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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성의 날: 한국 사회의 여성 인권과 젠더 이슈 본문

Guide Ear&Bird's Eye21/대한[Korea(KOR),大韓]

세계 여성의 날: 한국 사회의 여성 인권과 젠더 이슈

CIA Bear 허관(許灌) 2020. 3. 8. 14:09


                            낙태죄 폐지, 영화 '82년생 김지영', 트렌스젠더 등 BBC코리아가 지난해 한국 사회에 등장했던 여성 인권과 젠더 이슈를 정리했다


오늘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1908년 미국의 섬유여성노동자들이 노동환경 개선과 임금인상, 그리고 참정권을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를 기념해 유엔이 1977년 3월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당시 성별에 차별을 두지 않고 인간다운 권리와 삶을 요구했던 이들의 외침은 2020년 한국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2018년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으로 페미니즘은 한국 사회의 담론으로 확장됐다. 2019년에도 여성 인권에 대한 활발한 논의는 계속됐다.

BBC코리아가 지난 한 해 한국 사회에 등장했던 여성 인권과 젠더 이슈를 정리했다.


                                                                 지난해 서울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미투' 운동 집회


낙태죄, 66년 만에 폐지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처벌 근거인 현행 형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국회는 올해 12월 31일까지 형법과 모자보건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형법에 규정된 낙태죄는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낙태한 여성은 1년 이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낙태를 하게 한 의사 등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규정은 조문상 여전히 살아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차인순 수석전문위원은 헌재 결정의 핵심으로 "국가가 여성의 자기결정권, 건강권, 그리고 평등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을 꼽았다.


2019년 헌재가 낙태죄 폐지라는 역사적인 판결을 내렸다면, 2020년에는 앞으로 보완입법이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해야 한다.

의료인 교육과 성교육, 유산유도약 도입 여부, 미성년자와 심신미약자에 대한 임신중지 관련 규정, 임신중단에 대한 의료보험 등 합의를 이뤄내야 할 부분이 다수 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열풍

'페미니스트 영화'라며 개봉하기도 전에 악플과 평점 테러에 시달렸던 영화는 누적 관객수 300만을 넘기는 열풍을 일으켰다.

조남주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 '82년생 김지영'은1982년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란 김지영이, 평범하게 회사를 다니다 결혼해 출산을 하면서 전업주부가 되는 '평범한' 이야기다.

그 평범한 일상 속에 여성들이 겪고 있는 일상의 보이지 않는 성차별을 묘사한 것이 수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여성 감독이 연출하고 여성이 주연을 맡은 중간 규모의 상업 영화가 개봉을 한 것도, 흥행을 한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영화는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해 10월 개봉 5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후 손익분기점(160만)을 훨씬 웃도는 367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정지욱 영화 평론가는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시작으로 여성들의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이야기가 계속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예인 댓글뉴스 폐지

연예인, 특히 여성 연예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논란이 됐던 '댓글' 기능이 양대 인터넷포털의 연예분야에서 사라졌다.

결정적 계기는 지난해 10월과 11월 가수 겸 배우 고(故) 설리와 그룹 카라 출신 가수 고(故) 구하라의 잇단 사망이었다.

설리와 구하라 두 여성 연예인의 죽음은 악플과 이에 따른 2차 가해가 만연한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지난해 10월 설리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여성으로서 당당하고 자유롭게 살아가길 원했던 그를 항상 따라다닌 건 악성 루머와 댓글이었다.

한 달 뒤, 설리와 절친했던 구하라가 자택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여성 연예인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성관계 동영상'의 존재를 밝히면서까지 데이트 폭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던 그였다.

구하라는 생전SNS를 통해 "어린 시절 때부터 활동하는 동안 수많은 악플과 심적인 고통으로 많이 상처받아왔다"고 호소했다.


이들의 죽음으로 언론의 보도 방식, 포털 사이트의 익명 댓글 제도, 가해자 중심적인 양형에 대한 비판과 개선 요구가 이어졌다.

다음은 지난해 10월 31일부터 연예 섹션 뉴스에서 댓글 서비스를 잠정 폐지했다. 네이버도 지난 5일부터 인물 연관 검색어를 폐지하고 연예뉴스 댓글 서비스를 종료했다.

권김현영 여성학 연구자는 BBC에 "악플을 달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점은 크게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이런 변화가 만들어지기까지 걸린 시간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동안 취약한 위치에 있던 여성 연예인들이 고통 속에 방치됐던 것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번 환기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휴가 중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온 육군 부사관 변희수 하사


군대부터 여대까지, '트랜스젠더' 여성을 거부한 사회

올 초 한국 사회는 '트랜스젠더' 여성에 대한 이슈로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

지난 1월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아 육군으로부터 강제 심신장애 전역 판정을 받은 변희수 전 하사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달 10일 법적 성별 정정까지 마쳤지만 법적 '여성'이 된 그는 현재 여군으로도 육군에 돌아갈 수 없다.

창군 이후 현역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은 사례는 이번이 최초다. 한국군에는 현역 트랜스젠더 장병 관련 규정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 전 하사는 전역 결정에 불복해 육군본부에 인사소청을 제출한 상태다. 소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행정소송 등과 같은 법적 대응을 고려 중이라고 한다.

이후 숙명여대에 합격한 트랜스젠더 여성이 화제가 됐다. 트랜스젠더 여성의 한국 여대 합격 소식이 알려진 것 또한 이번이 처음이었다.

환영과 응원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입학 반대' 표명도 잇따랐다. 특히 여대 내 일부 페미니즘 단체들이 반대 성명을 내며 여성단체 내부에서 '트랜스젠더 혐오' 논란이 일었다.

"여성들만의 공간에 남성이 침입한 것 같다"는 의견이 나오고, 트랜스젠더를 '가짜' 여성으로 규정하며 이들이 '진짜' 여성들의 권리를 위축시킨다는 주장도 나왔다.

결국 이 학생은 일부 구성원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입학을 포기했다.

성별 전환은 개인의 선택이고 국가도 인정하는 결정이었다. 그러나 두 사건은 사회의 일원으로 그 존재를 인정받지 못했던 트랜스젠더 여성들을 앞으로 우리 사회가 어떻게 포용할 것인가에 대한 숙제를 남겼다. [BBC 뉴스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