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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귀순 탈북민, ‘바닷길’ 탈출 경로 선택 이유는? 본문
앵커: 최근 탈북민 4명이 동해를 통해 남하해 귀순의사를 밝힌 가운데 이들이 육로가 아닌 바닷길을 통해 탈북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탈북민들이 한국으로 들어오는 경로는 북중 국경을 넘어 제3국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해로를 통해 한국으로 탈북하는 사례는 드뭅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올해 9월까지 해상 탈북민의 수는 100명에 미치지 못합니다. 같은 기간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들의 수가 1만 6000여 명이라는 점을 보면 극히 적은 수치입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과 바닷길을 통해 한국으로 온 탈북민들은 동해나 서해를 통한 탈북이 북중 국경을 넘는 것보다 안전하고 탈북 성공 확률이 높은 것으로 평가합니다. 다만 바닷길을 잘 알아야 한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지난 2006년 목선을 타고 서해로 탈북한 김진수(가명, 함경도) 씨는 25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바다를 접하고 사는 주민들의 경우 라디오 등을 들으며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해로도 잘 안다”며 “이들이 탈북할 경우 바닷길보다 안전한 경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김 씨는 “조업 선단의 일원으로 참여해 탈북 기회를 노려 한국으로 내려오는 것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며 “북한은 만성적인 기름 부족을 겪기 때문에 경비정들도 쉽게 추격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2008년 꽃게 잡이 선단의 일원으로 참여했다가 서해로 탈북한 박신혁(황해도) 씨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소형 목선과 같은 탈북에 필요한 배만 구한다면 해로를 통해 탈북하는 것이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신혁 씨는 “처음에 압록강을 건너 탈북을 시도했다가 물살이 거칠고 탈북을 도와줄 브로커도 찾지 못해 서해 바다를 통해 내려왔다”며 “서해 쪽에서 태어났고 이곳에서 외화벌이 계통으로 군복무를 10여 년 했기 때문에 바닷길을 통한 탈북을 선택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바닷길을 통한 탈북은 비용이 적게 소요된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2012년 집권하면서 국경 통제를 강화했고 이를 전후로 이른바 ‘도강비’를 비롯한 탈북 비용이 폭등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에는 코로나 발생으로 북중 국경이 전면 통제되면서 그 비용은 더욱 증가했습니다.
박신혁 씨의 경우 2008년 탈북 비용으로 탈출에 필요한 목선 구입 명목으로 북한돈 10만 원만 사용했다고 합니다.
북중 국경지대가 아닌 북한 내륙, 특히 해안가에 거주하는 탈북민들의 경우 그나마 선택할 수 있는 탈북 경로가 바닷길밖에는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지난 24일 귀순한 탈북민들이 이동의 제한이 여전히 큰 상황에서 육로를 통한 탈북이 어려웠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 (해상 탈북이) 비용도 비교적 적게 들겠지만 지금 해상으로 나왔다는 것은 결국 동해안에 거주했던 사람들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 북한이 국경을 여전히 통제하고 있고 북한 내에서의 이동도 통제돼 있는 상황에서 북중 국경까지 이동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 베드로 북한정의연대 대표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최근 귀순한 탈북민들이 가장 안전하면서도 최단 거리로 한국에 들어갈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정 베드로 북한정의연대 대표: 귀순한 북한 주민이 아마 외부 정보를 들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러가지 비용이나 가족들의 여러 안전 문제 등을 생각해 가장 최단 거리로 가는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을까라는 추측을 해봅니다.
다만 이번에 귀순한 탈북민 4명은 일가족이었다는 점에서 큰 위험을 감수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탈북민 김진수 씨는 “북한의 선박 관련 규정에 가족들이 함께 배에 탈 수 없다는 내용이 있다”며 “조업단의 일원으로 탈북을 시도하다가 적발되면 조난됐다는 식의 핑계거리가 있겠지만 가족이 함께 배를 타고 항행하다가 적발됐다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김 씨는 “바닷길을 잘 아는 사람이 조업단의 일원으로서 탈북을 기획한다면 이를 알고 있는 인원은 일부”라며 “과거 해상 탈북 사례 가운데 북한 선원들의 의견이 ‘귀순’과 ‘송환’으로 갈리는 사례가 나왔던 것은 이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동해 귀순 탈북민, ‘바닷길’ 탈출 경로 선택 이유는? — RFA 자유아시아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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