 핵 합의를 원할까? 본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직접 대화"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외교가 실패할 경우 군사 행동이 여전히 가능하다고 경고했지만 대화 자체의 존재만으로도 상당한 어조의 변화를 보여준다. 특히 지난 2015년 이란 핵 합의(JCPOA)에서 탈퇴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수년간의 경제적·전략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미국과의 직접 협상을 지속적으로 거부해왔다. 그의 거부는 단순한 외교 문제가 아닌, 이슬람 공화국의 이념적·정치적 기반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미국과의 공개 협상은 수십 년간 이어진 반미 수사전을 약화시키고 강경파 내에서 하메네이의 권위를 흔들 수 있다. 이란 외무장관은 이번 오만 회담이 "간접적"이라고 밝히며, 미국이 선의를 보인다면 협상이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국제 리스크 컨설팅 기관 '컨트롤 리스크'의 선임 분석가 아니세 바시리 타브리지 박사는 BBC에 양측 모두 합의를 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첫 회담에서 즉각적인 합의는 어렵겠지만, 분위기 조성에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란이 진심으로 합의를 원하는 것일까, 아니면 이것도 벼랑 끝 전략의 또 다른 챕터일까?
압박받는 정권

이란과 최고지도자를 향한 압박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이미 32%를 넘어섰고 실업률은 증가하며 화폐 가치는 사상 최저로 추락했다. 특히 청년층과 중산층을 중심으로 국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최근 수년간의 대규모 시위는 경제적 고통과 정치적 억압에 시달리는 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동시에 이란의 지역 내 영향력도 약화됐다. 헤즈볼라와 하마스, 후티 반군 같은 주요 대리세력들이 타격을 입었으며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몰락은 헤즈볼라로 이어지는 중요한 연결고리를 끊어 이란의 입지를 약화시켰다.
이스라엘은 이란 본토와 그 연계 민병대를 향해 점점 더 대담하고 치명적인 공격을 가하는 상황에서 과거처럼 군사적 영향력을 투사하는 능력은 더 이상 유지되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이란 내부 불안과 지역 내 취약성이 겹치며 고립 상태를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제재 완화와 숨 쉴 여지를 확보하기 위해 테헤란은 전략적 재접촉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신뢰 없는 협상
그러나 외교 시도는 깊은 불신의 흐름을 마주한다. 이란 당국은 JCPOA의 결과를 뚜렷이 기억한다. 이란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핵합의에 따라 약속을 이행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018년 이를 철회하며 제재가 재개되고 경제가 붕괴됐다. 하메네이는 이를 통해 미국은 신뢰할 수 없는 협상 상대라는 오랜 믿음을 재확인했다고 본다.
여기에 역사적 앙금도 크다. 1953년 CIA가 주도한 모하마드 모사데그 총리 축출 쿠데타, 이란-이라크 전쟁 중 미국의 사담 후세인 지원 그리고 최근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미군 드론 암살까지-이란 지도부는 미국의 배신과 적대의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 이는 테헤란의 모든 결정을 형성하는 요소다.
미국 측의 혼재된 메시지도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클 월츠와 국무장관 마르코 루비오는 이란 핵 프로그램의 전면 해체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2003년 리비아가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한 뒤 정권이 붕괴된 "리비아 모델"로 불린다.
반면 중동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는 검증 프로그램과 보다 완화된 접근 방식을 통한 외교적 해결을 지지하고 있다.
바시리 박사는 이란이 어떤 보장을 받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현실적으로 이란은 자국의 프로그램이 완전히 해체되지 않는 방향을 원할 것입니다. 그건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겁니다."
시카고대 정치학자 존 미어샤이머 교수는 "미국과 이란 모두 전쟁을 피하고 싶어 한다는 건 명백하지만 내부 상황을 모르기에 예측은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란의 지렛대와 공포

이란은 '리비아 모델', 즉 완전한 핵 프로그램 해체에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가다피는 핵 포기 후 서방의 지지를 받은 봉기로 인해 정권을 잃고 목숨을 잃었다. 하메네이는 이를 실패의 교훈으로 보고 있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여전히 가장 강력한 협상 카드다. 대리세력은 약화됐고, 경제는 벼랑 끝에 몰렸다.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면 외부 공격뿐 아니라 내부 불안에도 무방비 상태가 된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만약 미국이 리비아 모델을 고수하면, 이란이 이를 거부할 경우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 요구를 이란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 공격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게 될 것입니다."
더불어 미국과의 직접 협상은 이란 내부 정치 지형을 뒤흔들 수 있다. 개혁파가 힘을 얻고, 혁명수비대의 권력이 약화되며, 반서방 이념에 기반한 체제의 정당성이 도전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외교가 성공하고 경제가 회복되면 개혁의 바람이 거세질 수 있으며 이는 강경파의 권력 유지를 위협할 수 있다.
불확실한 길

이제 양측은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 미국은 핵 프로그램 제한 및 검증에 집중한 JCPOA식 협정을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란의 전략 인프라 상당 부분을 해체하는 광범위한 협정을 원하는 것인지를 말이다. 이란은 이념적 대가와 고립 지속에 따른 물질적 피해 중 어느 쪽을 감수할지 선택해야 한다.
일부 워싱턴 인사들은 이번 협상을 이란의 실패를 전제로 한 외교적 시험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군사 행동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일 수 있다. 그러나 일부는 진심으로 긴장 완화와 중동 안정화를 위한 외교적 해법을 바라고 있다.
결과의 중요성은 분명하다.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미국-이란 관계의 새로운 시대가 열릴 수 있다. 반면 실패한다면 이미 불안정한 지역에 새로운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앞으로의 전개는 핵 문제를 넘어서 중동의 안보 지형을 결정짓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하메네이는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겠지만 경제 생존과 사회 불만, 전략적 필요성이라는 현실은 점점 무시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협상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 결과는 수년간 중동 안보와 이란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다.
이란은 미국과의 핵 합의를 원할까? - BBC News 코리아
이란과 미국이 핵 협상 재개를 모색하고 있지만 의도와 방식에 대한 핵심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란의 최고지도자는 내부 압력에도 불구하고 직접적인 대화에는 이념적으로 저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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