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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교사 자살로 드러난 '학부모 갑질' 본문

Guide Ear&Bird's Eye/영국 BBC

잇따른 교사 자살로 드러난 '학부모 갑질'

CIA Bear 허관(許灌) 2023. 9. 5. 08:53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렸던 한 교사의 극단적 선택으로 촉발된 시위는 서울에서 지난 몇 주간 이어지고 있다

6월 5일, 초등학교 교사 이민소(23, 가명)씨는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교실로 들어가던 순간 온몸을 사로잡던 공포감을 일기장에 털어놨다.

“가슴이 너무 답답하다. 어디론가 추락할 것만 같은 기분이다. 내가 어디 있는지조차 모르겠다.”

그리고 7월 3일, 이 씨는 미칠듯한 상황에 너무 버거워져 “그저 다 놓고 싶다”고 적었다.

그렇게 2주 뒤 이 씨는 교실에서 동료들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씨의 사촌 오빠 박두용 씨는 이젠 금붕어만이 남은 이 씨의 작고 텅 빈 아파트를 정리하며 눈물을 쏟지 않고자 애쓴다. 흐트러진 침대 옆엔 이 씨가 자신이 맡았던 1학년 학생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보여주는 그림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 밑엔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 가득 쌓여 있다. 우울증 대처에 관한 내용이다.

박 씨에 따르면 이 씨는 지난 1년여간 교사로 일했으며,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어머니처럼 교사가 되고 싶어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박 씨는 이 씨가 아이들을 정말 사랑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 씨가 사망한 이후 경찰이 최근 이 씨가 연인과 헤어진 탓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 아니냐고 연관 짓자 박 씨는 형사 역할을 자처했다.

사촌이 남긴 일기 수백 건, 업무 일지, 문사 메시지 등을 샅샅이 살폈다.

이 모든 남은 자료를 통해 이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몇 달간 학부모들로부터 민원에 시달렸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엔 이 씨의 반 학생 하나가 연필로 다른 학생의 머리를 상처 냈는데, 이로 인해 늦은 밤까지 부모들로부터 각종 전화와 메시지를 받았다.

그리고 이 씨의 비극적인 죽음은 악성 민원을 퍼붓는 학부모와 제멋대로인 아이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비슷한 경험이 있는 전국의 초등학교 교사들에게 퍼져나갔고 이들은 분노했다. 이에 교사 수만 명이 더 나은 교권 보호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왔다.

교사들은 학부모들이 주말은 물론이고 온종일 개인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끊임없이 말도 안 되는 민원 사항을 늘어놓는 등 교사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말한다.

이 씨가 스스로 세상을 등진 초등학교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추모의 마음을 전했다

이러한 민원 중엔 특히 교사에게 더욱 치명적인 내용도 있다. 교사는 폭력적인 학생을 제지하다 아동학대로 신고당할 수도 있으며, 야단을 치는 것도 감정적 학대로 몰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교사들이 즉시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한 교사는 매일 아침 전화를 걸어 자신의 아이를 깨워달라는 학부모의 요구를 거부했다 민원을 받았다. 또 다른 교사는 가위를 휘둘러 친구를 상처 입힌 남학생의 칭찬 스티커를 회수했다 정서적 학대 혐의로 신고당했다.

지난 6주 간 교사 수만 명은 서울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교사들은 아동학대범이라는 낙인이 너무 두려워 학생들을 제대로 훈육할 수 없으며, 서로에게 달려들어 공격할 때도 개입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몇몇 학부모들이 지난 2014년에 통과된 아동복지법을 악용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해당 법에 따라 현재 아동학대죄로 기소된 교사는 자동으로 정직되게 된다.

한 시위에서 교사 김진서(28) 씨를 만날 수 있었다. 김 씨 또한 극단적인 선택을 고려해본 경험이 있으며, 특히 악성 민원을 2차례 당한 뒤 3개월간 일하지 못했다고 했다.

한번은 김 씨가 수업에 방해가 되는 한 학생에게 화장실에서 5분간 생각을 정리하라고 했으며, 또 한번은 학부모에게 자녀가 싸움을 벌였다는 말을 전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두 사례 모두에서 학교 측은 김 씨에게 사과를 강요했다.

