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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연내 북한 인권 공개보고서 발간’ 번복… 인권단체 등 반발
CIA Bear 허관(許灌) 2020. 9. 21. 21:01
한국 정부는 연내 북한 인권보고서를 발간해 공개하겠다던 입장을 번복해 공개 여부를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남북대화 재개 노력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반대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 관계자는 지난 18일 기자들을 만나 북한인권기록센터의 북한 인권보고서 공개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공개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자료 정리가 완료되는 시점에 북한인권법 취지에 맞춰 공개 여부를 결정하려고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통일부는 이에 앞서 지난 17일 “올해 정책수립 참고용 비공개 보고서와 함께 공신력을 갖춘 대외공개용 보고서 발간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통일부는 보고서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북한인권법 제2조를 거론하고 있습니다.
북한인권법 2조는 ‘국가는 북한인권 증진 노력과 함께 남북관계의 발전과 한반도에서의 평화 정착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공개보고서 발간 여부가 남북관계 발전이나 한반도 평화 정착에 도움이 되느냐에 대한 판단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정부 소식통은 2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인권기록센터가 공개보고서 발간을 준비해 왔지만 이인영 장관 취임과 함께 남북 교류 재개에 공을 들이는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공개보고서 발간에 신중해졌다고 전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도 북한 인권 문제를 공개적으로 다루는 게 북한과의 대화 물꼬를 트려는 현 정부에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남북관계 돌파구를 지금 마련하려는 게 정부 입장인데 인권 문제가 전면적으로 부상하면 한국 정부에 부담될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보편가치인 인권 문제 다뤄야 한다는 부담감 그리고 의무감하고 남북관계를 다시 재개하는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당면목표 사이의 긴장관계가 이런 행보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죠.”
하지만 한국 정부의 이 같은 태도가 과도한 북한 눈치보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강동완 동아대 부산하나센터 교수는 인권 문제는 인류의 보편 가치라는 점에서 남북간 특수관계를 앞세우는 입장은 정책의 선후가 바뀐 것이라며,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 없는 남북관계 개선이 어떤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습니다.
[녹취: 강동완 교수] “북한 인권정책이 사실상 없는 거죠. 왜냐하면 북한에 대해서 실질적으로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에 북한 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거론하는 것 자체가 북한 정권이 이야기하는 우리민족끼리나 여기에 맞지 않는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거론하지 않는 게 지금의 정책이라고 볼 수 있는 거죠.”
북한 인권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는 북한인권기록센터는 북한인권법 제정으로 지난 2016년 9월 출범한 통일부 소속 기관입니다.
지난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 전년도의 북한인권 실태를 담은 비공개 보고서를 발간했지만 공개보고서를 내놓은 적은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인권기록센터의 역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민간단체 북한인권정보센터도 통일부가 북한 인권 관련 자료를 독점하고 정치적으로 활용하려고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북한인권정보센터는 지난 21년간 한국 정부와 매년 용역계약을 맺고 정부의 탈북민 정착 지원기관인 하나원 교육생들을 상대로 북한인권 관련 정보 수집과 조사, 백서 제작 등을 주도적으로 해왔습니다.
하지만 북한인권기록센터 출범과 함께 활동 영역이 줄었고 올해는 정부의 탈북민 조사 대상 규모 축소 방침을 놓고 갈등을 빚다가 계약을 맺지 못했습니다.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은 정부가 민간단체의 참여를 배제하려는 의도라며 국가기관인 북한인권기록센터조차 공개 보고서를 제대로 내놓지 않으려고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윤여상 소장] “북한인권은 대한민국 정부의 정책으로만 개선된다고 하면 정책에 활용하기 위한 공무원들을 위한 비공개 보고서가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대한민국 정부의 정책으로 북한인권 개선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전 세계에 얼마나 있겠습니까. 대한민국 정부는 북한인권정책을 쓰지 않는 나라로 돼 있는데 논리적으로 도저히 성립이 되지 않는 것이고요.”
윤 소장은 정부의 정보 독점의 폐해를 막기 위해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민간 기관의 조사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조한범 박사는 이에 대해 북한인권 관련 조사는 북한 내에서 자행된 인권 침해에 대한 법적 조치를 위한 근거자료로 추후 활용하기 위해선 정부 차원에서 진행하는 게 이치에 맞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조 박사는 북한인권기록센터 출범으로 관련 민간단체들은 독자적인 활동 영역을 찾으면서 정부 기관에 대한 조력자로서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인터뷰: 한국인 첫 유엔 시민·정치적권리위원 서창록] “북한 인권, 국제 디지털 기술 인권 개선 기여 원해”
유엔 시민·정치적 권리위원회(Human Rights Committee) 위원에 한국인 최초로 선출된 서창록 한국 고려대 교수가 북한 인권 개선에도 힘을 보태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서 교수는 18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인권을 보는 시각은 정치적 이념과 관계없이 같아야 한다며, 이런 기조가 자리잡힐 수 있도록 유엔에서도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20여 년간 북한 등 국제 인권 개선 활동에 참여해온 서 교수는 앞서 지난 17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실시된 시민·정치적 권리위원회 위원 선거에서 117개국의 지지를 받아 한국인 최초로 위원에 선출됐으며 내년부터 4년간 활동할 예정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18일 서 교수를 전화로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먼저 축하드립니다. 지난 6년 동안 유엔 인권이사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셨고 이번에 새롭게 유엔 인권 매카니즘의 핵심기관인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 위원회 위원에 선출되셨습니다. 어떤 차이와 의미가 있는 건가요?
