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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신상털이와 악성댓글에 시달리는 확진자 본문

Guide Ear&Bird's Eye/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 신상털이와 악성댓글에 시달리는 확진자

CIA Bear 허관(許灌) 2020. 3. 7. 19:44


                                                     사람들은 감염만큼이나 확진자가 됐을 때 찍힐 낙인을 두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발 저의 신상정보 등은 퍼트리지 말아 주세요. 상처받을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신체적) 아픔보다는 정신적으로 너무 힘이 듭니다."

지난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A씨는 SNS에 이같이 호소했다.

한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5000명이 넘으면서 보건당국은 확진 환자의 동선 정보를 공개하며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확진자가 신상털이나 악플에 시달리거나, 지자체 실수로 신상이 적힌 공문서가 유출돼 온라인으로 급속히 퍼지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사생활 침해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특히 확진자가 사는 아파트 이름을 묻는 문의가 쇄도하면서 일부 지자체에서는 아파트 이름을 공개하기도 했다. 확진자 특정이 더 쉬워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BBC 코리아에 홀로 격리돼 치료받는 환자들에게는 정신적 지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확진자를 향한 비난은 결국 나에게 되돌아오는 비난의 목소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다'


지난달 22일 확진 판정을 받은 A씨는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에서 일하는 27세 여성이다. 구미의 첫 확진자로 구미시청 브리핑과 장세용 구미시장 페이스북을 통해 확진 판정 전날의 동선은 물론 남자친구가 신천지 교도인 사실이 알려졌다.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이름과 성씨 등도 공개됐다.


                                                                          페이스북 등을 통해 A씨의 성씨가 공개됐다


그는 이러한 정보공개로 자신의 확진 판정 특정이 쉬워지자 SNS에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다"고 호소하기에 이른 것.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는 A씨의 실명과 거주지는 밝히지 않는다고 BBC 코리아에 밝혔다.

이에 대해 구미시청 홍보담당관실 최경덕 주무관은 BBC 코리아에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됐고 아파트명을 묻는 주민들 요청이 많아 구미보건소가 아파트명을 공개한다고 설명했다. A씨의 성이 공개된 것에 대해서는 "성함은 안밝히는 것이 원칙이다"며 첫 사례라서 그랬던 것 같다고 했다.

트위터 이용자 'dennoch'는 방역을 방해한 것은 죄이지만 병에 걸린 것은 죄가 아닌데 "누군가의 일상을 재조합해서 추론하고, 평가하고, 비웃기도 하고… 내 삶이 그런 해부와 전시를 당하리라고 생각한 이들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썼다.

'모든 동선 공개 아니다'

고재영 질본 위기담당소통관은 BBC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확진자의 동선을 전부 공개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확진자가 발생하면 역학 조사관은 우선 확진자의 진술을 듣는다며 "엄청난 개인정보 영역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확진자에게 우선 이게 국민 전체에 영향을 주는 1급 전염병이라는 부분을 잘 설명한다"고 말했다.

이후 확진자가 다 말해주지 않은 부분을 채우거나 혹은 검증 차원에서 GPS 경로, CCTV 화면, 카드내역 등을 통해 증상 하루 전의 동선을 재구성한다.

"모든 동선을 공개하는 것은 아니다. (동선 공개 기준은) 접촉자가 발생했거나, 사람이 많거나, 마스크를 끼지 않았거나… 공중보건학적으로 봤을 때 전파를 일으킬 만한 경로, 국민들이 꼭 알아야 하는 (동선) 정보만 공개한다"고 BBC 코리아에 강조했다.

동선 공개는 첫 시도

보건당국이 이렇게 동선 공개를 하는 것은 처음이다. 동선 공개의 필요성은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당시 제기됐다.

메르스 사태 때 정부는 병원의 환자 치료 거부, 혼란 발생 등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병원명과 확진자의 동선을 비공개하는 방침을 유지했다. 당시 한국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으로 많은 환자가 발생했다.