김 씨는 더 이상 안전하게 교실에서 수업할 수 없다고 느끼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토로했다.

“저희 선생님들은 극도의 무력감을 느낍니다. 이런걸 직접 경험해보면 사람이 근본적으로 변하게 되고, 직접 경험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 보다 보면 쇠약해집니다.”

이러한 민원 제기 문화를 부추기는 건 한국의 초경쟁 사회이다. 모든 게 학업적 성공에 달려 있기에 학생들은 매우 어린 나이부터 언젠가 명문대에 들어가기까지 최상위권 성적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학교 밖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부모들은 비싼 값을 치르면서 자녀를 오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되는 학원에 보내 공부시킨다.

과거 한국에선 부모당 5~6명의 자녀를 출산했으나, 이젠 대부분 자녀가 1명뿐이다. 성공의 기회가 단 한 번뿐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교사 김 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해봤다고 털어놨다

한편 서울교대에서 미래의 교사를 양성하는 김봉제 교수는 불평등 증가 또한 그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전통적으로 한국 사회에선 교사를 존경하는 문화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는 김 교수는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학부모들의 학력이 매우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종종 교사를 무시하는 학부모들이 있다”는 김 교수는 “자신이 낸 세금으로 교사들이 월급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들이 (갑질을 해도) 된다고 강하게 믿게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0년간 교사로 근무했던 권 씨는 학부모와 학생들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과 공황 발작을 겪었다. 이에 2차례 일을 쉴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불과 4년 전까지만 해도 수업에 방해가 되는 학생을 교실 밖이나 뒤로 내보낼 수 있었다는 권 씨는 이후엔 학부모들이 아동학대로 고소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소득이 낮은 학군의 학교에서 일하는 권 씨는 부유한 지역의 부모들이 훨씬 더 심하게 군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한다.

권 씨는 “이러한 학부모들의 심리는 ‘내 아이만 소중하다’는 것”이라면서 머릿속이 온통 자녀 명문대 보내기로만 가득하다 보니 이기적이게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러한 압박이 당연히 자녀들에게도 스며들어 이들의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은 이 압박감을 어떻게 푸는지 모르기에 서로를 상처 내는 방식으로 행동하죠.”

학교폭력은 한국에서 실제로 잘 알려진 사회 문제다.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더 글로리’ 또한 학창 시절 괴롭힘을 당한 여주인공의 복수에 관한 내용이다. 이 드라마는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구성됐는데, 일부 충격적인 폭력 행위 또한 담겨 있었다. 그러데 아이러니한 점은 이 드라마의 감독 또한 학교폭력으로 문제가 돼 사과해야만 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라는 압박이 이어지자 지난 2월 한국 정부는 앞으로 학교폭력 조치 사항이 대학 지원서에 반영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학생들이 더 이상 서로를 괴롭히지 않기를 바란 조치였을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이에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고, 자녀의 잘못을 서류상에서 지우도록 교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한편 시민단체 ‘학생 학부모 교사 인권 보호 연대(학인연)’의 신민향 대표는 지난 한 달간 조명된 학부모들의 행동 대부분이 용납할 수 없는 사안임을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사례가 일반적인 건 아니라고 주장했다.

신 대표는 “대다수 학부모가 바르게 행동한다. 우리(학부모)는 이제 우리의 걱정 사항을 전달하고자 사용했던 채널들이 이젠 끊길 수 있다는 점이 걱정된다”면서 “학부모들이 가해자로 몰리고 있는 이 상황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학원으로 가득 찬 건물. 사설 교습 시설인 학원은 보통 새벽 5시부터 밤 10시까지 운영된다

그러나 신 대표 또한 자신도 과거 교사에게 민원을 제기한 적이 있으며, 자신의 아이가 배우는 내용과 이들의 훈육 방식에 더 많은 의견을 내고 싶다는 점도 인정했다.

한편 익명을 원하는 한 학부모는 걷잡을 수 없이 우려된다고 털어놨다. 이 아버지는 학부모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을 보여줬다. 그곳에서 학부모들은 교사가 내린 결정에 불만을 품고 이 교사를 괴롭히자고 서로를 격려하고 있었다.

