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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L 속 끓인 2007년… 서해 연평도의 세밑 본문
“공동어로수역 北 놀이터될것… 차라리 생태보전구역으로
집집마다 억대 빚… 출어비용 마련못해 조업포기 잇따라
어장 황폐화 - 중국어선 대책 등 새정부서 꼭 풀어줬으면”
《13일 오후 4시경 국내 최대 꽃게 산지인 인천 옹진군 대연평도의 당섬 나루터.
지난달 30일 출어를 마지막으로 올해 꽃게조업이 모두 끝난 나루터에는 어선 20여 척이 줄지어 정박해 있었다.
나루터 옆 공터에는 배에서 내려놓은 어망과 어구가 산더미같이 쌓여 있었다.
달력의 날짜가 연말을 향해 하루하루 다가가며 어구를 손질하는 어민들의 발걸음도 더욱 분주해지고 있었다. 》
올 하반기 조업기간(9∼11월) 동안 연평도 어민들이 잡은 꽃게는 703t. 상반기(4∼6월) 54t의 10배가 훨씬 넘는 어획고를 올렸다.
하지만 어민들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올 한해 서해 북방한계선(NLL) 재설정 문제로 애태웠던 모습이 여전히 얼굴마다 묻어 있었다.
“좌파 정부의 망동에 시달린 아주 지긋지긋한 한 해였어. 서해5도 어민과 해군 장병들이 수십 년째 지켜 온 생명선인 NLL을 북한에 내주겠다는 게 도대체 대한민국 대통령이 할 소리야?”
최율(50) 연평도 주민자치위원장이 먼저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가 남북관계 개선을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민들의 삶의 터전인 NLL을 굳이 허물면서까지 북한의 비위를 맞추겠다는 정부의 자세가 문제라는 겁니다.”
옆에 있던 오성호 선주 박태원(47) 씨가 말을 받았다.
어민들은 10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서해에서의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해 지정하기로 합의한 공동어로수역에 대해서도 불만을 터뜨렸다.
“북한의 요구대로 NLL 이남을 공동어로수역으로 정한다면 인천 앞바다는 북한 해군의 놀이터밖에 더 되겠습니까? 통일이 될 때까지 NLL은 반드시 사수해야 합니다.”
김광춘(44) 대연평어촌계장의 말에 제성호 선주 박재복(38) 씨도 맞장구를 쳤다.
“공동어로수역이 아니라 어족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생태보전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제발 연평도에 와서 어민 목소리를 들어 본 뒤 북한과 협상하라고 전해 주세요.”
매년 감소하는 어획량은 어민들의 어깨를 더욱 짓눌렀다.
옹진수협에 따르면 연평도의 꽃게 어획량은 2000년 3063t 이후 급감하기 시작해 2004년 281t, 2005년 271t, 2006년 141t에 그쳤다.
어획량 감소는 연평도 선주들의 대출자금 증가로 이어져 선주 1인당 보통 4억∼5억 원의 빚을 지고 있다. 이 때문에 한 해 2억 원에 가까운 출어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조업을 포기하는 선주까지 나타났다.
올해도 연평도(소연평도 포함)의 꽃게잡이 어선 53척 중 20여 척만 조업에 나섰다. 내년에는 어선을 줄이는 정부의 감척사업에 따라 꽃게잡이 어선이 35척만 남게 된다.
선혜호 선주 김영희(49·여) 씨는 “정부가 추진하는 감척사업에 응해 배를 팔기로 했지만 빚을 반도 못 갚는다”며 “먹고살 길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나루터에 짙은 어둠이 내린 오후 5시. 어구 손질을 끝낸 어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숯불에 구운 생선 등을 안주로 소주잔을 기울였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19일 치러지는 제17대 대통령선거로 이어졌다.
최 위원장은 “새 정부가 출범하면 NLL 주변에서의 중국 어선의 싹쓸이조업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외교적 조치를 요구해야 할 것”이라며 “2005년부터 북한이 황해도 해주 앞바다에서 대규모 모래 채취 사업에 나서면서 황폐화하고 있는 연평어장에 대한 대책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명랑호 선주 성도경(39) 씨는 “내년에는 NLL 같은 문제없이 그저 꽃게가 풍어를 이뤄 그동안 진 빚을 정리하고 자식들 제대로 교육시키는 것이 가장 큰 소망”이라고 말했다.
연평도=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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