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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테러와 이슬람 극단 무장세력 IS

CIA Bear 허관(許灌) 2024. 3. 31. 03:12

테러가 발생한 모스크바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 앞에 꽃들이 놓여있다. 지난 27일 촬영.

 

 지난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외곽의 대형 공연장에서 벌어진 무차별 테러 공격으로 140여 명이 사망하고 180명 넘는 사람이 다쳤습니다. 국제 테러 조직 IS는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자처하고 나섰습니다

 

“러시아 공격 자처한 IS”

테러 발생 다음 날인 23일,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IS-호라산(IS-Khorasan)’은 모스크바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호라산은 페르시아어로 ‘태양의 땅’이라는 뜻인데요. 지금의 이란 북동부와 투르크메니스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일대를 의미하는 말로, IS-호라산은 국제 테러 조직 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 격이라고 하겠습니다. IS-K라고도 하는 IS-호라산은 지금은 거의 궤멸하다시피 한 IS 세력 중에서는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세력입니다.

IS-호라산은 이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약 90초 분량의 테러 영상도 공개했는데요. 해당 영상은 BBC 등에 의해 진짜로 확인됐습니다.

사건 초기, 러시아 정부는 IS의 소행이라는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용의자들이 범행 후 우크라이나로 도주하려고 했다면서, 우크라이나가 사건의 배후에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그런데 며칠 후, IS의 소행이라고 말을 바꿨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크라이나가 사주했거나 또는 배후에 있다는 주장은 고수했습니다.

“IS는 왜 러시아를 겨냥했나?”

그렇다면 IS는 왜 러시아를 겨냥해 이런 대형 테러를 저질렀을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우선 IS-호라산이 직접 한 이야기부터 살펴보는 게 좋겠는데요. IS 호라산은 테러 발생 사흘 후인 25일, 30쪽 분량의 성명을 내놨습니다.

“모스크바 공격 이후: 민병대(militia)의 슬픔과 공포’라는 제목으로, 여기서 민병대는 아프가니스탄 현 집권 세력인 탈레반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IS-호라산은 성명의 대부분을 탈레반을 비판하는 데 할애하고 이번 공격을 자행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는데요. 하지만 성명에서 “러시아가 우리 움마(무슬림) 모스크와 신학교, 주택과 마을을 맹목적인 폭격으로 파괴할 권리가 있느냐”고 질문함으로써, 러시아 정부의 이슬람 정책에 반감이 있다는 것을 짐작하게 했습니다.

지난 24일 모스크바 법원에 출두한 공연장 테러 용의자들. 왼쪽부터 달레르존 미르조예프, 사이다크라미 라차발리조다, 무하마드소비르 파이조프, 샴시딘 파리두니

 

“러시아와 이슬람”

러시아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아프가니스탄, 체첸, 시리아 등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이슬람 세력의 반감을 샀습니다.

러시아의 전신인 소련은 1979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고 이는 역내 이슬람 세력의 반소련 감정을 고취시키는 빌미가 됐습니다.

여기에 소련 붕괴 후 드러난 종교적 이질감도 큰 몫을 차지했는데요. 러시아는 약 1억 명 인구가 기독교의 한 분파인 러시아 정교회 신자들입니다. 반면 체첸 등 북코카서스 지역에는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특히 체첸은 1990년대 러시아로부터 분리 독립하기 위해 두 번이나 러시아와 전쟁을 치렀는데요. 이들을 강경 진압하며 득세한 인물이 바로 푸틴 대통령입니다.

10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 내전에 대한 러시아의 개입도 이슬람, 특히 수니파들의 적개심을 높이는 요인이 됐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지원하고 있는데요. 시리아는 국민의 대다수는 수니파인 반면 지배 계급은 소수인 시아파가 차지하고 있는 구조라서 오랜 갈등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아사드 정권에 대한 러시아의 지원이 극단적인 수니파 무장세력인 IS의 적개심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는 분석입니다.

또한 러시아는 수년 전부터 중동에서 군사적, 정치적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는데요. 이에 반감을 가진 이슬람 무장세력이 결집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러시아를 겨냥한 이전의 IS 공격들”

IS나 그 연계 세력이 러시아나 관련 시설 등을 공격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15년, 224명을 태운 러시아 비행기가 이집트 시나이반도 상공에서 폭발해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는데요. 현지 IS 세력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습니다.

IS는 2017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도 자신들이 저질렀다고 주장했습니다.

IS는 2022년 카불 주재 러시아 대사관을 공격해 다수가 사망한 사건도 자행했습니다.

