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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이 뭐길래.. ‘노동권’ VS ‘재산권' 논란 확대 본문

Guide Ear&Bird's Eye/영국 BBC

'노란봉투법' 이 뭐길래.. ‘노동권’ VS ‘재산권' 논란 확대

CIA Bear 허관(許灌) 2023. 11. 12. 21:38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1일 오후 서울에서 열린 2023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월급을 현금으로 받던 시절, 회사에서 주는 '노란봉투'는 월급의 상징이었다. 이 노란봉투는 지난 2014년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을 돕기 위한 캠페인을 통해 재조명됐다.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은 앞서 2009년 벌인 77일간의 파업에 대해 사측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서 2013년 법원으로부터 약 47억원(사측에 약 33억원, 경찰에 약 14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이러한 보도를 본 한 독자가 시사주간지 편집국에 4만 7000원을 보내며, '이렇게 10만 명만 모아도 노조원들을 도울 수 있다'고 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을 돕기 위한 시민사회의 '노란봉투 캠페인'이 시작됐다.

노란봉투 캠페인은 이후 시민사회와 진보 정당들을 중심으로 일명 '노란봉투법' 추진 운동으로 이어졌다. 정식 명칭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으로, 노동조합의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기업의 손배소와 가압류가 노동자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노동쟁의 과정에서 일어난 폭력이나 파괴로 인한 손해를 제외한 노동자들의 쟁의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이나 가압류를 제한하자는 것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개정안'은 2015년 19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됐고, 이후 여러 차례 관련 법안이 나왔지만 별다른 진전없이 폐기됐다. 그러다 21대 국회에서 일명 '노란봉투법' 개정안들이 새롭게 발의됐다.

그리고 지난 9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산업계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윤석열 대통령에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요구를 시사하며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정부에 노조 탄압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대통령' 거부권 두고 여야 갈등

민주당과 노동계는 노동자의 파업권을 보장하는 노란봉투법을 즉각 시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경영계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대통령에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과 노동계는 11일 노동자의 파업권을 보장하는 노란봉투법을 즉각 공포하고 시행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대법원판결과 국제 기준을 법에 반영한 것인데도 대통령이 거부한다면 힘없는 노동자들의 노동권마저 무력화하려는 의도"라고 밝혔다.

양대 노총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이날 각각 서울 도심에서 집회를 열어 즉각적인 노란봉투법 시행을 촉구했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이 "민노총 구제법이 될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가 불가피하다"며,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국민의힘 정광재 대변인은 11일 논평에서 "이 법이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 자체를 어렵게 해 노조 불법행위에 사실상 면죄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며 "그동안 불법 파업을 주도해 온 민노총이 해당 법안의 최대 수혜자가 되고, 불법 파업이 확산하는 빌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동계와 경영계의 의견 대립

경영계와 보수 정당들은 노란봉투법이 헌법상 기본권인 사용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뿐 아니라 정당한 쟁의행위가 아닌 불법 행위까지 면책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노동계와 진보 정당들은 국가정책과 법원의 판례들이 재벌과 경영계 중심으로 운영돼 헌법상 노동삼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기존 노조법이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하청노동자나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원청과의 단체교섭을 하기 어렵다며,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노란봉투법 추진에 앞장서고 있는 시민단체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의 박래군 대표는 앞서 BBC 코리아에 "파업을 진행한 노동자들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및 가압류는 힘이 있거나 큰 노조가 아닌 하청 노동자들이나 파견노동자들,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 더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 더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기업들이) 힘 있는 노동조합은 안 건드리고 노동조합도 안 만드는 힘 없는 노동자들에게 손배 가압류를 협박의 수단으로 쓰는 것"이라면서 "사용자 측에서는 손배가압류를 노조를 위축시키거나 약화시키고 파괴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으로 보편화시켰다"고 말했다.

특히 정규직 노동자들은 거대 노조에 소속돼 상대적으로 보호를 받는데 반해, 하청 노동자들은 저임금, 고강도 노동이라는 열악한 근무 환경에 내몰릴 뿐 아니라 노조 활동마저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장받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노란봉투법 제정이 '재산권 보장을 위협한다'는 재계의 주장에 대해 "노동권은 당연히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을 용인하는 권리"라면서 "사용자에게 노무를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예상되는 이익을 못 보게 만들어 재산상의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용인하는 것인데, 마치 집회 시위를 통해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것을 용인하는 집시법의 논리와 같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파업의 불법성 확대 문제에 대해서는 "파업이 불법인지 합법인지는 법원의 판결이 있어야 알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법 체계는 합법적인 파업을 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노동자들이 파업을 할 정도까지 몰고 간 사용자들의 불법성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으면서 노동자들한테만 책임을 묻겠다는 논리 자체는 공정하지도 못하고 상식적이지도 못하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손잡고'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시민사회 93개 단체가 꾸린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회원들이 지난해 9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국회 앞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시민사회 90여개 단체와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저희는 노조법 2·3조가 노동권이라고 하는 헌법 제33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을 회복하기 위한 싸움이다, 그래서 이 싸움은 노동자들만의 싸움이 아니라 시민들과 함께하는 '기본권 회복 운동'이라고 하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날 국회에는 노란봉투법 제정에 반대하는 재계의 목소리도 전달됐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전해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노란봉투법은 불법쟁의행위까지 면책하는 것"이라며 "사용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정신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불법행위자가 피해를 배상하는 것은 법질서의 기본 원칙인데, 해당 개정안이 통과되면 오히려 불법행위자를 보호하고 피해자인 사용자에게만 피해를 감내하도록 하는 매우 부당한 결과를 초래해 우리 경제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는 경영계의 우려를 전달했다.

사회적 공감대 부족

정치평론가 장안대 박창환 교수는 BBC 코리아에 노란봉투법 개정안 통과 추진 자체의 문제보다 하청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특히 노동자들의 파업과 이로 인한 기업과의 갈등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1980년대 경제 호황기 때와 현재 경제가 불황으로 접어든 상황에서 갈등의 전개 양상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1980년대 경제 호황기 때는 업체와 사업자들이 장사가 잘되니까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에 대해 기본급으로 올려주는 것이 아니라 수당 (지급) 등 편법적인 방식으로 들어줬다"면서 당시 "경제호황기와 민주노조 운동이 같이 결합되면서 노조라는 것이 굉장히 보편화되고 사람들의 인식에 자리 잡았는데 문제는 이제 불황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나 전국금속노동조합 등 기존 거대 노조들은 이미 일정 정도의 노동조건을 확보했지만, 한국이 IMF 사태를 겪으면서 비정규직이 증가하고 하청의 재하청 구조가 만들어지는 등 노동 구조가 변화한 것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의 하청 노조, 소형 노조, 비정규직 같은 경우에는 불황기 때 탄생했고 노조의 역사도 짧다"며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못 만든 상태에서 비정규직 노조 문제까지, 거기에 위법 문제까지 국민들이 관심을 가질 여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노란봉투법' 이 뭐길래.. ‘노동권’ VS ‘재산권' 논란 확대 - BBC News 코리아

 

'노란봉투법' 이 뭐길래.. ‘노동권’ VS ‘재산권' 논란 확대 - BBC News 코리아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일명 ‘노란봉투법’을 두고 여야 및 노동계와 경영계가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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