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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평화상 선정 언론인 “억압에 굴하지 않겠다” 본문
올해 노벨평화상에 정권의 강권적인 자세를 비판해 온 필리핀과 러시아 언론인이 선정됐습니다.
두 사람은 수상의 기쁨과 함께 앞으로도 정권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보도의 자유를 지키겠다는 결의를 밝혔습니다.
올해 노벨평화상에는 필리핀의 온라인 탐사보도 매체 ‘래플러’의 대표로 두테르테 정권을 비판해 온 마리아 레사 씨와 러시아 신문 ‘노바야 가제타’의 편집장으로서 푸틴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자세를 관철한 드미트리 무라토프 씨가 8일 선정됐습니다.
수상 이유에 대해 노벨위원회는 “민주주의와 보도의 자유가 역경에 처한 가운데, 이상적인 세계 실현을 위해 일어선 모든 언론인의 대표”라고 밝혔습니다.
선정 발표 후 온라인 회견을 가진 레사 씨는 “어떻게 하면 언론인이 사명을 다할 수 있을지, 왜 지역이나 세계에 사실을 계속 전하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지를 생각하면서 투쟁하고 있다”고 말해, 두테르테 정권의 억압에 굴하지 않고 진실을 추구해 가겠다는 결의를 나타냈습니다.
한편 모스크바에서 취재에 응한 무라토프 씨는 “러시아에서는 의회가 국민들의 의견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이 소수파의 의견을 전하고 있다”고 말해, 푸틴 정권의 여당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언론이 억압된 사람들의 소리를 전하는 의의를 강조했습니다.
2021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 씨와 러시아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토프 씨가 공동 선정됐습니다
진행자)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일컬어지는 각 분야의 노벨상 수상자가 이번 주 속속 발표되고 있는데요. 8일,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공개됐군요?
기자) 네.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는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씨와 러시아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토프 씨에게 돌아갔습니다. 노르웨이 노벨상위원회는 8일, 이들이 민주주의와 항구적인 평화의 전제 조건인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진행자) 먼저 마리아 레사 씨가 어떤 인물인지부터 소개해주시죠?
기자) 네. 필리핀의 온라인 뉴스 매체 ‘래플러(Rappler)’ 설립자이자 편집인인데요. 미국 CNN 동남아시아 특파원으로도 20여 년간 일한 경력의 여성 언론인입니다. 레사 씨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이른바 ‘마약과의 전쟁’에서 자행한 폭력적인 불법 행위를 집중 조명해 체포된 적도 있고요. 지난 2018년 미국 유명 시사 주간지 ‘타임’이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진실 수호 언론인들’ 가운데 1명이기도 합니다. 미국과 필리핀 국적을 함께 갖고있습니다.
진행자) 드미트리 무라토프 씨는 어떤 인물입니까?
기자) 네. 무라토프 씨도 러시아 독립 매체 ‘노바야 가제타’를 창립하고, 20여 년간 편집장으로 일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권력 집중과 부패 의혹을 지속적으로 지적해 왔습니다. 지난 2007년 언론인보호위원회로부터 국제언론자유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언론인들이 뽑힌 게 눈에 띄는군요?
기자) 네. 오늘날 언론의 바른 역할과 사명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데요. 베리트 라이스안데르센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자유롭고 독립적이며 사실에 근거한 저널리즘은 권력 남용과 거짓말, 전쟁과 갈등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고 두 언론인을 선정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노벨상은 모두 몇 개 분야에 주어지는 거죠?
기자) 생리·의학, 물리학, 화학, 문학, 평화, 경제 등 총 6개 분야입니다. 이 가운데 5개 분야는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상위원회가 주관하고요. 평화상만 노르웨이 노벨상위원회가 따로 주관합니다.시상식도 다른 노벨상과는 달리 평화상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립니다.
진행자) 그런데 왜 노벨 평화상만 다른 건가요?
기자) 노벨상을 제정한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른 겁니다. 폭약 다이너마이트 발명으로 유명한 노벨은 스웨덴 사람인데요. 죽기 1년 전 작성한 유언장에 시상 부문을 지목하면서 평화상만큼은 스웨덴 이웃 국가인 노르웨이 의회가 심사하고 시상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유는 적어놓지 않아서 여러 추측만 회자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다른 부문 수상자들도 한 번 짚어보죠.
