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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하루아침에 없어졌어요'...참담한 의성 산불 피해 지역 본문
"참담하죠. 평생 여기 살아오신 분들이 갈 데가 어딨겠습니까."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닷새째 잡히지 않고 있다.
'역대 최악의 산불'로 꼽히는 이번 사태로 의성과 안동, 청송, 영양, 영덕과 산청까지 경북 지역이 화마에 뒤덮였다.
사망자도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26일 오후 6시 기준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24명에 달하는 것으로 잠정 추산됐다.
의성에 거주하는 30대 A씨는 "윗집이나 옆집 모두 다 탄 상황"이라고 BBC 코리아에 전했다.
그는 소방대원들을 위해 자신이 일하는 사업장을 휴식처로 내어주고 있다.
"이 지역은 주변이 모두 할아버지, 할머니들이에요. 이 분들은 평생 이 지역에 살아온 분들인데, 집이 타면 갈 데도 없으세요."
"이 분들은 집을 지키려고 하세요. (불이 나도) 도망가려고 하지도 않으시고요."
A씨는 주민들이 밤에는 휴식을 위해 대피소로, 낮에는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상황을 살피며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소방관도 진화 작업을 하고 있으나 마을을 조금이라도 더 지키고 싶은 주민들은 교대해가며 불을 끄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루 아침에 사라진 집'
안동시 임하면에 거주하는 B씨는 BBC 코리아에 "하루아침에 집이 없어졌다"고 털어놨다.
B씨에게 이 집은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가족들이 울고 웃었던 추억의 공간이다.
"저희 집은 다 타서 아예 주저앉은 상태예요.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을 정도예요. 마을 전체가 불길에 휩싸인건 처음이라 허망할 뿐입니다."
B씨는 25일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각 대피령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불길이 보인 지 10분 정도 만에 강풍으로 인해 불이 마을을 덮치자 대피령이 내려졌고, 두시간 만에 마을 출입금지령이 내려졌다.
오후 10시 쯤 다시 마을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많은 집들이 타 있었고, 뒷산에도 여전히 불길이 보이는 상황이었다.
"저는 회사 때문에 출가해 지내고 있는데, 가족들에게 연락을 받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집으로 달려갔어요. 허망하고 눈물밖에 나지 않았습니다."
B씨는 동네가 초토화됐다고 전했다.
"주변에 있는 한돈 농가도 피해를 입었고, 집 근처에 있는 사료창고와 농협매장 창고도 다 활활 타고 있더라고요."
산불이 마을을 덮친 다음 날 많은 마을 주민들이 다시 돌아왔다.
남아있는 집에는 그을림 자국이 선명하게 남았고, 온 집안이 잿가루로 뒤덮였다.
몇몇은 집에 남아 내부를 정리하기도 하고, 일부는 타지에 있는 다른 가족 집으로 대피했다.
불길이 지나간 마을은 현재 소실되거나 훼손된 집들로 가득하다. 불길은 멈췄지만 연기가 자욱해 마을뿐만 아니라 시내가 연기에 잠식된 상태라고 B씨는 전했다.
"저희 가족들도 집이 무너질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어요. 다른 이웃들도 마찬가지고요. 너무 놀란 사람들이 많고 아직 상황을 다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몸 먼저 추스르고 나중에 어떻게 할지 생각하자는 분위기입니다."
B씨는 향후 정부 지원책을 알아보고자 마을 행정복지센터와 시청에 연락을 했으나 두 곳 모두 "아직 나온 게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일단 대피령이 너무 갑작스럽게 내려져서 아무것도 챙겨 나오지 못한 주민들이 태반입니다. 이 지역 특성 상 가족과 떨어져 거주하시는 어르신들이 많다 보니 임시 거처를 마련할 수 있는 대책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봅니다."
의성 향한 자원봉사자들

서울 신사동에 거주하는 김현중 씨는 산불로 경북 지역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의성을 찾았다.
"(산불 소식을 보고) 새벽에 마음이 너무 아파서 '내가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혼자 기차를 타고 의성에 왔습니다."
의성을 가기 위해 서대구역에 도착한 김 씨는 "역에 내리자마자 탄 냄새가 났다"고 전했다.
"마음이 너무 안 좋았어요. 택시 기사님께 '내가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곳으로 가달라'하니 바로 이동해주시더라고요."
