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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사자성어 ‘아시타비’···코로나에도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

CIA Bear 허관(許灌) 2020. 12. 20. 14:32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아시타비’(我是他非)였다. 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이른바 내로남불을 한자어로 옮긴 것으로,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정치·사회 전반에 소모적인 투쟁이 반복됐다는 것이다.

 

교수신문은 지난 7~14일 교수 9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588(32.4%·복수응답)아시타비를 선택했다고 20일 밝혔다.

 

아시타비는 같은 사안도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이중잣대를 한자어로 옮긴 것으로, 사자성어보다는 신조어에 가깝다. 1990년대 정치권에서 이중잣대를 비판하는 관용구로 쓰이던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최근 내로남불로 줄여 쓰이면서 아시타비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신조어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수들은 어느 사회든 나름의 갈등이 있지만, 올해 코로나19 확산이라는 국가적 위기에서도 정치·사회적으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아시타비의 자세가 두드러졌다고 평가했다. 특히 정치권을 향해 다수당 입장에서는 다수결 원칙에 따른 의사결정이 민의를 대변하는 것이지만, 소수당 입장에서는 그것이 권력의 전횡이요, 독재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시타비를 추천한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소위 먹물깨나 먹고 방귀깨나 뀌는 사람들의 어휘 속에서 자신에 대한 반성이나 성찰, 상대를 위한 건설적 지혜와 따뜻한 충고, 그리고 상생의 소망을 찾아보기 어렵다아시타비가 올해의 우리 사회를 대변하는 사자성어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는 사실에 서글픈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는 올 한해 유독 정치권이 여야 두 편으로 딱 갈려 사사건건 서로 공격하며, 잘못된 것은 기어코 남 탓으로 공방하는 상황이 지속됐다고 생각했다정치적 이념으로 갈라진 이판사판의 소모적 투쟁은 이제 협업적이고 희망스러운 언행으로 치유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시타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396(21.9%)이 선택을 받은 사자성어는 후안무치’(厚顔無恥)였다. 낯이 두꺼워 뻔뻔하고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뜻으로, 아시타비와 같은 의미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빗댄 첩첩산중’(疊疊山中)4위에 꼽혔다. 코로나19로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상황에서 조류독감과 돼지열병까지 겹친 현실을 나타낸 것이다.

교수신문 2020년 올해의 사자성어, '아시타비(我是他非)' "나는 맞고 당신은 틀렸다"

교수신문이 주관하는 스무 번째 ‘올해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가 뽑혔다. 아시타비는 글자 그대로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라는 뜻을 갖는다.

원전은 따로 없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한문으로 옮긴 성어로 사자성어보다는 신조어에 가깝다. 신조어가 선정된 것은 처음이다. 6개의 사자성어 후보를 두고 906명의 교수가 각각 두 개씩 골라, 도합 1천812표가 집계됐다. 이 중 32.45%에 달하는 588표가 아시타비에 몰렸다. 교수들은 한국사회의 2020년을 ‘내로남불의 해’로 규정했다.

 

아시타비는 두 교수의 추천을 받았다. 정태연 중앙대 교수(심리학과)는 “모든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고 서로를 상스럽게 비난하고 헐뜯는 소모적 싸움만 무성할 뿐 협업해서 건설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최재목 영남대 교수(철학과) 역시 “여야, 진보와 보수,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 사이는 물론 코로나19 바이러스 발생을 두고서도 사회 도처에서 ‘내로남불 사태’가 불거졌다”라는 평을 보탰다. 정계를 중심으로 뻔뻔스런 말이 들끓어 사회 전반에 극심한 피로만 낳았다는 진단이다.

설문에 응한 교수들도 문제 의식을 같이 했다. “조국에 이어 추미애, 윤석열 기사로 한 해를 도배했는데 골자는 한 줄이다. ‘나는 깨끗하고 정당하다’”(예체능∙40대), “진보 정권은 잘못을 인정하는 일이 없고 보수 세력은 과거를 뉘우치지 않는다”(사회∙60대), “도덕적 시비에 빠진 적폐청산과 야당의 방어전략으로 추상적, 도덕적 차원에 국정이 고립됐다”(사회∙30대) 등 평이 아시타비에 따라 붙었다. 정치인 뿐 아니라 언론, 검찰, 지식인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쏟아졌다.

 

아시타비의 뒤를 이은 성어는 후안무치(厚颜無耻)다. 396표(21.85%)를 얻어 두 번째로 많은 선택을 받았다. ‘얼굴이 두꺼워 부끄러움이 없다’는 뜻으로 아시타비와도 뜻이 동한다. 전형준 서울대 교수(중문학과)가 추천했다. 후안무치를 뽑은 목소리들은 더 톤이 높았다. “임명직이 임명권자를 능멸”, “586 집권세력의 초법적 행태”, “언론의 감정적이고 도를 넘은 보도” 등 날 선 비판이 줄을 이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팬데믹에 집중하는 선택도 적지 않았다. 4위 첩첩산중(疊疊山中∙12.74%), 5위 천학지어(泉涸之魚∙8.16%)에 이 같은 시선이 반영됐다. “말라가는 샘에서 물고기들이 서로를 돕는다”는 의미의 천학지어를 추천한 전호근 경희대 교수(후마니타스 칼리지)는 “이 또한 지난 1년간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설문에서 천학지어를 고른 한 40대 인문대 교수는 “아시타비한 세상에서도 국민들은 자기 자리에서 어려움을 이겨내고자 노력했다”는 말로 이에 호응했다.

 

※ 아시타비는 ‘내로남불’의 한자 버전으로 고안된 성어다. 내로남불의 기원은 명확하지 않다. 이중 잣대를 꼬집는 관용구로 간간히 쓰이다가 1996년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희태 신한국당 의원의 입을 타면서 정치의 레토릭이 됐다. 

 

--아시타비(我是他非)

나는 옳고 다른 이는 그르다는 뜻으로, 똑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과 타인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중 잣대를 가진 사람을 나타내는 말이다.

(나 아), (옳을 시), (다를 타), (아닐 비)

-후안무치(厚顔無恥)

뻔뻔하고 부끄러움이 없다. 낯가죽이 두꺼워 뻔뻔하고 부끄러움을 모름

(두터울 후), (얼굴 안), (없을 무), (부끄러워할 치)

-격화소양(隔靴搔癢)

신을 신고 발바닥을 긁는다는 뜻에서, 필요한 것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성에 차지 않음을 이르는 말

(사이 뜰 격), (가죽신 화), (긁을 소), (가려울 양)

-첩첩산중(疊疊山中)

겹겹으로 덮인 산속

(겹쳐질 첩), (뫼 산) (가운데 중)

-천학지어(泉涸之魚)

같이 곤경에 처하여 미력한 힘이나마 서로를 돕는다

(샘 천), (물마를 학), (갈 지), (물고기 어)

-중구삭금(衆口鑠金)

뭇사람의 말은 쇠도 녹인다는 뜻으로, 여론의 힘이 큼을 이르는 말

(무리 중), (입 구), (녹일 삭), (쇠 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