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에 실시한 수시 평가에서도 C·D등급을 받은 기업이 19개나 됐다. 불과 몇개월 새 30여곳이 추가되는 것으로 특히 조선·해운업종 뿐 아니라 전기전자 업종도 이 명단에 대거 오를 것으로 보인다[연체는 기업 신용등급 하락원인, C.D급은 법인카드(회사카드) 사용정지]"
대기업이 1개월 이상 대출 원금과 이자를 못 갚아 은행에 연체를 한 비율이 2008년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대기업 연체율 상승은 STX조선해양이 지난 5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신규 연체가 대거 발생한 영향이 컸다.
해운·조선업 등 취약업종의 대출부실이 현실화되자 시중은행들은 대기업 여신을 줄줄이 축소하고 있다. 이에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최근 시중은행장들에게 무차별적인 여신회수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까지 했다.
◇STX조선發 대기업대출 연체율 역대최고 =1일 금융감독원의 '6월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잠정)'에 따르면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2.17%로 지난 2008년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전월 말 1.36% 대비로는 0.81%포인트 상승했다. 대기업 연체율은 잠정치 기준으로 2012년 2.36%로 올라간 적이 있으나 확정치 기준으로는 1.97%를 기록해 2%대를 밑돌았다.
대기업 연체율이 치솟았던 2012년에는 세계경기 부진으로 제조업, 선박건조업, 건설업의 신규연체가 줄줄이 급증했다. 이번에 2%대를 찍으며 사상최대치로 올라선 직접적인 원인은 STX조선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STX조선은 지난 5월말 법정관리를 신청했는데 은행권 위험노출액(익스포져)이 5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TX조선으로 인해 대기업 연체율은 약 1.4%포인트 상승하는 효과가 있었다. 다행히 국민유선방송투자회사(KIC)가 채무조정안 협상이 완료됨에 따라 대기업 연체율을 0.4%포인트 끌어내리긴 했다.
대기업 연체율은 1월말 1.14%로 1%대를 웃돌았다가 4월말 0.86%로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5월말 1.36%로 반전한 뒤 6월말 2%대를 뚫었다. 2013년 6월말 기준 대기업 연체율이 0.59%였다는 점을 감안 하면 불과 3년 만에 연체율이 3배 이상 급등한 것이다.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대기업의 재무구조가 취약해지자 구조조정 '살생부'에 오를 대기업 숫자로 날로 늘고 있다. 금감원은 이달 초 대기업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C·D 등급을 받고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기업이 30개 이상일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연말에 실시한 수시 평가에서도 C·D등급을 받은 기업이 19개나 됐다. 불과 몇개월 새 30여곳이 추가되는 것으로 특히 조선·해운업종 뿐 아니라 전기전자 업종도 이 명단에 대거 오를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도 못 믿어" 대출 조이는 은행들 =대기업의 재무구조가 취약해지자 시중은행들이 이들 기업에 대한 대출을 속속 축소 중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말 기준 대기업 대출 잔액은 163조8000억원으로 전월대비 2조9000억원 감소했다.
은행들이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인 삼성중공업 대출에 대해서도 최근 만기를 단기간으로 축소하는 것이 단적인 예가 될 수 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지난달 29일 1년 만기가 도래한 삼성중공업 대출 3000억원의 만기를 3개월만 연장했다. 이에 앞서 NH농협은행도 지난달 14일 만기가 돌아온 삼성중공업 대출 2000억원을 3개월짜리로 전환했다.
시중은행들은 대기업 대출 한도도 줄줄이 축소 중이다. 비록 대출이 실행되지 않았더라도 거액의 한도를 갖고 있는 것 만으로도 자본비율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금융당국이 나서 회수자제를 요청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8개 시중은행장과 만난 자리에서 "경기민감업종이라도 정상화가 가능한 기업에 대해서는 옥석가리기를 통해 채권단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은행들의 경쟁적인 여신회수가 확산되면 정상기업도 안정적인 경영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무차별적인 자금회수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firesoon@mt.co.kr
*법인카드란
법인 회원은 개인이 아닌 기관,단체 및 개인기업에게 발급되는 신용카드 로 기업 또는 법인 이 신용카드 의 이용의 권리 및 변제책임을 지는 카드 를 말한다
법인공용카드와 법인개별카드의 두 종류가 있다. 공용카드는 법인의 신용으로 발급되며, 카드에 법인의 이름만 새겨진다. 법인의 임직원이 사용하는 카드로, 법인계좌로만 출금되고 대금결제 및 책임은 법인이 일괄적으로 지게 된다.
개별카드는 법인명과 임직원 개인 이름이 함께 새겨지는 카드이다. 법인계좌 뿐만 아니라 개인계좌로도 출금되며, 대금결제는 개인이 책임지고 법인은 연계책임이 있다. 법인 공용카드건 개별카드건 전직원에게 법인카드를 발급해 주지는 않는다. 발급된 법인카드를 주로 회사의 경비,지출을 담당하는 직원과 판공비를 사용할 수 있는 임원들에게 주로 지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