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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로 '암호' 전달...간첩용 라디오의 세계 본문

Guide Ear&Bird's Eye/테러단체,간첩등 수집.조사연구

목소리로 '암호' 전달...간첩용 라디오의 세계

CIA bear 허관(許灌) 2019. 10. 10. 19:56


                                                단파 라디오 주파수를 돌리다 이상한 숫자의 조합을 들었다면 난수 방송일 가능성이 높다

최첨단 정보 통신 기술이 발달한 요즘 같은 세상에 영화에서나 볼 법한 간첩용 방송이 존재한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단파 라디오 주파수를 돌리다 보면, 알 수 없는 숫자나 문자, 영어 혹은 다른 외국어 알파벳을 읽는 진행자의 목소리를 듣게 될 수도 있다. 라디오 애호가들은 이를 '난수 방송' 혹은 '암호 방송'이라고 부른다.

냉전이 정점에 이르렀던 시절, 전 세계 라디오 애호가들은 몇몇 라디오 채널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온다는 것을 발견했다.

예컨대 기이한 멜로디나 "삐" 소리가 여러 번 방송에 나온 뒤, 섬뜩한 목소리의 여성이 독일어로 숫자를 읽는 방식이다.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목소리를 가진 어린이가 영어로 편지를 읽는 방송도 있었다.

상당수의 무선사들은 "이게 바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간첩들에게 지령을 내리는 방송"이라고 했다.

통신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현재에도, 일부 정부가 이런 고전적인 방법으로 자국의 간첩과 통신하고 있다는 주장이 신빙성 있게 제기되고 있다.

첩보 관련 문제 전문가인 루퍼트 알라슨(필명: 나이젤 웨스트)은 "이보다 더 편리하게 첩보 요원과 교신할 방법을 누구도 생각해내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영국의 첩보 기관 중 한 곳인 GCHQ(Government Communications Headquarters)의 한 전직 요원은 "1980년대 영국으로 보내지는 외국의 통신 신호를 막고 난수 방송을 색출하는 게 나의 임무였다"라고 말했다.

이 요원은 "난수 방송은 영국 내 파견된 현장 첩보 요원이나 외국 대사관 직원을 대상으로 한다"고 증언했다.


난수 방송은 왜 쓰인 것일까?

아킨 페르난데즈는 다수의 난수 방송을 3년 동안 모아 CD로 발매한 코넨 프로젝트의 창시자다. 그는 "난수 방송 메시지 해독은 불가능에 가깝고, 출처를 추적할 수도 없으므로, 보안이 아주 완벽하다"라고 설명했다.

페르난데즈는 난수 방송의 장점으로 "간첩이 언제 어디에서나 라디오만 있다면 지령을 전달받을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냉전 시대가 서구 팝 문화에 미쳤던 막대한 영향을 고려하면, 난수 방송은 상대적으로 대중에게 덜 알려져 있다. 페르난데즈는 그 이유에 대해 "난수 방송은 일반인에게는 지루하게 들리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영국 런던의 브루넬 대학교의 정치 및 역사학 교수인 필립 데이비스는 "난수 방송은 첩보 기관과 요원들 사이의 암호로 구성됐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해독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정체 불명의 난수방송

일각에서는 난수 방송은 장난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상당수의 라디오 애호가들은 장난이라고 하기에는 난수 방송의 운영 규모가 너무 크다고 반박했다.

'첩보 라디오'라는 특성에도 불구, 난수 방송의 존재가 간접적으로 세상에 드러난 사례도 있다.

페르난데즈는 "익명으로 유출된 자료나 간첩이 소지했던 라디오와 해독표 등을 통해 난수 방송의 목적이 첩보용이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1989년 체코의 한 첩보 요원은 영국에서 사용하던 단파 라디오가 고장을 일으켜 이웃들이 난수 방송을 듣는 바람에 체포됐다.

교신 방식은 비록 구식이지만 보안을 생각하면 난수 방송만 한 것이 없다는 게 아마추어 무선사 앨 볼턴의 설명이다. 컴퓨터는 항상 흔적을 남기지만, 난수 방송은 종이와 필기도구만 있으면 될 뿐만 아니라 파기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앨 볼턴은 "요원이 첩보 활동 정보를 삭제한다고 해도, 수사 당국이 컴퓨터 데이터를 복구하면 덜미를 잡힐 수 있다"라며 "하지만 일회용인 해독표는, 첩보 요원이 먹거나 화장실에 버리는 방식 등으로 쉽게 파기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2010년 자국 내 러시아 간첩의 자택을 압수 수색을 한 미국 수사 당국은 "해당 간첩들이 암호화된 라디오 방송과 데이터를 사용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런 몇몇 증거에도 불구하고, 첩보용 난수 방송 존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거나 부인한 정부는 현재까지 없다.



한국과 북한의 난수방송

북한은 대남심리전 수단으로 쓰였던 평양방송을 통해 1980년 초부터 난수 방송을 송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북한의 난수 방송은 완전히 중단되는 듯했다. 하지만 한국 언론들은 북한이 20166월부터 난수 방송을 재개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16년 만에 부활한 북한의 난수 방송은 탐사대원, 즉 첩보 요원에게 한 달마다 새로운 과목의 복습과제를 내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도 통신기술 발달로 현재는 난수 방송을 쓰지 않는다고 말한다.자유민주연구원 유동열 원장은 "북한의 기존 난수 방송 암호 패턴들은 이미 한국 정보 당국에 노출됐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런 이유로 북한은 최근 스테그나노그래피 기술을 사용해 음성과 동영상 파일에 메시지를 숨겨 전송한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쓰이지도 않는 난수 방송을 북한이 재개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난수 방송 및 북한 전문가들은 이는 심리전의 일환이라고 말한다.

 

간첩에게 지령을 내리는 듯한 난수 방송을 송출해, 상대국에게 불안감을 안기려는 게 바로 북한의 의도라는 것이다. 라디오 애호가들 또한 북한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도 불안감 조성을 위해 난수 방송을 송출한다고 말한다.일각에선 북한의 난수 방송 횟수는 줄어든 반면, 한국의 난수 방송은 최근 더 활발해졌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대북전문 웹사이트인 38 North는 한국에서 보낼 것으로 추정되는 난수 방송이 20162월에 재개됐다고 주장했다. 북한에 파견된 요원들은 인터넷 사용이 어려우므로 단파 라디오로 지령을 전달받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다른 나라들이 난수 방송 개시 곡으로 다소 으스스한 음악을 쓰는 데 비해, 한국에서 송출한 것으로 추정되는 난수 방송에서는 K-POP 곡 일부가 개시 곡으로 등장하기도 했다.[BBC 뉴스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