한 학부모는 “만약 교사가 전화번호를 차단하면 다른 가족이나 친구의 휴대전화를 빌려서 전화를 걸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 아버지는 만약 선생님들이 문제 학생에 개입할 힘이 없다면 다른 학생들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학생들을 가르칠 교사가 더욱 적어질 수도 있다. 올해 조사에 따르면 직업에 만족한다고 밝힌 교사는 4분의 1을 넘지 못했다(24%). 이는 조사가 처음 시작됐던 2006년에 나온 68%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치로, 교사 대다수가 교직을 그만두는 것도 생각해본 적 있다고 답했다.

한편 정부 또한 교실이 “붕괴됐다”는 점에 동의했다. 이에 교사들에게 새로운 지침을 내려 수업에 방해가 되는 학생은 교실에서 내보낼 수 있으며, 필요시 이들을 제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교사를 만나기 위해선 학부모들이 상담 날짜와 시간을 미리 물어 동의를 구해야 하며, 교사들은 퇴근 후 상담을 거부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이러한 조치로 “학교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붕괴된 건 비단 교실뿐만이 아니며, 사회 전반의 교육 제도 개혁이 필요하며, 성공에 대한 좁은 정의도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인생의 성패가 성적으로 좌지우지되지 않는 사회가 주는 혜택은 결국 구성원 모두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유가족의 요청에 따라 고인의 이름은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공교욱 멈춤의 날': 잇따른 교사 자살로 드러난 한국의 ‘학부모 갑질’ - BBC News 코리아

 

'공교욱 멈춤의 날': 잇따른 교사 자살로 드러난 한국의 ‘학부모 갑질’ - BBC News 코리아

학부모의 민원에 결국 세상을 등진 교사의 죽음으로 촉발된 교사들의 시위가 몇 주째 이어지는 가운데 교사들의 고충과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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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로서 손발 잘린 기분…' 교사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

“(교사로서) 손발이 잘렸다는 생각이 들고… 학교로부터 도망치고 싶어요.”

한낮 온도 30도가 넘는 무더운 여름 날씨에 검은 옷을 입은 교사들이 서울 광화문에 모였다. 지난달, 약 3만 명(주최 측 추산)이 모인 3차 집회 현장에서 만난 경기도 6년차 초등교사 신현수(30·가명) 씨는 “더 이상 죽어가는 교사가 없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7월 22일 시작해 이날(2일)까지 거의 매 주말마다 이어진 교사 집회는 규모나 기간 면에서 전례 없는 수준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특정 단체가 아닌, 전국 초등교사 약 80%가 가입한 온라인 커뮤니티 ‘인디스쿨’을 중심으로 진행됐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집회의 기폭제가 된 것은 ‘서이초등학교 교사 자살 사건’이다.

지난 7월 서울 서초구 서이초에서 한 젊은 교사가 교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이에 많은 교사가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업무 과중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사망 원인으로 지목하며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경찰은 현재 해당 사안을 조사 중으로, 아직 학부모의 폭언 등 범죄 혐의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집회에는 오는 4일 사망한 교사의 49재를 앞두고 전국 각지의 많은 교사들과 이들을 응원하기 위한 시민들이 모였다. 주최 측은 약 20만 명이 참가했다고 추산했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하더라도 한국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 체벌과 경직된 수업 환경 등 교사의 지나친 ‘권위’가 종종 문제시됐다. 하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 교실에서 정반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추모 및 입법촉구 7차 교사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아동복지법 개정과 악성민원인 강경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극심한 '고소와 민원' 스트레스

“열 살짜리 애가 화가 나서 플라스틱 바구니를 찢더라고요.”

서울 성북구 8년차 초등교사인 박영민(30·가명) 씨는 3학년 학급을 담당했을 때의 일을 회상했다.

박 씨는 평소 공격적인 행동을 종종 보이던 학생이 국어 시간에 가위와 쇠로 된 30cm 자를 꺼내 노는 모습을 보고 이를 집어넣으라 말했다. “세 번 말했는데도 넣지 않으면 가져가겠다”고 했지만 학생은 말을 듣지 않았고, 쇠 자를 빼앗으려 하자 큰 소동이 일어났다고 했다.