정부 비공개 방침이 메르스 사태 악화를 일부 초래했다는 비판에 법 개정이 이뤄졌고, 현재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의 건강을 위해 감염병이 확산할 때 확진자의 경로, 교통수단, 진료의료기관, 접촉자 현황 등을 공개할 수 있다.

"전파 속도가 빠르니, (정보를 토대로) 본인이 감염과 연관성이 있는 경우 정부 조치 이전에 자신이 스스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고재영 소통관은 말했다.

이어 고 소통관은 메르스 이후 개정 법으로 처음 정보 공개가 시도된 것인 만큼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공개 정도가 적정했는지 사회적 평가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악성 댓글만으로도 괴로워

신상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확진자들은 악플만으로도 충분히 괴로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번 확진자의 포털 연관검색어는 '불륜'이었다. 질본이 공개한 경로에 따르면 '50대 한국인 남성'으로 알려진 3번 확진자는 '30대 중국인 여성'으로 알려진 28번 확진자와 함께 강남의 성형외과에 이틀에 걸쳐 2차례 방문했다.

이후 포털에서는 '딱 봐도 불륜이네'라는 반응이 잇따랐고, 결국 명지병원 진료 중 3번 환자는 악성 댓글로 인한 심한 스트레스로 정신과 상담까지 받았고, 당시 결혼을 앞뒀던 28번 환자는 심리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보도됐다.


최근에는 확진 판정을 받은 일가족 5명 중 남편이 아내와 가족에 대한 비난을 멈춰 달라고 SNS에 호소했다. 아내는 중증 장애인 시설의 간호사로 감염된 걸 모르고 장애인들과 함께 여러 병원을 다녔는데, 이를 두고 각종 비난이 쇄도한 것.

"저와 와이프는 먹고 살기 위해 생업을 한 것뿐입니다. 저희 와이프 많이 다닌 건 맞는데 욕하지는 마세요. 못난 신랑 만나서 안 해도 될 일 하고 애들 돌보고 살림하며 산 죄 뿐입니다."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들은 감염만큼이나 확진자가 됐을 때 찍힐 낙인을 두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상황별 두려움(5점 만점)을 묻는 문항에서 '내가 확진자가 됐을 때 주변으로부터 받을 비난·추가 피해'를 두려워하는 정도는 평균 3.52점이었다.

이는 '무증상 감염되는 것'(3.17점), '증상이 있는데도 자가신고하지 않은 이가 주변에 있는 것'(3.1점) 등 감염 관련된 항목보다 점수가 높았다.

유 교수는 "확진자를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내거나 책임추궁의 태도로 임하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나에게 되돌아오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며 "낙인이나 개인 인권보호가 방역에서 중요하다는 것을 사회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BBC 코리아에 설명했다.

절대적인 지지 필요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은 지난달 명지병원에서 진행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치료 경과보고 간담회'에서 "확진 환자들은 조그마한 공간에 혼자 격리 감금된 상태를 견뎌내야 하기 때문에 공포감이 상당하다"며 "정신과 상담뿐 아니라 절대적인 지지가 꼭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명지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 환자의 정신 건강을 상담한 이수영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환자들은 자신들이 병에 걸려 죽는 것보다 비난을 받지 않을까 더 두려워했다"고 BBC 코리아에 말했다.


                                          정부는 동선의 일부만 공개하고 그 기준에 대해선 '전파를 일으킬 만한 경로'라고 말했다


"입원한 확진자들은 다들 '지인이 나로 인해 감염됐다', '나 때문에 격리됐다'라고 말했다. 바로 이 부분이 그들에게 제일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였다."

이수영 교수는 개인이 받는 사회적 지탄과 주변의 압박 때문에 사람들이 감염을 숨기게 되면 모두를 위협이 빠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좋지만 이에 대해 국민들이 성숙하고 이성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BBC 뉴스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