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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 씨 “이면계약 맺어” 이명박측 “김씨가 서류조작” 본문
여유만만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 씨(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수갑을 찬 손을 수건으로 가린 채 호송팀에 이끌려 서울중앙지검 청사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그는 쉴 새 없이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에 다소 놀란 듯했지만 이내 여유를 되찾고 웃음을 짓기도 했다. 변영욱 기자 |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41) 씨가 16일 귀국함에 따라 검찰 수사를 통해 김 씨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 사이에 얽힌 각종 의혹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까. 김 씨의 송환을 계기로 사건 쟁점을 문답식으로 정리해 본다.
▽이 후보, BBK와 ㈜다스의 실소유주인가=BBK는 김 씨가 1999년 설립한 투자자문회사다. 서류상 김 씨가 대표이사이다.
그러나 김 씨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후보가 (BBK의) 지분 100%를 갖고 있다”며 이면계약서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후보의 맏형과 처남이 대주주인) 다스가 190억 원의 거액을 BBK에 투자한 것은 이 후보 소유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다스는 2000년 3∼12월 BBK에 190억 원을 투자했다. 범여권은 당시 한 해 순수익이 30억 원에 불과한 회사가 6년간 순이익을 초과하는 돈을 투자한 점 등을 들어 이 후보가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후보 측은 “김 씨는 2001년 3월 금융감독원에 ‘BBK는 내 지분이 100%’라는 자필서명 서류를 제출했다”면서 “‘이 후보가 BBK를 창업했다’는 해당 언론보도는 오보”라고 반박했다. 또 “다스가 BBK에 투자한 경위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주가조작의 피해자인가, 공모자인가=BBK가 폐쇄된 뒤 김 씨는 광은창투를 인수해 옵셔널벤처스로 개명했다. 이후 김 씨는 유령 외국인회사 8개의 명의를 이용해 외국인 투자가가 옵셔널벤처스를 인수하는 것처럼 속여 이 회사의 주가를 4배로 부풀렸다.
김 씨는 이 과정에서 회사 자금 384억 원을 횡령해 해외 계좌로 이체했다. 문제는 김 씨가 BBK와 LKe뱅크의 법인계좌를 이용해 주가조작을 했다는 것.
대통합민주신당 측은 △BBK는 이 후보의 지분 보유 의혹이 있고 △LKe뱅크는 이 후보와 김 씨가 2000년 2월 공동 설립한 회사라는 점을 들어 이 후보도 주가조작에 공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한나라당은 “옵셔널벤처스 설립 전에 이 후보는 김 씨와의 동업관계를 정리했다”며 “김 씨가 역외펀드를 불법으로 사용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김 씨, 왜 대선 직전에 귀국했나=김 씨는 귀국 직후 “일부러 이때 온 게 아니다. 민사소송이 끝나서 왔다”고 말했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한나라당이 제기한 ‘기획입국설’을 반박하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 씨가 한국의 정치 상황을 잘 알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김 씨는 한국 법무부의 범죄인 인도 청구를 3년 동안 거부하다가 지난달 갑자기 인사보호청원 항소를 취하했다. 그 뒤 김 씨는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판검사를 골라서 벌을 줄 텐데 그 이전에 가야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인신보호요청의 효력이 끝나는 내년 7월 미국에서 추방될 김 씨가 범여권으로부터 감형 등을 대가로 회유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반박했다.
▽검찰, 대선 투표일 전에 결과 발표할까=검찰은 27일 이전이나 다음 달 7일 이전 김 씨를 기소해야 한다. 통상 기소와 동시에 김 씨의 혐의가 어느 정도 확정되기 때문에 이 후보와의 관련 여부가 드러날 수 있다.
검찰 일각에선 검찰이 후보등록일(25, 26일) 이전에 수사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 후보와의 연루 의혹을 가리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정치적으로 민감해 검찰이 급하게 수사 결과를 발표하겠느냐는 반론도 만만찮다.
결국 24일 부임할 임채진 검찰총장 내정자의 의지에 따라 수사 결과 발표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임 내정자는 1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후보 등록일 이전에 수사 결과를 발표할 것이냐”는 의원들의 질의에 “수사 상황을 봐서 결정하겠다”고만 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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