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미 대북협상대표들 “북 도발 가능성 낮아…단계적 북핵 접근 필요”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데이비스 전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특사 .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

앵커: 다음달 차기 미국 행정부가 들어서는 가운데, 북한이 도발보다는 차기 행정부의 행보를 지켜볼 것이라고 전직 미국 대북협상대표들이 내다봤습니다. 차기 미국 행정부는 일괄타결식 북핵 접근법 보다는 단계적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지에린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비영리단체인 핵과학자회보(Bulletin of Atomic Scientists)가 9일 ‘한반도, 차기 행정부 그리고 전직 협상대표 4인의 조언’을 주제로 한 화상회의를 개최했습니다.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이날 회의에서, 현 시점에서 차기 미국 대통령 취임식 전 북한이 먼저 자극되지 않는 한 차기 행정부를 겨냥한 도발을 감행만할 큰 인센티브, 즉 유인책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힐 전 차관보: 북한은 차기 행정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지켜볼 것이라 생각됩니다. 북한은 의심의 여지없이 무기체계 시험에 대한 일부 열망이 있지만 우리(미국)를 시험하려고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글린 데이비스 전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 역시 이날 회의에서 북한이 고강도 도발을 감행하진 않겠지만, 자신들이 잊혀지는 것을 원치 않는 본성에 미루어 언사(rhetorical), 혹은 미국 분위기 탐색, 한미·미일 간 균열 조장 등의 수준으로 무언가를 보여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지난 1994년 제네바 합의 당시 미국 측 수석대표였던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특사 역시 북한이 도발을 한다면 미국과의 관여 시기만 늦추게 만들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갈루치 전 특사는 또 미북관계는 한번에 큰 진전을 내긴 어렵기 때문에 궁극적 목표를 향한 점진적 조치로 나아가야 한다며, 북핵문제가 실패했다고 섣불리 인정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차기 행정부는 대북정책을 검토하면서 특히 미북관계 ‘정상화’(normalization)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미국은 무엇을 할 준비가 돼 있는지, 북한 인권문제를 다루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 장기적으로 동맹관계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 등을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힐 전 차관보 역시 현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일괄타결식 접근법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며, 북한과의 궁극적 목표에 대한 분명한 이해를 바탕으로 단계적 해법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6자회담의 한국 측 수석대표였던 한국의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이날 회의에서, 향후 차기 바이든 행정부와 한국의 문재인 정부가 북한 비핵화를 향한 구체적 방법과 수단, 우선순위 등을 놓고 충돌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천 전 수석: 문재인 대통령은 제재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남북관계의 돌파구 입니다.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늦추거나 더 어렵게 하는 그 어떤 것도 용납될 수 없는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진전 여부와 상관없이 되도록 빠른 제재완화를 원합니다.

제제완화는 남북 간 경제협력사업을 가능케 하는 최상의 방법으로,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보다 제재완화를 더 중시해 한미 간 마찰이 될 것이란 설명입니다.

아울러 천 전 수석은 미북 정상회담 시기가 한미 간 또 다른 충돌 사안이 될 것이라며, 차기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실무협상을 우선시하는 ‘바틈업’(bottom-up) 방식을 취하는 반면 한국 정부는 미국에 북한과의 조속한 정상회담을 설득하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전직 미 대북협상대표들 “북 도발 가능성 낮아…단계적 북핵 접근 필요” — RFA 자유아시아방송

전직 미 대북협상대표들 “북 도발 가능성 낮아…단계적 북핵 접근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