서창록 교수) “유엔 인권이사회 자문위원회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하나의 싱크탱크 같은 역할을 합니다. 주로 국가를 직접 다루지 않고, 주제별로 유엔 인권이사회가 주는 업무에 대해 조사를 하고 리포트를 제출하는 역할을 합니다. 시민적·정치적 권리위원회는 유엔 인권이사회 자문위원과 달리 국제 조약(ICCPR)이기 때문에 173개국이 조약에 가입했고, 가입한 나라는 4년마다 한 번씩 규약에 따라 보고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그 보고서를 18명 위원들이 검토합니다. 구속력이 있는 규약에 의해서 검토하는 겁니다.”
기자) 그럼 18명의 위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 겁니까?
서창록 교수) “크게 두 가지 역할이 있습니다. 하나는 국가 보고서를 검토하고 모니터를 합니다. 국가들이 규약에 의거해 인권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검토하는 겁니다. 두 번째는 개인의 진정 절차가 있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인권 침해가 심할 때, 인권 침해가 국가 제도에 의해 보호되지 않을 때, 개인이나 시민사회가 자유권 위원회에 직접 진정할 수 있습니다. 그럼 진정한 것을 위원회가 검토해서 인권 침해인지 아닌지 판단하고, 인권 침해가 심각하다고 판단할 때는 거기에 대해 조치를 취하게 됩니다.
기자) 북한의 인권 상황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현대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는 결론을 내렸었는데, 그럼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진정할 수 있습니까?
서창록 교수) “가능은 합니다. 제가 기억하기에 북한은 2000년대 중반쯤부터 규약에 가입한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의무를 수행하지 않고 있죠. 국가보고서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가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법을 어기고 있는 상태입니다. 진정도 북한이 할 수 있는데, 그 진정은 개인이나 시민사회가 해야 합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이 북한이 시민적·정치적 규약에 가입돼 있고, 본인들이 그런 진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한국의 시민사회가 진정하는 것도 힘든 상황입니다. 실질적인 증거랄까요? 그런 명확한 사실 증거가 존재해야 하기 때문에 북한 같은 경우 (이를 제시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기자) 한국 내 대북 인권단체들이죠. 북한인권시민연합(CANKHR)과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의 이사로 활동하고 계시고 오랫동안 북한 인권 개선 활동에 자문 등 여러 지원을 해오셨는데, 관련해 어떤 계획이 있으신가요?
서창록 교수) “북한 인권 분야 관련해서 사실 북한이 시민적·정치적 권리위원회와 긴밀히 협조를 안 하기 때문에 제가 얼마만큼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지 모르지만, 북한 인권 문제가 상당히 정치화되어 있잖아요. 특히 우리나라( 한국)에서 그렇고. 소위 진보와 보수 진영 간에 굉장히 이견이 큽니다. 어떻게 보면 인권을 보는 시각은 정치 이념과 관계없이 같아야 하는데, 제가 거의 20여 년 동안 북한 인권 문제와 활동을 보면서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한 분야입니다. 제가 유엔의 위원으로 진출했으니까 좀 더 제 목소리를 내서 이런 (북한) 인권 활동이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고, 북한 인권 개선 분야에 있어서도 그런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기자)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위원회가 다루는 분야가 매우 광범위한데, 어떤 문제에 주력할 예정이신가요?
서창록 교수) “개인적으로 제일 관심 있는 분야는 제 연구 분야 이기도 한데, 디지털 기술과 인권 분야입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소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경제사회 변화가 새로운 인권 문제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대한 대비가 유엔의 인권 매커니즘이 잘 되어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시민적·정치적 권리와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가 굉장히 연관돼 있습니다. 따로 분리해 볼 수 없죠. 사실 인권 제도가 따로 발전되어 왔잖아요. 그런 것이 신기술 시대에는 더욱 같이 봐야 하는, 하나의 인권 문제가 자유권이다 사회권이다 이렇게 따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제가 볼 때 각 위원회가 서로 협력도 많이 해야 하고 제도 혁신도 해야 하기 때문에 그 분야에서 제 전문성을 활용해서 제도의 발전을 꾀하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기자) 비정부기구인 휴먼아시아 대표로도 활동하셨는데, 끝으로 어떤 바람이 있으신가요?
서창록 교수) “이번에 제가 선출되고 언론에 보도가 되니까 관심이 많으신데, 사실은 한국 분들이 유엔의 매커니즘에 대해 잘 모릅니다. 교육 면에서 그렇고, 미디어, 정부도 그렇습니다. 국제 인권 매커니즘에 대해 인식이 높아지고 관심도 높아져서 북한과 한국뿐 아니라 국제사회 다른 나라의 인권에도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하는 바랍니다.”
진행자) 한국인 최초로 유엔 시민·정치적 권리위원회 위원에 선출된 서창록 고려대 교수로부터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견해와 계획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영권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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