“제가 쇠 자를 잡는 순간, 아이가 책상을 집어 들어 던졌어요. 그리고 저한테 욕을 하고 제 손을 때리면서 쇠 자를 뺏으려고 하는 과정에서 손이 패여서 피가 났죠.”

그는 다행히 옆 반 선생님들과 교장 선생님들이 소란을 듣고 건너와 아이를 진정시키고 다른 아이들을 교실 밖으로 데리고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고 했다. 이후 아이의 학부모에게 전화해 상황을 설명하고 상담을 위해 방문을 요청하자 처음으로 돌아온 답은 “왜 가위를 갖고 있으면 안 되냐”는 것이었다. 학부모는 선생님이 다쳤다고 하자 “죄송하다”고 했지만 “먹고 살기가 바빠서 학교에 갈 수 없다”고 답했다고 했다.

박 씨는 이 사건으로 “학생이 난동을 부렸을 때 선생님들끼리 알아서 해결하는 것을 제외하곤 아무런 지원을 받을 수 없고, 학부모를 학교로 소환할 수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며 “무력감을 느꼈다”고 했다.

지난달 인디스쿨에서 2만131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학생의 문제 행동이 발생했을 때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96.8%가 ‘아니오’라고 답했다.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학부모 민원 및 고소’였다.

신 씨는 자신에게 욕설하는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정서적 아동학대로 고소당했다고 밝혔다. 앞서 학부모와 한 달 동안 거의 매일 3시간씩 전화 통화를 했지만, 결국 고소를 막진 못했다는 설명이다. 그나마 소송이 1년을 넘지 않고 빨리 무혐의 종결됐다면서도, 당시 스트레스가 상당해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는 “(선생님으로서) 아동학대로 고소당하면 유죄 판결을 받든 받지 않든 간에, 그 사실이 뇌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고소당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내가 아동학대 범죄자라는 생각이 먼저 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이한테 옳고 그름에 대해서도 가르치지 못하면 ‘내가 왜 이 직업을 하고 있는 건가’라는 의문이 들죠.”

경북 포항에서 초등교사로 일하는 최준혁 씨는 주말마다 포항에서 서울까지 올라가며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힘내보자는 마음"에서다

경북 포항에서 초등교사로 일하는 최준혁(29) 씨는 “학생들이 잘못한 일에 대해 너는 어떤 부분을 잘못했고, 거기에 대해서 반성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학생들이 반성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되는데 요즘 교육 현장에서 아예 그게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학생들끼리 축구 시합을 하는데 제가 심판을 봤어요. 그런데 경기가 끝난 후 진 팀에 속한 학생 여섯 명이 제 앞에서 저한테 심한 욕을 하더라고요. 제가 불러세워서 방금 한 말을 다시 해보라고 하고, 저한테 한 얘기가 맞냐고 하니 ‘맞다’더라고요. ‘그게 선생님한테 할 수 있는 말이냐’라고 했더니 몇 명은 사과했지만 한 명은 ‘선생님이 심판 잘못 본 건 맞잖아요’라고 하더라고요.”

그는 “그 상황에서 주도적으로 욕을 한 몇 명을 계속 훈계하면, 이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학대 당한 것 같다’면서 아동학대로 신고해버릴 수 있다. 그러면 나는 그냥 아동 학대자가 돼버리는 것”이라며 “그것까지 생각하다 보니까 더 이상 말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래서 그냥 한숨만 쉬고 반으로 올려보냈다”고 했다.

아동복지법 제17조 5호는 정서적 아동학대를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달 한 전국초등교사노조 조합원은 해당 조항이 너무 모호하고 포괄적이어서 교사들의 생활지도를 제한한다며 해당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경기도 성남시 8년차 초등교사 안진(40) 씨는 악성 민원이나 고소 건이 발생할 경우 관리자급인 교장이나 교감이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교사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선망 직업'이던 교사가 왜?

