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7.4 공동성명 50주년...'남북 대화의 틀' 마련

지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난 남북정상. 북한은 7.4 공동성명 50주년을 맞아 남측이 그동안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북한이 7.4 남북공동성명 발표 50주년을 맞은 4일 한국 정부가 그동안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북측은 대외선전매체 '조선의오늘'을 통해 "7월 4일은 조국 통일 3대 원칙을 북과 남의 공동의 통일강령으로 겨레의 가슴에 깊이 새겨준 뜻 깊은 날"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한반도에서 대결과 긴장 격화의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은 역대 한국 정부가 '자주와 평화통일, 민족 대단결 등 조국통일' 3대 원칙을 외면하고 남북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남조선 역대 집권 세력은 민족 자주가 아니라 한미동맹 강화만을 염불처럼 외워댔으며, 동족을 '주적'으로 선정하고 흡수 통일의 망상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대결을 선동하는 불순한 언행들을 거리낌 없이 늘어놓았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남조선 당국의 외세 추종과 뿌리 깊은 동족 대결 의식, 사대적 근성을 뿌리 뽑지 않고서는 민족 문제에서 해결될 것이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남북 최초의 자발적 합의… '대화의 틀' 마련

7.4 공동성명은 1972년 7월 4일 남북한이 분단 이후 최초로 통일과 관련해 합의·발표한 것으로,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을 통일의 3대 원칙으로 정했다.

합의 당사자는 박정희 당시 한국 대통령과 북측 김일성 주석이다.

현재 남북관계 경색에도 불구하고 7.4 공동성명은 남북 간 자발적으로 이뤄진 첫 합의인 만큼 그 의미 자체가 상당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통일부 차관을 지낸 김형석 한국통일외교협회장은 BBC 코리아에 "서로 생각이 다른 주체 간에 힘 겨루기가 아닌 대화와 협력의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특히 7.4 공동성명 합의 이후 남북간 대화 채널과 통신연락선, 실무회담 등이 마련돼 결국 남북 정상회담에까지 이를 수 있었다는 것.

김형석 회장은 "북한이 7.4 공동성명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향후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이 필요할 때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일종의 기본 요소가 갖춰져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통일의 메아리'는 이날 7·4 공동성명을 가리켜 '조국 통일의 초석'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7.4 공동성명은 남북 간 자발적으로 이뤄진 첫 합의인 만큼 그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임재천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도 "남북한이 통일을 지향하고자 한다면 7.4 공동성명의 합의정신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대외적 상황이나 한국 내 통일의식 등 여러 여건이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2021 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한국 국민 10명 중 4명만이 통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44.6%로, 2007년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게 나타났다.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답의 비중은 29.4%로 특히 20대(42.9%)와 30대(34.6%)에서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

임 교수는 북한이 사실상 핵 보유국이 되면서 향후 남북 간 경제∙사회문화 교류 등 다양한 활동들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이날 서울에서 열린 7·4 남북공동성명 50년 기념식에서 "남북회담의 구조를 더욱 적극적으로 변화,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또 향후 남북회담이 성사된다면 북한 비핵화와 정치∙군사적 신뢰 구축 문제 등을 반드시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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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공동성명 50주년...'남북 대화의 틀' 마련 - BBC News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