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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잡을 사람이 한 패 됐다"..올해의 사자성어 '묘서동처' 본문

->제1, 2, 3공화국 구분(북한역사)/許灌 머리소리함의 漢文, 漢字書堂

"도둑 잡을 사람이 한 패 됐다"..올해의 사자성어 '묘서동처'

CIA bear 허관(許灌) 2021. 12. 12. 14:59

정상옥 전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총장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된 ‘묘서동처’(猫鼠同處)를 행서체로 휘호했다. (교수신문 제공

‘도둑을 잡아야 할 사람이 도둑과 한 패가 됐다.’

전국 대학교수들이 올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가장 많이 택한 ‘묘서동처(猫鼠同處)’의 뜻이다.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다는 뜻의 묘서동처는 위아래 벼슬아치들이 부정 결탁해 나쁜 짓을 함께 저지르는 상황을 의미한다.

교수신문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전국 대학 교수 8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의 사자성어로 29.2%가 묘서동처를 꼽았다고 12일 밝혔다. 쥐는 몰래 집에 들어와 곡식을 훔쳐 먹고, 고양이는 쥐를 잡는 동물이다. 그런데 이 둘이 같이 있는 상황에 대해 중국 역사서 구당서(舊唐書)는 도둑을 잡는 자가 도둑과 한통속이 됐다고 지적한다.

묘서동처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나라 전체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각종 부정부패를 보면서 ‘이게 나라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국정을 엄정하게 책임지거나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시행하는 데 감시할 사람들이 이권을 노리는 사람들과 한통속이 돼 이권에 개입하거나 연루된 상황을 수시로 봤다”고 밝혔다.

묘서동처를 선택한 다른 교수들도 비슷한 취지로 답했다. 한 60대 인문계열 교수는 “‘초록은 동색’이라는 말처럼 정치 지도자들의 행태는 여야를 막론하고 겉모습만 다를 뿐, 공리보다는 사욕에 치우쳤다”고 지적했다. 내년 대선을 걱정하며 묘서동처를 택한 교수들도 있었다. “상대적으로 덜 나쁜 후보를 선택해 국운을 맡겨야 하는 상황”, “누가 덜 썩었는가를 경쟁하듯, 리더로 나서는 이들의 도덕성에 의구심이 가득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5위 사자성어도 혼란스럽고 어려웠던 올 한 해를 반영했다. 2위(21.1%)는 ‘인곤마핍(人困馬乏)’이었다. 중국 후한 말 유비가 긴 피난길에 ‘날마다 도망치다 보니 사람이나 말이나 기진맥진했다’고 한 말에서 나온 사자성어다. 인곤마핍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서혁 이화여대 교수는 “코로나19를 피해 다니느라 온 국민도 나라도 피곤한 한 해였다”고 말했다. 인곤마핍은 40대 교수 사이에서는 묘서동처와 함께 공동 1위였다. 교수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로 힘든 시국에 정치판도 비상식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비판이 나왔다.

3위(17.0%)는 진흙탕에서 서로 싸우는 개라는 뜻의 ‘이전투구(泥田鬪狗)’였다. 정태연 중앙대 교수는 “국민은 코로나19와 높은 물가, 집값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데 정치인들은 권력에 눈이 멀어 서로 비방하며 싸운다”며 “국민 눈에는 한심하고 혐오스럽게 보이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4위(14.3%)는 ‘각주구검(刻舟求劍)’이었다. 칼을 강물에 떨어뜨리자 뱃전에서 자리를 표시했다가 나중에 찾으려 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판단력이 떨어지고 융통성 없이 어리석은 사람을 비판하는 고사성어다. 김윤철 경희대 교수는 “부동산, 청년 문제 등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현실 정치권을 빗대어 표현하기 위해 추천했다”고 밝혔다.

‘백척간두(百尺竿頭)’가 5위(9.4%)였다. 백 자나 되는 높은 장대 위에 올라섰다는 뜻으로 몹시 어렵고 위태로운 지경을 의미한다. 송혁기 고려대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혜를 모아 산적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에도 숨 가쁜 현실인데 대선을 둘러싼 정치판을 보면 아무런 희망을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교수신문은 2001년부터 매년 사회상이 담긴 사자성어를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yena@donga.com

묘서동처(猫鼠同處)는 중국 당나라 역사를 기록한 ‘구당서’에 처음 등장한다. 당시 지방의 한 군인이 자신의 집에서 고양이와 쥐가 같은 젖을 빨고 서로 해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상관에게 이를 보고했고 그 상관이 쥐와 고양이를 임금에게 바쳤다.

이를 본 관리들은 상서로운 일이라며 반겼지만 오직 최우보란 사람만이 “실성한 일”이라고 한탄했다. 쥐를 곡식을 훔쳐먹는 도둑이고 고양이는 쥐를 잡는 천적이기에 함께 살 수 없는 존재가 서로 한패가 된 세태를 비판한 것이다.

 

통념상 쥐는 곡식을 훔쳐먹는 ‘도둑’에 비유되고, 고양이는 쥐를 잡는 동물로 여겨진다. 때문에 쥐와 고양이가 함께 있다는 것은 ‘도둑을 잡아야 할 사람이 도둑과 한패거리(한통속)가 됐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