‘IS, ISIS, 다에시”

IS는 ‘Islam State’, ‘이슬람국가’의 약칭입니다. 스스로 국가라고 부르지만, 미국 등 대부분의 서방 국가는 정식 국가로 오인되는 것을 막기 위해, ‘IS’ 또는 ‘ISIS’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IS를 극도로 혐오하는 측에서는 ‘다에시(DAESH)’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짓밟다’ ‘파괴한다’ 등의 뜻을 가진 아랍어 ‘다샤’와 발음이 비슷해, IS는 이를 자신들을 모욕하는 호칭으로 여긴다고 합니다.

미국에 대한 9.11 테러 공격을 자행한 국제 테러 조직 ‘알카에다’의 연계 조직이었던 IS가 시리아와 이라크 전역에 ‘칼리프 국가’ 수립을 선언한 지 10년이 지났습니다.

한창 전성기 때는 영국 크기만 한 지역을 장악하기도 했지만, 미국 주도 연합군의 공세 속에 2019년에는 우두머리까지 사망하면서 지금은 기세가 거의 다 꺾였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중동 일대와 유럽 등지에서 공격을 자행하는 것으로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내 왔습니다.

이번 모스크바 테러 공격을 자신들이 저질렀다고 나서는 것 역시 줄어들고 있는 자신들의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해서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테러 사태로 불에 타 골조를 드러낸 러시아 모스크바의 '크로커스 시티홀' 외관. 지난 26일 촬영.

 

“미국 정부의 사전 정보 공유, 러시아의 반응”

미국은 이달 초, 러시아에 있는 미국민에게 공개 경보를 내리고, 러시아 정부에도 대규모 집회 등을 겨냥한 테러 공격 가능성이 있다고 알렸습니다.

에이드리언 왓슨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미국 정부가 러시아 정보 당국과 모스크바 시내 공연장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대한 임박한 공격 계획 정보를 공유했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관도 극단주의자들이 콘서트를 포함해 모스크바에서 대규모 집회를 표적으로 삼을 계획이 임박했다는 정보를 주목하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놨는데요. 푸틴 대통령은 이 경고를 러시아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기 위한 선전 선동이라고 일축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400명에 달하는 사상자가 나온 대형 참사가 벌어지면서 러시아 정부는 사전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는데요.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관리들이 IS 조직원들의 소행을 인정하면서도 우크라이나 배후설을 계속 주장하는 것은 이런 책임론을 피하고 전쟁의 당위성을 이어가기 위한 시도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모스크바 테러 ISIS-K, 시아파 돕는 러시아에 오랜 원한

지난 22일 러시아 국가방위군 요원이 대규모 테러가 발생한 모스크바 크로커스 콘서트홀 인근에서 경계 근무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최소 143명이 숨지고 360명 이상이 부상한 지난 3월 22일 러시아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를 계기로 극단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과 러시아의 오랜 악연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ISIS-K가 왜 러시아를 공격 대상으로 삼았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명이 가능하다. 우선 러시아는 ISIS-K의 여러 적중 하나다.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중앙아시아를 중심으로 활동해온 ISIS-K는 이슬람을 개혁해 경전인 『쿠란』 대로 살아야 한다는 이슬람 수니파의 와하비즘과 7세기 초 이슬람 관습·샤리아(이슬람 규범과 이슬람법)를 따라야 한다는 살라피즘이 결합한 원리주의를 신봉한다. 이들은 자신들과 종교·종파·생각이 다른 모든 세력을 상대로 지하드(성전)를 벌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ISIS-K는 우선적으로 이스라엘과 유대인을 적으로 간주하며 증오와 분노를 분출해왔다. 아울러 러시아는 물론 미국·영국·캐나다를 비롯한 서방의 모든 기독교도를 말살해야 할 이슬람의 적으로 보고 이들을 상대로 성전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ISIS-K가 스스로 공개한 모스크바 공격 과정을 담은 비디오에는 ‘기독교도를 살해하라’는 말이 나온다. ISIS-K가 러시아를 처단해야 할 기독교 세력의 하나로 여겨 이번 테러 공격에 나섰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ISIS-K는 이슬람 내에서도 종파가 다른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서북부 거주 이슬람 시아파를 비난하고 공격해왔다. 심지어 같은 수니파인 탈레반 세력과도 더욱 엄격한 교리와 투쟁성을 내세우며 ‘선명성 경쟁’을 벌여왔다. 뿐만 아니라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전 세계 대부분의 무슬림 국가 지도자들을 이슬람을 배신한 ‘배교 세력’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여기에는 파키스탄·튀르키예·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등이 포함된다. ISIS-K가  이슬람권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독불장군’으로 불리는 이유다.

ISIS-K는 이들 국가 중 특히 러시아에 오랫동안 원한을 품어왔다. 근원은 ISIS-K가 생기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프가니스탄이 1979~89년 10년 동안 소련에 점령된 것을 그 시작으로 볼 수 있다.

