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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일일 민주주의 선거' 인도네시아 대선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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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일일 민주주의 선거' 인도네시아 대선

CIA bear 허관(許灌) 2024. 2. 11. 04:27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내에 설치된 대통령 선거 입후보자 포스터 앞으로 지난달 22일 보행자가 지나가고 있다. (자료사진)

 

 다음 주, 14일 인도네시아는 대통령 선거를 치릅니다. 지난 2004년 인도네시아 역사상 첫 대통령 직선제가 시행된 이래 다섯 번째 대통령 선거인데요. 인도네시아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부각되는 가운데 이번 인도네시아 대선에 국제 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일일 민주주의 선거”

인도네시아는 2024년 기준, 약 2억8천만 인구를 가진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입니다.

인도네시아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2월 14일 선거에서 투표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인도네시아 유권자는 약 2억500만 명에 달합니다.

인도네시아는 단일 기준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직접 선거를 치르는 나라기도 합니다.

민주주의 방식으로 선거를 치르는 나라들을 인구 면에서 보면, 인도가 세계 최대 규모라고 할 수 있지만, 인도는 방대한 인구와 절차적 문제 등의 이유로, 선거를 하루에 치르지 않고 거의 한 달에 걸쳐 치릅니다.

인구 규모 3위의 미국은 국민들의 직접 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한 각 주 선거인단의 간접 투표로 선출합니다. 직접 선거와 간접 선거를 가미한 독특한 투표 방식인데요. 그 때문에 인도네시아 선거가 하루 동안 직접 선거로 치르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선거라고 하겠습니다.

인도네시아 발리 투표소에서 노인들이 국회의원 후보자 명단을 들여다 보고 있다. (자료사진)

 

“초대형 선거, 부작용도 많아”

인도네시아는 대통령 선거와 총선, 지방선거를 함께 치릅니다. 2019년 선거 때부터 시행해 왔는데요. 그러다 보니 부작용이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국토 면적이 190만 ㎢ 정도 되는 세계에서 15번째로 큰 나라입니다. 남북한을 합친 한반도 전체 면적이 약 22만3천㎢니까 인도네시아가 어느 정도 큰 나라인지 가늠할 수 있을 듯합니다.

이런 나라에서 2억만 명 넘는 유권자가 하루 일정으로 투표에 참여한다는 건데요. 그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는 섬나라이기도 합니다. 더구나 일본처럼 큰 몇 개의 섬으로 이뤄진 나라가 아니라 인도네시아는 무려 1만7천여 개의 섬으로 이뤄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유권자 등록부터 투표소 설치에 이르기까지 사전 준비 작업도 보통 일이 아닙니다. 개표 작업에도 수많은 인력이 필요합니다. 지난 2019년 처음으로 대선과 총선을 함께 치렀을 때는 투표 관리원 등 선거 관련 종사자 무려 550명이 과로 등의 이유로 숨져 충격을 안기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21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인도네시아 부통령 후보 TV 토론회 직후 대통령 후보들이 각각 러닝메이트들을 격려하고 있다. (자료사진)

 

“어떤 후보들이 나서고 있나?”

2024 인도네시아 대선은 3각 경쟁 구도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각종 여론 조사에서 지지율 1위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후보는 프라보워 수비안토 현 국방부 장관입니다. 올해 72살인 프라보워 후보는 이번이 세 번째 대권 도전입니다. 지난 2014년, 2019년 대선 때도 모두 나섰지만 조코 위도도 대통령에게 패했습니다. 프라보워 후보는 1968년부터 30년 넘게 인도네시아의 독재자로 군림한 하지 모하마드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사위기도 합니다.