전문가들은 서이초 사건이 일종의 “트리거(방아쇠)”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교사들이 겪고 있던 여러 문제에 대한 불만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는 설명이다.

안 씨는 “10년 전만 해도 (초등교사가 될 수 있는) 교육대학교 입시는 우수 학생들이 몰려드는 선망의 직업이었다”며 “하지만 저출생으로 인한 학생 수 감소, 코로나로 인한 행정업무 과중, 교권 침해 사례 증가, 교사 복지 및 처우 하락 등으로 최악의 사태를 맞이했다”고 말했다.

광주교대 총장을 지낸 박남기 교수는 실제로 최근 교대 졸업생 중 직종을 바꾸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파악했다.

지난 5월 발표된 ‘전국 국공립 초중고 퇴직 교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지난 4월까지 5년 미만 국공립 교사 589명이 교단을 떠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약 2배 증가한 숫자다.

특히 코로나19 유행 이후 업무 스트레스가 부쩍 늘었다고 느끼는 교사들이 많다.

박 씨는 비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개인번호나 메신저 등을 통해 학부모와 직접 소통할 일이 더 많아졌고, “학교인지 동사무소인지 병원인지 모를 정도로” 수업 이외에 신경 써야 할 업무가 크게 늘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학생들의 문해력이나 감정 수용 능력이 떨어졌다고 느낀다고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사를 학생과 학부모, 관리자의 교권 침해 행위로부터 보호할 방안이 전혀 없다시피 하다는 지적이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명예교수는 “교권과 학생 인권이 서로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학생 인권 (강화) 쪽으로 모든 정책이 치우치다 보니까 문제가 생긴 상황”이라며 “(조례 차원을 넘어) 교권을 보장하는 법령이 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2일 국회 앞에서 열린 집회에는 전국 각지의 교사들과 이들을 응원하기 위한 학생과 학부모 등 일반 시민까지 약 20만 명(주최 측 추산) 인파가 몰렸다.

교사와 학생, 모두를 위한 방안은?

일각에서는 교권 강화가 학생 인권 퇴보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교권과 학생 인권이 균형을 이루지 않으면 결국 교사도 학생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안 씨는 “학생인권조례나 아동학대 관련 법 규정이 학생 인권을 존중하고 자유를 보장하는 것에는 충분히 공감하나, 이에 관련한 정당한 생활 지도를 할 수 있는 교사의 제재권은 없는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외국에서는 학생 자유만큼이나 (학생들이) 지켜야 할 책임과 원칙을 중요시하지만, 아직 한국 교육 현실에서는 두 균형이 이뤄지지 않아 오히려 교권과 학생 인권을 모두 침해하는 악순환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교사가 문제 행동을 하는 학생을 제대로 지도할 권한이 없으면 결국 교실의 다른 모든 학생들이 수업권을 침해받는다는 것이다. 또 구체적인 문제행동 지도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학부모들도 학교 관리자 재량에 의존하지 않고 투명하게 상황을 공유받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교사들은 구체적으로 아동복지법과 초·중등교육법 등 관련 법령 개정, 민원 창구 일원화, 문제 행동 지도 가이드라인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박 교수는 교권 강화 방안을 마련하되, 이로 인해 교사와 학부모 간 소통이 차단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과거 일부 교사의 과도한 체벌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면서 모든 교사의 손발을 묶어버리는 대책이 마련됐고, 그 결과 교권이 침해되고 교육이 어려워졌다”며 “만약 이번에도 일부 학부모 및 학생의 문제 행동을 해결하기 위해 이들의 손발을 묶는다면 똑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 교육청에서 학생인권위원으로 활동 중인 이윤경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장은 조례로 보장된 학부모회를 통해 교사와 학부모 간 협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부모회를 통해 민원 접수를 일원화하고, 그 과정에서 사소한 질문이나 민원 등은 학부모회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소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교사들도 학부모를 교육에서 배제하겠다는 취지가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다만 일부 교사들은 현재 일부 학부모 모임이 교사를 비판하거나 학교에 이의를 제기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긍정적인 협업을 위해서는 상호 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봤다.

