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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vs 의료계...의료개혁 둘러싼 주요 쟁점은? 본문
정부 vs 의료계...의료개혁 둘러싼 주요 쟁점은?
CIA bear 허관(許灌) 2024. 2. 26. 07:44
의대 입학 정원 확대를 포함한 의료개혁안을 두고 정부와 의사들이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일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 계획을 발표했다. 오는 2025학년도부터 5년 동안 의대 입학정원을 2000명 늘려 연간 총 5058명을 선발하겠다는 방안이다.
정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는 의료인력 확충안뿐만 아니라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 등 크게 네 가지 의료개혁안이 담겼다.
의사들은 정부 정책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다음 달 전국 집회를 계획하는 등 정부 압박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1일 오후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점검 결과 사직서 제출자는 소속 전공의의 약 74% 수준인 9275명이다.
아직 사직서 수리가 이뤄진 사례가 없는 것으로 파악되는 상황에서 근무지를 이탈한 이들은 이 중 8000명을 넘었다. 정부는 근무지 이탈이 확인된 전공의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
의대생들도 휴학으로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22개 의과대학에서 3025명이 휴학을 신청했다.
정부와 의사들의 입장이 이렇게 강하게 충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 2000명' 증원 근거는?
현재 전국 40개 의과대학 입학정원은 총 3058명으로, 2006년 이후 19년째 동결 상태다.
이전 정부에서도 의대 입학 정원을 확충하려는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의사들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2020년 문재인 정부는 매년 400명씩, 10년간 총 4000명을 증원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증원을 얘기할 때 가장 흔히 인용되는 수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기준 의사 수다. 2021년 기준 국내 인구 1000명당 임상 의사 수는 2.6명(한의사 포함)으로, 30개 회원국(평균 3.7명) 중 멕시코(2.5명) 다음으로 가장 적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의협)는 한국과 의료체계가 비슷한 일본(2.6명)이나 미국(2.7명)과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의료접근성이나 1인당 외래 진료 횟수 및 입원 일수 등 다른 지표의 경우 OECD 상위권이라고 주장한다.
2000명을 ‘단번에’ 증원한다는 점에서도 반발이 거세다.
정부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서울대학교 연구 등을 토대로 의대 증원을 하지 않으면 오는 2035년에는 의사 1만 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의대 교육 기간(6년)과 전공의 수련 기간(4~5년)을 고려할 때 2025년 의대 증원 효과는 빠르면 2031년, 늦으면 2036년 이후에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연간 2000명보다 더 적은 숫자로 증원할 경우 의료 공백기가 길어진다는 것이다.
의료계에서도 의사 증원 자체는 필요하다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다만 현재 입학 정원의 65%에 해당하는 인원을 한번에 증원하는 것은 의대 교육 질 저하를 비롯해 시스템적으로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가까운 미래에 의사 수가 부족할지를 두고도 의견이 엇갈린다.
정부는 국내 인구가 빠르게 고령화하고 있는 데다가, 고령 의사들의 은퇴까지 고려하면 향후 의료 서비스 수요가 의사 공급을 크게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2일 브리핑에서 “2035년 65세 이상 인구수는 현재보다 70% 늘어나 결과적으로 입원일수는 45%, 외래일수는 13% 증가할 것"이라면서 "2035년 인구가 약 1.6% 감소하더라도 고령인구의 증가로 의료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은 예정된 미래"라고 설명했다.
반면 의사들은 저출생으로 인해 국내 인구 자체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인구당 의사 수가 크게 부족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의료 불균형' 해결할 수 있나?
정부와 의사들이 모두 공감하는 문제는 지역 및 전공별 ‘의료 불균형’이다.
현재 의료 문제 핵심은 의사들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그중에서도 피부과와 성형외과, 안과 등을 선호하면서 내·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가 약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성형외과 의원 의사 수는 최근 10년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피부과 의사도 40%가량 늘었다.
2024년도 상반기 레지던트(전공의) 모집 결과에서도 성형외과와 피부과는 모집 인원을 훌쩍 넘는 인원이 지원했지만, 소아청소년과(25.9%), 산부인과(67.4%), 응급의학과(79.6%) 등은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진료과별 선호도에는 소득과 의료사고에 대한 부담감 등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인력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안과 의사 평균 연봉은 약 4억5837만원, 피부과는 3억263만원 등으로 의사 평균 연봉(2억3070만원)보다 높았다. 반면 소아청소년과는 약 1억원으로, 진료과 중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연봉이 유일하게 감소했다.
의사들은 현행 정부안으로는 이러한 현상을 해결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의대 졸업생이 많아지더라도 수도권과 인기과 선호 현상은 여전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방 의대를 졸업하고 수도권으로 돌아오거나, 필수의료 분야를 전공하더라도 결국에는 피부과, 성형외과 등을 개원하거나 페이닥터로 일하는 이들이 많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의사들은 정부가 국민 안전을 이유로 강경 대응에 나설수록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반면 정부는 의사 수 증가로 인기과 경쟁이 심화하고, 수가 조정이나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 완화 등 별도의 필수의료 지원책이 수반된다면 의료 불균형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 지방 의대의 지역 인재 선발 비중을 60% 이상으로 높이고 정착 지원을 제공하는 등 지방 의대 출신이 해당 지역에 남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정부 필수의료 패키지에는 대학병원·종합병원 의사 유출을 막기 위한 건강보험 급여·비급여 항목 ‘혼합진료’ 금지와 비의료인에게도 미용 시술을 허용하는 등의 방안이 포함돼 있으나, 의사들의 주요 소득원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보상은 적절한가?
