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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de Ear&Bird's Eye/스리랑카

불교 전래에 얽힌 왕의 전설

CIA bear 허관(許灌) 2017. 5. 14. 18:58

 

 

스리랑카에 불교가 전래된 데는 이런 이야기가 내려오고 있다. 기원전 3세기 6월의 보름날(포손포야), 아누라다푸라 왕국의 데와남피야 티사(Vanampiya Tissa) 왕은 수도 근처의 미힌탈레로 사슴 사냥을 나갔다. 사슴을 쫓던 왕은 산 정상 부근에서 인도의 아쇼카(Ashoka) 왕의 아들이자 승려인 아라핫 마힌다(Arahat Mahinda)를 만났는데, 마힌다는 아쇼카 왕의 특사로서 스리랑카에 불교를 전파하기 위해 와 있었다.

마힌다는 왕에게 불교 교리를 전하였고 왕은 마힌다와의 문답식 대화를 통해 불교에 귀의했다. 그리고 뒤이어 일주일 만에 신하와 백성 8500명이 불교도가 되었으며 왕의 보호 아래 전국으로 불교가 퍼지기 시작했다. 승려 마힌다의 이름에서 유래된 미힌탈레는 오늘날까지도 스리랑카 불교의 발상지이자 성지로 여겨지고 있다.

미힌탈레 정상을 향해 놓인 1840개의 돌계단 양쪽에는 달콤한 향기의 아랄리야 나무들이 늘어서 있다. 포손포야에는 이 나무들에 전구를 달아 늦은 밤까지 기도를 드리기 위해 찾아온 참배객들의 길을 밝혀준다. 계단을 오르다 보면 거대한 사리탑인 암바스탈레 다게바(Ambasthale Dageba)가 눈앞에 나타나는데 이곳에서 데와남피야 왕과 마힌다가 만났다고 전해진다.

여기에는 왕이 교리를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현명한지를 시험해 보고자 했던 마힌다가 왕과 망고나무(암바스탈레)에 관련된 수수께끼 같은 문답을 주고받았다는 일화가 있다. 이 사리탑 안에는 마힌다의 유골이 있으며, 여기서부터는 성지이기 때문에 정상인 마하 세야 다게바(Maha Seya Dageba)까지 신발을 벗고 올라가야 한다. 정상 근처에는 우뚝 솟은 거대한 바위, 아라드하나 갈라(Aradhana Gala)가 있는데 마힌다와 그 일행이 하늘을 날아 이 위에 도착했다고 하여 유명하다. 그야말로 스리랑카 불교의 첫 시작이 새겨진 것이다.

난간에 의지해 간신히 오르면 탁 트인 전경이 시원하게 펼쳐지면서 저 멀리 아누라다푸라까지 보인다. 사람들은 포손포야 때 이 바위 위에 올라 보름달을 보며 절을 하고 간절히 소원을 빈다.

 

 

 스리랑카의 자부심 스리 마하 보디야 나무

마힌다는 스리랑카에 불교를 전파한 이후 아쇼카 왕에게 비구니와 함께 보리수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부처가 보리수 밑에서 도를 깨달았다고 하여 예로부터 보리수는 매우 신성한 나무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아쇼카 왕의 딸이자 비구니인 상가미타(Sanghamitta)는 부처가 깨달음을 얻었다고 전해지는 인도 붓다가야(Buddhagaya) 지역의 보리수 가지를 아누라다푸라에 가져왔고 이 나무가 바로 스리 마하 보디야이다.

그런데 후에 붓다가야의 보리수가 말라죽자 역으로 이곳 아누라다푸라의 나무를 가져다가 심었다고 한다. 발상지인 인도에서는 불교가 쇠퇴하고 힌두교가 번성한 반면, 스리랑카는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불교를 전파하고 여전히 초기 불교를 온전하게 보존하고 있다. 이런 점을 상징하는 스리 마하 보디야는 이 나라 사람들의 자부심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보리수인 스리 마하 보디야는 2000년이 넘는 세월의 기억을 간직한 채 지금도 무성한 가지를 드리우며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야생동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주변에 울타리를 둘러놓아 나무에는 가까이 다가갈 수 없지만, 사람들은 나무 아래 마련된 제단에 꽃과 쌀, 향을 바치며 참배를 한다.

“보가하(Bogaha·보리수)는 우리에게 살아있는 부처님이에요. 이번에 딸이 A Level(Advanced Level) 시험을 보는데 잘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어요.” 스리랑카 사람들은 보리수를 부처와 동일시하기 때문에 이 나무는 절이나 사리탑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신앙 대상으로 여겨진다.

왕실 불교의 성격을 넘어 불교가 대중적으로 확산된 데에는 이 나무의 역할이 컸다. 마힌다는 스리랑카 사람들이 예로부터 나무를 숭배한다는 것을 알고는 불교가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도록 보리수를 가져오게 한 것이다. 스리 마하 보디야로 인해 스리랑카 어디를 가든 보리수를 볼 수 있으며 사람들은 길을 가다가도 자연스럽게 나무 아래에서 기도를 드린다.

이때 보통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나무에 물을 뿌린다. 신비롭게 보이는 이 의식은 처음 보는 사람마저 그 원의 중심으로 끌어당기나 보다. 곁에서 지켜보던 외국인 관광객들도 어느새 자연스럽게 나무를 돌며 물을 뿌리고 있다. 바람이 불며 보리수 잎사귀가 살랑거리고, 주위에서는 불경을 외우는 소리가 귀를 간지럽힌다. 시간마저 비껴선 듯 보이는 나무에서 신성한 기운을 느끼며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한 채 기도하는 사람들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글 : 기린아(스리랑카 마타라기능대학교 한국어교육 봉사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