기자) 네. 지난 4일 생리의학상 수상자가 제일 먼저 선정됐는데요. 올해 생리의학상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생리학과 데이비드 줄리어스 교수와 레바논계 미국인 아뎀 파타푸티언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신경과학과 교수가 선정됐습니다. 이들은 인체에서 온도와 감각을 느끼는 수용체를 발견해 냈는데요. 이 발견으로 사람의 감각이 어떻게 작동하고 환경에 반응하는지 더 이해할 수 있게 됐으며 만성 통증 치료제 개발에도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진행자) 물리학상은 누가 뽑혔습니까?
기자) 올해 물리학상은 일본계 미국인인 마나베 슈쿠로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교수, 클라우스 하셀만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원, 조르조 파리시 이탈리아 사피엔자대 교수 등 3명이 공동 선정됐습니다. 마나베와 하셀만 교수는 복잡한 기후를 정량화해 지구온난화를 예측한 업적으로, 파리시 교수는 물리학적 체계의 무질서와 변동의 상호작용을 규명한 공로를 인정받았습니다.
진행자) 화학상 수상자도 소개해 주시죠.
기자) 네. 올해 화학상 역시 공동 선정됐는데요. 데이비드 맥밀런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교수와 베냐민 리스트 독일 막스프랑크연구소 연구원이 뽑혔습니다. 노벨위원회는 이 두 과학자가 비대칭 유기촉매를 개발해 인류에 필요한 의약품과 생활물질 생산의 돌파구를 여는 데 기여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진행자) 노벨 문학상의 경우, 특히 일반인의 관심도 큰 데요. 올해는 누가 선정됐습니까?
기자)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탄자니아 난민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 압둘라자크 구르나 씨가 선정됐습니다. 구르나 씨는 지금까지 10편의 소설과 여러 단편을 발표했는데요. 노벨위원회는 선정 이유로 구르나 씨가 작품을 통해 식민주의의 영향과 문화, 대륙의 간극 속에서 난민들의 운명과 혼란에 대해 연민을 갖고 타협하지 않고 파고든 공로를 들었습니다.
진행자) 자, 이렇게 5개 부문의 수상자는 다 선정됐고, 아직 남은 부문이 하나 더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경제학상 수상자 발표를 끝으로 올해 노벨상 발표는 모두 마무리되는데요.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는 다음 주 11일 발표됩니다. 시상식은 12월 10일에 있는데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때문에 대면과 화상을 병행하는 혼합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유엔 사무총장, 보도의 자유는 불가결하다며 축하 인사
올해 노벨평화상에 언론인 2명이 선정된 데 대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8일 성명을 통해 "보도의 자유는 평화와 정의 그리고 인권을 위해 불가결한 것"이라며 "부정행위를 조사해서 시민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지도자의 책임을 밝히는 언론인이 없다면 자유롭고도 공정한 사회는 실현할 수 없다"며 축하했습니다.
그리고 여론을 오해하게 만들거나 폭력을 부채질하는 정보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자유롭고 독립된 저널리즘은 잘못된 정보와 싸울 때 최대의 힘이 될 것"이라면서 "언론인의 역할을 바로 인식해서 다양한 언론을 지원하는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국제사회에 촉구했습니다.
러시아에서는 푸틴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를 계속해 온 드미트리 무라토프 신문사 편집장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데 대해, 199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던 구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 8일 성명을 발표하고 "오늘날 전 세계의 보도기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나타낸 것"이라며 높이 평가했습니다.
고르바초프 씨는 또, 무라토프 씨에 대해 "용감하고 성실한 언론인"이라고 칭송한 뒤 보도에 대한 자세를 앞으로도 관철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한편 필리핀에서는 온라인 탐사보도 매체 래플러 대표인 마리아 레사 씨가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됨에 따라 필리핀언론인전국연합은, 두테르테 정권이 보도를 억압하고 레사 씨가 명예훼손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데 대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보도의 자유를 관철하고 있음을 칭송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기본적인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 계속되고 있지만 진실에 대한 추구를 이어가고 있는 필리핀의 모든 언론인들에게 이 상이 빛을 가져다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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