정치권에서도 이달부터 교사의 수업권을 강화하는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를 적용하고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과 초·중등교육법 등 법안 개정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많은 교사들이 연가나 병가 등을 사용해 오는 4일 사망한 서이초 교사의 49재를 추모하는 집회 등에 참석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교육부는 이를 “위법”으로 규정하며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포항에서 서울까지 매 주말마다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올라가고 있다는 최 씨는 "솔직히 이게 바뀔까라는 의문도 든다"고 말한다.

"법례를 바꾸는 거는 굉장히 힘든 일이잖아요. 그래도 교사를 그만둘 생각까지 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 후회가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보자고 생각하고 있어요."

교사 시위: 거리로 나선 교사들... 교권과 학생 인권 균형 어떻게 이룰까 - BBC News 코리아

 

교사 시위: 거리로 나선 교사들... 교권과 학생 인권 균형 어떻게 이룰까 - BBC News 코리아

지난 7월 서울 서초구 서이초에서 한 젊은 교사가 교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된 이후 진상규명과 교권 회복 등을 요구하는 전례 없는 규모의 교사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교권과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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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공교육 멈춤의 날'… 전국서 집단행동 나선 교사들

극단 선택으로 사망한 서이초 교사의 49재이자 '공교육 멈춤의 날'인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에서 서이초 사망 교사 49재 추모 집회가 열리고 있다

교사들이 이날(9월 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이름 붙이고 전국 각지에서 사망한 교사를 추모하고 교권 회복을 요구하는 집단행동을 펼쳤다.

4일 오후 4시30분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앞에서 교사 및 시민 약 2만 명(주최 측 추산)이 집회를 벌였다. 서울뿐만 아니라 광주, 대전, 대구 등 전국 여러 지역 시도 교육청 앞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교사 집회가 열렸다.

집회 참가자들은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원인을 규명하고 아동학대 관련법 개정 등을 포함한 교권 보호 합의안 의결 등을 요구했다.

4일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49재 광주 추모의 날 ' 집회에서 교사들이 피켓을 들고 교권보호를 촉구하고 있다

교사들은 지난 7월 서울 서초구 서이초에서 한 젊은 교사가 교내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이후 거의 매주 주말마다 서울에서 집회를 벌여왔다. 많은 교사들은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업무 과중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을 사망 원인으로 지목하며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그리고 49일째가 되는 이날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하고 국회 앞 대규모 추모 집회를 예고했다.

앞서 서울에서 열린 주말 집회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국회 앞 집회는 특정 단체 개입 없이 교사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주최한 집회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교사 개개인이 집회 운영팀에 자원하는 방식으로 집회마다 다른 사람이 집회를 이끌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교육부가 교사들이 평일에 연가 또는 병가를 내고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을 불법행위로 보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49재 추모집회 참석을 두고 교사들 사이에서도 혼란이 발생했다. 이번 집회 운영진으로 참석한 한 교사는 대부분 집회 시작 시간이 늦은 오후로 정해진 것도 최대한 교사들이 연·병가를 쓰지 않고 참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으로 전국 초등학교(6286개교)의 0.6% 수준인 37개 초등학교가 휴업을 결정했다. 정확한 숫자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많은 교사가 이날 연·병가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사람들이 사망한 서이초 교사의 49재 추모제에 참석하기 위해 학교 앞에 길게 줄을 서 있다

이날 오전 서이초에서는 사망한 교사의 49재 추모제가 열렸다. 추모제에는 유가족과 교사들뿐만 아니라 이주호 교육부 장관,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 등이 참석했다.

지난 2일 서이초 교사의 49재를 앞두고 국회 앞에서 열린 마지막 주말 집회에는 30만 명(주최 측 추산)이 넘는 인원이 모였다. 엄청난 인파에도 불구하고 참석자들의 질서정연한 모습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사망한 서이초 교사의 49재 추모일에 학교를 방문한 사람들이 교실에서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교사 시위: 사진으로 보는 '공교육 멈춤의 날' - BBC News 코리아

 

교사 시위: 사진으로 보는 '공교육 멈춤의 날' - BBC News 코리아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앞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교사들과 시민들이 사망한 서이초 교사를 추모하고 교권 회복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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