정부는 의사들의 주요 요구사항인 의료 수가 인상안과 의료 소송 부담 완화안을 내놨지만, 구체성이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수가란 진료·검사·수술·처치 등 의료서비스에 대해 건강보험공단에서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돈을 뜻한다.
정부는 필수의료분야 수가 개선을 위해 10조원 이상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재원 마련 등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어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또 구체적으로는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특성상 입원보다는 단순 진료만 받는 환자 비중이 높은데, 정부가 제안한 수가 개선안은 입원 환자 기준으로 책정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에 따르면 국내 소청과 평균 진료비는 약 1만3000원으로 미국이나 일본의 10분의 1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 증원: 의료개혁 둘러싼 주요 쟁점, 의사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 BBC News 코리아
의사파업 언제까지 갈까..비대면 진료 확대 등 정부 임시 대책에 실효성 의문
23일 정부가 의료계 집단행동에 따른 대응책을 발표한 가운데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는 이날 보건의료재난 위기경보를 최상위인 ‘심각’으로 상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등 감염병 상황을 제외하고 보건의료 위기 단계가 '심각' 단계로 발령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한덕수 국무총리는 공공 의료기관 진료 시간의 전면 확대, 중증 및 위급환자의 이송과 전원을 컨트롤하는 광역응급상황실 신설, 응급환자 최종 치료 수가 확대를 통한 병원에서의 임시 및 의료 인력 추가 채용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한 총리는 또 "필수 치료가 지연되는 병원의 인력 수요를 파악 중이며 이곳에 공보의와 군의관을 지원하겠다"며, 비대면 진료를 전면 확대해 원활한 일반 진료를 돕겠다고 말했다.
22일 오후 10시 기준 주요 94개 병원에서 80%에 육박하는 소속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된다.
보건복지부는 업무개시명령에도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에 '의사면허 정지'를 내세웠으나 의료 공백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와 의사 단체의 기한 없는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며 환자들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 대응책, 과연 효과 있을까
김윤 서울대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BBC코리아에 한 국무총리가 발표한 의료계 파업 관련 조치 방안이 "효과가 없진 않겠지만 그 효과가 크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 교수는 "지금은 의료 이용량 전체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중증 및 응급환자의 진료는 계속 유지하되 비응급이나 비중증 환자의 진료는 뒤로 미루거나 아랫급의 병원으로 내려 보내야 하는 것이지 무작정 (남아 있는) 의료진들에게 환자를 더 많이 받으라고 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한 국무총리가 발표한 대책 중 하나인 진료 시간 확대에 대해서도 "남아 있는 의료진을 번아웃시키는 효과를 동시에 낼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형선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 교수는 한 국무총리의 대안책이 "급한 불을 끄는 차원으로 해석이 된다"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공공병원 진료 시간 연장 방안에 대해선 "충분치는 않더라도 공공병원에서도 기본적인 의료시설과 의사들도 갖춰져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보충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며 정부 차원에서 가능한 모든 방안을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아 있는 의료인들의 번아웃 우려에 대해 "지금 정부에서 이야기하듯 평상시보다 더 많이 진료하는데 따른 부분을 비용 보상으로 보완하는 수 밖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제는 전공의들이 다 빠져나가더라도 환자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강구해야 할 때”라며 세 가지의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먼저 대학병원은 중환자 위주로 진료를 하도록 할 것과 PA 간호사들의 적극적인 활용을 제시했다. 보건복지부가 시행규칙 고시를 개정해 현재 ‘법외존재’로 활동하고 있는 PA들이 전공의 대체 긴급 투입이 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마지막으로 “수술 및 진료 취소로 환자 수가 줄어 간호사 인력에 여유가 있으니, 그 간호사들을 중심으로 환자들의 전원의뢰 및 조정을 담당하는 콜센터를 대학병원별로 설치해 운영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료 대란, 얼마나 갈까?
BBC코리아 취재 결과, 서울시를 포함한 수도권 병원들은 ‘응급환자 위주 원칙’으로 전공의의 부재를 메우고 있었다.
가천대 길병원 관계자는 23일 기준 소속 전공의 196명 중 174명이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그 중 일부 출근한 전공의의 경우 중환자나 응급환자를 위주로 진료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사직서를 낸 전공의 수를 밝히긴 어려우나 현재 30% 이상의 수술 및 진료 건이 조정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BBC코리아에 전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소속 전공의 102명 중 71명이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병원 차원에서 전문의 비상 근무조를 편성해 필수의료 및 응급의료 진료 공백을 채우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2월 말까지 전문의 비상 근무조로 유지를 할 계획이나, 공백 기간이 예측 불가한 상황에서 중장기적인 대책을 세울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 교수는 “사직서를 제출하는 전공의가 더 늘 것으로 예측한다”며 ‘의료 대란’이 최소 두세 달 이상 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판단과는 달리 의사들이 의대 정원 증원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기 때문에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은 쉽지 않을 거예요. 그러면 정부의 (전공의에 대한)처벌이 이뤄질 것이고, 의사들은 처벌에 반대해서 더 파업하고… 상황이 이렇게 되면 사태가 장기화될 수 밖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 교수는 “결론은 의대 정원이 몇 명인지를 두고 정부와 전공의 간 대치인 것인데, 정부 입장에서도 정책 회수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사들의 의대 정원을 늘리기 싫다는 마음 뒤에 명분이 없잖아요. 결국은 자신들의 밥그릇 지키기, 사다리 걷어차기 행위인데 여기에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회수하는 것으로 협상이 마무리되면 (전공의의) 이러한 ‘떼쓰기 행동’에 정책이 계속 무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정부도 그런 선택을 하긴 어려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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