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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 결과가 우크라이나, 가자 지구 전쟁 및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
CIA Bear 허관(許灌) 2024. 10. 31. 09:08
지난해 2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연대를 보여주고자 키이우를 깜짝 방문했을 당시, 공습 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를 회상하며 "그때 무언가를 느꼈다 …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렬한 감정"이었다면서 "미국은 세계의 등대"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제 전 세계는 다음 달 초 미국인들이 자칭 '등대'의 다음 책임자로 누구를 선택할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현 부통령이 "이 불안한 시대에 미국이 후퇴할 수 없음은 분명하다"는 본인의 신념을 바탕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남긴 발자취를 이어 걸어가게 될까. 아니면 "세계주의가 아닌 미국주의"를 꿈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등대를 책임지게 될까.
현재 우리는 미국이 전 세계에 끼치는 영향력의 가치가 의심받는 세상에 살고 있다. 지역별로 강대국들은 각자의 길을 나서고 있으며, 독재 정권은 자신들만의 동맹을 구축하고 있고, 가자 지구와 우크라이나 등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전쟁은 과연 미국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불편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그러나 미국은 분명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힘을 지니고 있고, 여러 동맹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기에 여전히 중요하다.
이번 미국 대선이 전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몇몇 전문가들에게 물어봤다.
군사력
우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차장 출신인 로즈 고트모엘러는 "이러한 경고를 좋게 전달할 방법 같은 것은 없다"면서 “트럼프는 유럽의 악몽으로, NATO에서 철수하겠다는 그의 위협은 모두의 귀에 울려 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국방비는 NATO의 다른 31개 회원국 군사 예산을 모두 합친 규모의 3분의 2 수준이다. 사실 NATO 외 국가와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국방비는 중국, 러시아 등 미국 다음으로 전 세계에서 국방비 규모가 큰 10개국을 모두 합한 것보다도 많다.
트럼프는 자신이 다른 NATO 회원국들이 GDP의 2% 이상 국방비를 지출할 수 있도록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고 자랑하지만, 올해 이 목표를 달성한 회원국은 23개국뿐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예측할 수 없는 발언들을 여전히 그냥 넘어가기는 힘들다.
고트모엘러 전 사무차장은 만약 해리스가 승리하면 “NATO는 당연히 미국에 의해 잘 관리될 것”이라면서도 경고를 덧붙였다.
“해리스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승리를 위해 NATO 및 유럽연합(EU)과 계속 협력을 이어갈 준비가 돼 있지만, 유럽 국가에 대한 (국방비 증액) 압력을 거두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해리스가 대통령이 된다고 하더라도, 해리스 행정부는 민주당에 비해 해외 전쟁 지원에 덜 적극적인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할 수도 있는 하원이나 상원과 협력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미 의회가 대규모 지원안 통과를 점점 꺼리게 되면서,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든 이 전쟁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으라는 우크라이나를 향한 압력은 점점 더 커질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고트모엘러 전 사무차장은 어떤 일이 있어도 “NATO가 갈라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유럽은 “주도권을 잡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분쟁 중재자?
차기 미국 대통령은 냉전 이후 최대 규모의 힘의 대결 위험에 직면한 국제 사회 환경에서 일을 해나가야 한다.
컴포트 애로 국제위기감시기구(ICG) CEO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여전히 평화, 안보에 있어 국제 사회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존재”라면서도 “분쟁 해결을 돕는 미국의 힘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경고를 덧붙였다.
오늘날 전쟁은 점점 더 끝내기 어려워지고 있다. 현재 상황에 대해 애로 CEO는 “강대국 간 경쟁이 가속화되고, 중간 세력도 부상하면서 주요 분쟁들을 다루기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묘사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전쟁은 여러 강대국을 끌어들이고 있으며, 수단 등에서 일어나는 분쟁은 이해관계가 서로 엇갈리는 역내 세력들의 대립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일부는 평화보다는 전쟁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아울러 애로 CEO는 미국이 도덕적 고지를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 사회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행동과 가자 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행동에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습니다. 수단에서는 끔찍한 잔혹 행위가 자행됐으나, 최우선 과제로 취급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해리스의 당선은 “현 행정부가 이어짐을 의미한다”는 게 애로 CEO의 분석이다. 한편 트럼프가 당선되면 “가자 지구와 다른 지역에서 이스라엘은 더 자유롭게 행동할 수도 있으며,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없이 직접 러시아와 협상을 시도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중동 문제에 대해 해리스는 이스라엘의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확고한 지지를 따를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해리스는 “죄 없는 팔레스타인인 학살은 중단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트럼프 또한 “평화로 돌아가고, 사람들을 죽이는 일을 멈춰야 할” 때라고 발언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당신이 해야 할 일을 해라”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는 자신이 피스메이커(분쟁 중재자)라는 것에 대단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모양새다. 2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아라비아 TV’와의 인터뷰에서는 “나는 중동에 곧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는 2020년 맺은 아랍에미리트-이스라엘 협정(‘아브라함 협정’)을 확대하겠다고도 약속했다. 해당 협정을 통해 이스라엘과 일부 아랍 국가는 관계 정상화를 이뤄냈으나, 이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소외시키는 행동으로 여겨졌고, 궁극적으로 현재 전례 없는 위기 상황이 벌어지는 데도 기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 문제의 경우,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같은 ‘스트롱맨’에 대한 존경을 한 번도 숨기지 않았다.