프라보워 후보와 경쟁하고 있는 또 다른 대권 주자는 올해 54세인 아니스 바스웨단 전 자카르타 주지사입니다. 아니스 후보는 현 위도도 정부 정책에 반대되는 공약을 많이 내세우고 있는데요.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수도 이전입니다. 위도도 정부는 수도를 인구가 과밀한 자카르타에서 보르네오로 이전하는 계획을 추진해 왔는데요. 후보들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아니스 후보가 이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또 한 명 주목받는 대권 후보는 간자르 프라노오 전 중부자바 주지사입니다. 55살의 간자르 후보는 오랜 공직 경험을 통한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지도자상을 강조하며 표심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 인도네시아 부통령 후보 (자료사진)

 

“위도도 대통령 장남을 둘러싼 논란”

이번 대선에서는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장남이 부통령 후보로 나서고 있어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프라보워 후보가 지난해 10월, 위도도 대통령의 장남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 수라카르타(솔로)시 시장을 자신의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건데요.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어도 대선에 출마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기브란 시장의 출마에 편법이 동원됐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면서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난처해지고 있습니다.

쟁점은 피선거권 연령이었습니다. 인도네시아 선거법에 따르면 대통령이나 부통령 후보로 출마하려면 40세 이상이어야 하는데요. 하지만 기브란 시장 지지자들은 지난해 헌법재판소에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이에 헌재는 지방 선출직을 지낸 사람은 연령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헌법 소원을 받아들였고요. 기브란 시장이 출마할 수 있는 길이 열렸는데요. 기브란 시장은 올해 만 36살입니다.

지난 2021년 솔로시 시장에 취임한 그는 준수한 외모와 아버지의 후광에 힘입어 정치 기반을 넓혀 왔는데요. 하지만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이후 아버지와 아들에 대한 여론은 급속히 악화했습니다.

위도도 대통령은 특히 자신이 속한 집권당인 ‘투쟁민주당(PDI-P)’ 소속 간자르 후보가 아니라, 자신의 아들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야당인 그린드라당의 프라보워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형국이라 모양새가 더 이상해지고 있습니다.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 지난 2014년 인도네시아 대통령 자리에 오른 후 연임에도 성공한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국민 사이에서 ‘조코위’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아 왔는데요. 하지만 퇴임을 앞두고 세습 정치 논란에, 인도네시아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비판까지 받으며 명암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 인도네시아 대선에서 파푸아 동부 주민이 투표하고 있다.(자료사진)

 

“결선 투표제”

인도네시아는 대통령 선거에서 결선 투표제를 시행하는 나라입니다. 즉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상위 1위와 2위 후보를 놓고 다시 결선 투표를 치르는 방식입니다. 다음 주 14일에 있을 선거에서 50% 이상 득표자가 나오면 결선 투표 없이 바로 대통령이 확정되고요. 그렇지 않으면, 오는 6월 결선 투표를 치러야 합니다.

하지만 2억 명이 넘는 유권자가 참여하는 워낙 방대한 선거다 보니, 개표에만도 한 달 넘게 소요될 전망입니다.

현재 후보들은 인도네시아 경제 발전과 청년 고용, 복지, 대외 관계 강화 등을 최우선 정책 과제로 내걸고 표심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17세에서 40세 사이입니다. 특히 유권자의 약 3분의 1이 30세 미만인데요. 따라서 이들 청년 유권자의 표심을 잡는 것이 이번 선거의 관건이라는 게 정치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후보들은 특히 젊은 유권자들의 관심을 끄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특히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등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요. 향후 5년 인도네시아를 이끌고 갈 지도자를 뽑는 인도네시아 표심이 과연 누구에게로 향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Ganjar Pranowo, presidential candidate of the Indonesian Democratic Party of Struggle (PDI-P), greets his supporters during his campaign rally at Fort Vastenburg in Surakarta, Central Java on Feb. 10, 2024, the last day of campaigning before voting day next week. (Reuters/Willy Kurniawan)

 

Presidential candidate Prabowo Subianto gestures as he addresses his supporters during a campaign rally in Jakarta, on Feb. 10, 2024. (Reuters/Kim Kyung-Hoon)

 

Presidential candidate Anies Baswedan and his running mate Muhaimin Iskandar greet their supporters during their final campaign rally at the Jakarta International Stadium (JIS) in Jakarta on Feb. 10, 2024. (Reuters/Ajeng Dinar Ulfia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