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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스 킹 이병: 무단 월북에서 무사귀환까지 막전막후 본문

Guide Ear&Bird's Eye/영국 BBC

트래비스 킹 이병: 무단 월북에서 무사귀환까지 막전막후

CIA Bear 허관(許灌) 2023. 9. 28. 14:02

지난 7월 무단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으로 넘어간 미군 소속 트래비스 킹 이병

북한이 월북했던 미군 트래비스 킹 이병을 중국으로 추방했고, 미국 당국이 킹 이병의 신병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킹 이병이 무단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은지 70여일 만이다.

킹 이병은 27일 북한에서 추방된 뒤 중국 단둥과 한국 오산 기지를 거쳐 미국으로 향한 것으로 파악됐다.

킹 이병은 지난 7월 18일 군사분계선을 넘어간 직후 북한의 혹독한 심문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킹 이병은 현재 장거리 비행에 나설 만큼 건강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킹 이병의 상태에 대해 "정신 상태나 신체 건강 모두 양호하다"면서 "항공기에 같이 탄 사람들에게 추가 정보가 있을 수 있으나 아직 그 정보는 전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킹 이병이 구체적으로 북한 어디에서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그동안 일각에서는 그가 북한에서 거친 대우를 받았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밀러 대변인은 킹 이병이 북한 내에서 심문을 받거나 거친 대우를 받았을 가능성을 묻는 말에는 "심문은 받았을 것으로 본다"면서 "이는 구금자에 대한 북한의 과거 관행과 일치한다"고 했다.

검정 티셔츠에 검정 모자를 쓴 킹의 뒷모습. 공동경비구역의 군사분계선을 넘기 전 포착됐다

어디로 어떻게 추방됐나

킹 이병의 추방 과정에 미국의 이익대표국인 스웨덴이 관여했다. 스웨덴은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미국을 대신해 북한내 미국인 억류 사건 등에서 영사 업무를 대행해 왔다.

앞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7일 오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해당 기관에서는 공화국 영내에 불법 침입한 미군병사 트래비스 킹을 공화국법에 따라 추방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해당 기관에서 조사한 데 의하면 트래비스 킹은 미군 내에서의 비인간적인 학대와 인종차별에 대한 반감, 불평등한 미국사회에 대한 환멸로부터 공화국 영내에 불법 침입하였다고 자백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석방 조치에 따라 킹 이병은 이날 중국 단둥으로 이송됐고, 그곳에서 니콜라스 번스 주중 미국 대사를 만났다.

미 국무부는 의료 장비가 갖춰진 항공편을 이용해 킹 이병을 중국 선양으로 데려갔고, 이후 한국 오산의 미군 기지를 거쳐 미국으로 향했다.

밀러 대변인은 "킹 이병은 미국으로 이동 중이며 수시간 내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비행 시간을 고려해볼 때 킹 이병은 미국 현지시간 27일 밤이나 28일 새벽에 텍사스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킹 이병은 미국에 도착하는 즉시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의 의료 시설로 이송돼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정밀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킹 이병이 2020년 졸업한 미국 워싱턴 파크 고등학교 전경

'북한에 양보한 것 없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최근 북한은 간접적인 경로를 통해 미국 측에 킹 이병을 풀어줄 의사가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북한이 킹 이병을 추방하는 조건으로 미국에 어떤 대가를 요구했는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미국 정부 당국자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북한에 양보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킹 이병 월북 사건 직후 미 의회 일각에서는 '북한이 이 사건을 이용해 대가를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미국 공화당 소속의 마이클 매콜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지난 7월 23일 ABC방송에 출연해 "그곳(북한)은 가지 말아야 할 곳"이라며 "그들은 미국인 특히 군인을 포로로 잡을 때 이에 대한 대가(price)를 요구한다"고 우려한 바 있다.

킹 이병은 지난 7월 18일 미국에서 징계를 받기 위해 이동하던 중 이탈해 판문점 견학에 나섰고, 견학 도중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월북했다.

킹 이병은 여전히 현역 군인 신분이기 때문에 미국에 도착해 건강검진 등을 받은 뒤 불법 월북에 따른 징계 과정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이 28일 평양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9차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추방 결정한 이유

북한이 킹 이병을 추방하면서 향후 북미관계가 어디로 흘러갈지 관심이 쏠린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번 추방 과정에 북미 당국간 공식적이고 직접적인 대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신병 인계가 제3국으로의 추방 형식을 통해 이뤄진 점을 고려해볼 때 이번 조치가 북미대화 재개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다.

미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이달 초 주북한 스웨덴 대사관을 통해 킹 이병을 추방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스웨덴 측으로부터 북측 의사를 전달받은 미국은 스웨덴 측과 정기적으로 접촉하며 킹 이병 귀환 문제를 논의해왔다.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킹 이병이 월북했을 때 우리는 수차례 북한에 연락했지만 북한은 우리의 직접적인 접근을 거부하고 스웨덴과 대화했다"면서 "우리는 북한과 직접 대화하지 않았다"고 했다.

미국 정부가 킹 이병 월북 사건 초기부터 원칙에 기반한 강경한 입장을 견지했다는 점에서, 북한이 킹 이병을 활용해 미국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계산을 일찌감치 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래비스 킹이 민간인이 아닌 미국 군인이라는 점에서 그의 신병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북한은 미국의 거센 반발과 국제적 차원의 대응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킹 이병을 장기간 구금할수록 '득'보다 '실'이 더 크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킹 이병 사건 직후 "월북 미군 장병의 존재는 북한에도 장기적으로 '가성비'가 낮아 골칫덩어리일 수밖에 없다"며 "월북 미군 장병이 생기면 그 한 사람을 위해 전문 경호 및 감시팀이 꾸려지고 통역관을 배치해야 하며 전용 차량과 기사, 그가 머물 숙소 등을 챙겨야 하고, 그에게서 일부 군사정보는 얻을 수 있겠지만 직급이 낮아 큰 정보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압록강을 경계로 중국과 북한 신의주 국경을 연결한 단둥교

북한이 이날 킹 이병의 신변을 미국으로의 인계가 아닌 제3국으로의 추방 형식을 취한 이유는, 북한 당국이 그동안 킹 이병을 '자진 월북자'가 아니라 '불법침입자'로 규정해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70여일 만에 미군 병사가 본국으로 귀환하게 되면서 얼어붙은 북미관계의 분위기가 환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 정부 당국자는 언론 브리핑에서 킹 이병이 "건강해 보이고, 정신상태로 좋아 보인다"며 석방 과정에서 도움을 준 스웨덴, 중국과 함께 북한 측에도 감사의 뜻을 밝혔다.

한국 외교부도 28일 "킹 이병이 북한에서 무사히 나오고 미 당국이 동인의 신병을 확보하게 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킹 이병 어머니인 클로딘 게이츠는 아들의 석방을 위해 노력한 인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트래비스 킹 이병: 무단 월북에서 무사귀환까지 막전막후 - BBC News 코리아

 

무단으로 북한 넘어갔던 미군 병사, 결국 살아서 돌아왔다 - BBC News 코리아

북한이 트래비스 킹 이병을 추방 조치함에 따라, 킹 이병은 중국과 한국을 거쳐 미국으로 향했다.

www.bb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