앞서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에 쏟아부은 미국의 엄청난 군사적, 재정적 지원을 언급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고 싶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최근 선거 유세에서도 “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발을 뺄 것이다. 우리는 나가야 한다”고 연설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해리스는 “저는 우크라이나의 편에 선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한다.
“저는 계속해서 우크라이나의 편에 설 것입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가 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하지만 애로 CEO는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든 국제 분쟁 상황은 더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과의 관계
영국 출신 역사학자로, 유명한 중국 전문가이기도 한 라나 미터 교수는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 60%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에 대해 “이는 세계 경제를 덮칠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충격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및 여러 교역국에 대한 막대한 비용 부과는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가장 지속적으로 내세웠던 위협 중 하나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트럼프는 자신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강력한 개인적 유대감에 대해 자랑하기도 한다.
트럼프는 미 ‘월스트리트 저널’ 편집위원회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대만을 봉사할 경우 자신은 군사력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중국 지도자가 “자신을 존경하며, 그는 내가 XX 미친 사람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공화당과 민주당 주요 인사들 모두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가장 영향력 있는 강대국으로 부상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본다.
그렇긴 해도 미터 교수는 이들 간에 차이점이 있다고 본다.
우선 해리스가 당선될 경우 “지금과 같은 선형적 형태로 (미-중) 관계가 이어질 것”이며,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더 유동적인 시나리오”로 펼쳐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트럼프가 과연 미국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섬인 대만을 방어하러 올 것인지 그 양면성을 지적했다.
한편 중국의 지도부는 해리스, 트럼프 모두 쉽지 않으리라 본다. 미터 교수는 중국에서 “소수의 기득권층은 ‘이미 아는 어려움이 (모르는 어려움보다) 낫다’며 해리스를 선호하지만, 상당수는 트럼프를 예측하기 힘든 사업가로 보며, 이러한 예측불가능성 덕에 혹시 그럴 가능성이 작더라도 중국과 그랜드 바겐(대타협)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도 품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후 위기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설립한 세계 지도자 그룹인 ‘디 엘더스’의 의장이자, 전 아일랜드 대통령이자, 유엔 인권 고등판무관인 메리 로빈슨은 “이번 미국 대선은 미국인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왜냐하면 현재 기후와 자연 위기가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로빈슨 의장은 “기후 위기로 인한 최악의 영향을 막고, 밀턴과 같은 대형 허리케인이 일상이 되는 미래를 막기 위해서는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올해 밀턴, 헬렌과 같은 허리케인이 미국을 덮쳤음에도 트럼프는 현재의 기후 비상사태에 대처하기 위한 여러 환경 계획과 정책을 “역사상 가장 큰 사기 중 하나”라며 조롱하고 나섰다.
만약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첫 임기 때와 마찬가지로 2015년 파리 기후 협약에서 미국이 탈퇴하리라는 게 많은 이들의 예상이다.
그러나 로빈슨 의장은 트럼프라고 현재 더욱더 탄력을 얻고 있는 대세를 막을 수는 없다고 봤다.
“트럼프라고 미국의 에너지 전환을 중단하고,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친환경 보조금을 철폐할 수 없습니다 … 또한 비국가 주도의 끊임없는 기후 운동을 막을 수도 없습니다.”
아울러 로빈슨 의장은 아직 환경에 관한 구체적인 입장을 내보인 적 없는 해리스에게는 앞으로 나와 “리더십을 보여주고,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모멘텀을 바탕으로 다른 주요 탄소 배출국들이 (기후 변화 행동 실현에) 더욱더 빠르게 나설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도주의적 리더십
최근까지 UN 인도주의 사무차장 및 긴급 구호 조정관이었던 베테랑 분쟁 조정가 마틴 그리프스는 “미국은 그 군사력, 경제력뿐만 아니라 세계 무대에서 도덕적 권위로 주도할 수 있는 독보적인 영향력을 지닌 국가이기에 이번 미국 대선 결과는 엄청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프스 전 사무차장은 만약 “트럼프가 대통령직으로 복귀할 경우 이는 고립주의와 일방주의로 점철된 체재의 복귀를 의미하며, 이는 국제 사회의 불안정성만 높일 뿐”이라면서 해리스가 승리하는 상황을 더 좋게 봤다.
그러면서도 바이든-해리스 현 행정부의 중동 문제에 대한 “머뭇거림”을 지적했다.
실제로 전 세계 구호 단체들은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민간인을 노린 하마스의 살인적인 공격을 거듭 비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미국이 레바논 및 가자 지구의 민간인들이 겪는 심각한 고통을 끝내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거듭 촉구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 고위 관료들은 가자 지구에 더 많은 구호물자가 들어올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으며, 때로는 변화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비평가들은 이러한 압박도, 들어오는 구호물자의 양도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스라엘에 대한 주요 군사 지원 일부를 중단할 수 있다는 경고도 미국 대선 이후로 결정이 미뤄진 상태다.
한편 미국은 UN 체제의 최대 단일 기여국이다. 2022년, 미국의 기여 액수는 기록적인 181억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첫 임기 동안, 미국은 여러 UN 기관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줄였으며, 심지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탈퇴하기도 했다. 다른 국가들은 그 공백을 메우고자 분주하게 움직였고, 이는 트럼프가 원하던 바였다.
그러나 그리프스 전 사무차장은 여전히 미국은 없어서는 안 될 강대국이라고 본다.
“글로벌 분쟁과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전 세계는 미국이 원칙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며 책임감 있게 시험대에 나서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그리고 감히 말하건대, 우리는 더 많은 것을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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