1994~96년 캅카스의 무슬림 지역인 체첸에서 러시아로부터 분리를 원하는 독립파 무장세력과 이를 저지하려는 러시아 사이에 벌어진 1차 체첸 전쟁도 무슬림 극단주의 세력이 러시아에 원한을 품게 된 계기 중 하나다. 막대한 피해에도 1차 전쟁에선 독립파가 승리를 거뒀지만, 1999~2009년의 2차 전쟁에선 러시아군이 친러 체첸인의 지원과 대부분 무슬림인 주민에 대한 잔혹한 초토화 작전으로 체첸 수도 그로즈니를 점령했다.

2011년 발발해 지금도 계속 중인 시리아 내전은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의 불만을 불렀다. 러시아가 친러·시아파인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정권을 지원하면서 반군·민간인, 그리고 테러세력 이슬람국가(IS)의 핵심과 알카에다 연계 세력에 대해 대대적인 폭격을 가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아프가니스탄에선 ISIS-K와 대립한 탈레반 세력을 지지했다. ISIS-K가 2022년 9월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러시아 대사관을 테러 공격해 2명의 외교관을 살해한 것은 러시아의 친 탈레반 정책에 앙심을 품은 결과로 보인다. 앞서 2021년 8월 ISIS-K가 카불 공항에서 철수하는 미군을 타깃으로 폭탄 공격을 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ISIS-K가 탈레반과 선명성·과격성 경쟁을 벌인 결과다. 타지크인과 우즈베키스탄인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출신 무슬림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러시아 사회와 당국의 처우도 이들의 불만에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과 대외정보국(SVR)은 이슬람 세력의 준동을 우려해 무슬림 이주노동자를 감시하면서 수시로 연행하고 심문해왔다.

이번 모스크바 테러범들의 고향인 타지키스탄이 중앙아시아에서 차지하는 독특한 위상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워싱턴대 연구에 따르면 타지크인은 전 세계 각지에 1900만~260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본국인 타지키스탄(인구 1000만 중 870만 명)보다 아프가니스탄(800만~1500만 명), 우즈베키스탄(800~1200만 명) 등 외부에 더 많이 정착했다. 러시아에도 40만 명 정도가 이주노동자로 살아간다.

타지크인은 이란에서 주로 사용하는 파르시(페르시아어)의 방언을 사용한다. 아프가니스탄과 중앙아시아는 역사적으로 페르시아의 세력권으로,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타 민족끼리 상호 소통을 위한 링구아 프랑카(Lingua Franka·소통 공용어)로 파르시를 사용한다. 이란에선 민족과 상관없이 국민 대다수가 시아파 무슬림인 데 비해 타지크인은 대부분 수니파다.

ISIS-K는 2015년 파키스탄 탈레반의 지역 지휘관이던 하피즈 사이드 칸이 IS에 충성을 맹세하면서 설립됐다. 호라산은 이란 동북부의 동호라산주·남호라산주·호라산에라자비주 등 3개 주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일부까지 포함한 역사·지리적 공간을 가리킨다. IS의 ‘테러 선교사’가 호라산에 파견된 게 아니라 현지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이 IS의 프랜차이즈를 자처하면서 탄생한 셈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들이 과격한 주장을 하면서 잔혹한 이슬람 테러를 주도해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설립 초기에는 과격한 주장에도 그리 위협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미국 정보당국과 싱크탱크 등에 따르면 이 조직은 2017년 이후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과 200회 이상 교전하면서 호전성과 공격력을 키웠다. 2019년 결혼식장 자폭테러, 2020년 카불대 총격사건을 벌여 민간인을 살해했으며, 2021년 이후에는 미군과 철수 교섭을 했다는 이유로 카불 공항에서 테러를 벌였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의 망명자 수용과 관련한 글로벌 보안 정보를 제공해온 유럽연합 망명기구(EUAA)는 “ISIS-K는 2022년 이후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등에서 연속적인 테러를 자행하면서 공격 능력을 극대화했다”고 평가했다. 목소리만 높던 극단주의 주장이 실질적인 글로벌 위협으로 성장한 것이다. 이에 따라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미국과 서유럽을 비롯한 서방은 물론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도 맞서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극단주의자들의 위협은 러시아에 국한되지 않고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로 확산할 태세다. 아프가니스탄·중앙아시아와 접경한 중국도 안심할 수 없다.

모스크바 테러 ISIS-K, 시아파 돕는 러시아에 오랜 원한 | 중앙일보 (joongang.co.kr)

 

모스크바 테러 ISIS-K, 시아파 돕는 러시아에 오랜 원한 | 중앙일보

최소 143명이 숨지고 360명 이상이 부상한 지난 3월 22일 러시아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를 계기로 극단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과 러시아의 오랜 악연이 새삼 주목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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