식사 시간에 맞춰 현장에 도착한 김 씨는 현장에서 식사를 마친 소방대원 및 봉사자들을 위해 식기 등을 수거하는 일을 맡게 됐다.
그는 오늘 늦은 오후까지 봉사를 마친 뒤 다시 서울로 복귀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나와서 현장을 돕고 계세요. 산림청에서 나와서 헬리콥터 기름을 채우러 가시는 분들도 계시고, 고생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의성의용소방대 강은주 여성연합회장도 그 중 하나다.
강 씨는 현재 소방차 집결지인 의성읍 공설운동장에서 화재 현장을 돕기 위해 각 지역에서 모인 소방관들에게 도시락과 음료를 배식하는 일을 하고 있다.
"지금 한 곳에서만 불이 난 게 아니라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불이 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소방관들도 여러 곳으로 배치가 되고 있습니다."
강 씨는 의성 주민이다. 그는 의성에 있는 이재민들이 25일 밤 각 면사무소와 마을회관으로 대피했으며, 26일 오후 기준으로는 바람의 방향이 의성을 향하고 있지 않아 많은 의성 주민들이 화재 진압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뻗고 있다고 전했다.
"의성 각 마을에서도 오시고, 구미에서도 오시고… 물론 힘든 부분도 있지만 소방관들이나 이재민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봉사자들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바람 방향에 따라 불길이 빠르게 바뀌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하시던 분도 불길 방향 소식을 듣고 그게 자신의 거주지 방향으로 향했다고 하면 급하게 집으로 달려가는 그런 긴박한 분위깁니다."
의성의 한 야산에서 불을 진압하다가 잠깐 식수를 받기 위해 공설운동장을 찾은 C씨는 숨을 돌리는 것도 잠시, 다시 현장에 돌아가기 위해 긴박하게 움직였다.
C씨는 "상황이 간단하지가 않고, 우리 쪽 불을 껐다하면 뒤쪽에서 연기가 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리가 안 되는 상태"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지금 상태로는 비가 내리는 게 무엇보다 급선무라고 봅니다."
'최악의 산불'

현재 산불 현장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26일 산림 당국은 오전 6시 30분을 전후해 의성, 안동, 영양, 청송, 영덕 등에 헬기 수 십 대와 인력 약 5000명, 진화장비 558대를 투입해 주불을 진압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다만 26일 오후 12시 50분 쯤 의성군 신평면 야산에서 진화 작업에 투입된 헬기 1대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며 헬기 운항이 잠정 중단됐다.
헬기를 몰던 73세 기장 D씨는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청송과 의성 일대의 산불이 급속도로 번지면서 산림청은 헬기 운항을 오후 3시 30분경 재개했다.
26일 오후 들어 순간 최대 풍속 초속 11m 이상의 강한 바람이 불고 낮 최고 기온 20도를 웃도는 기상 악조건이 계속되며 1만5185ha로 추정됐던 의성 산불 영향 구역이 현재 어느 정도 늘었는지 가늠이 되지 않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산림청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산불 영향 구역을 추산하기 위해 항공기로 정찰했으나 영상자료가 많아 당장 분석이 어렵다"고 밝혔다.
현재 산불 피해를 입은 의성과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5개의 시군에는 주민 약 2만3500명이 실내체육관 등 임시 대피소로 대피한 상황이다.
특히 산불이 세계문화유산인 안동 하회마을 앞까지 확대되어 불안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산림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의성 산불은 강풍을 타고 안동 풍천면 하회마을 약 5km 지점 야산까지 다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산림청에 따르면 경남 산청과 하동의 산불 진화율은 26일 오후 4시 기준 77%이며, 헬기 18대, 진화인력 1900여명 등이 동원되어 진화에 나서고 있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온양읍에서 발생한 산불의 경우 같은 날 기준 진화율 74%이며, 헬기 13대와 진화인력 1200명 가량이 수습 중이다.
'집이 하루아침에 없어졌어요'... 참담한 의성 산불 피해 지역 - BBC News 코리아
의성 산불이 경북 지역을 덮치며 주민들은 정이 든 집을 두고 임시 대피소로 대피했다. 이 중 일부는 집이 아예 소실됐다며 황망함을 토로했다.
www.bb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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