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사업자금 전용의혹으로 회계감사를 받고 있는 유엔개발계획이 이번에는 북한에 미국을 비판하는 내용의 출판물을 구입해서 보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유엔개발계획이 미국에 비판적인 출판물을 북한에 제공했다는 것인데, 어떤 내용이죠?
네. 언론인 출신으로 미국의 민간단체인 민주주의 옹호재단(Foundation for Defense of Democracies)에 소속돼 있는 클로디아 로제트(Claudia Rosett)씨가 25일 일간지 뉴욕 선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이 같은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로제트 씨는, 직접 책 포장 목록을 봤다며, 유엔개발계획이 중국 베이징에 있는 한 벨기에 회사를 통해, 약 3천 달러 어치의 책 29권을 구입했다고 밝혔습니다. 로제트 씨는 실제 책값은 통털어 900달러가 채 안 되는 데, 북한에 보내기 위해 수송비에만 2천 달러가 넘는 돈을 썼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에 보낸 책들이 미국에 비판적이라고 하는데요?
그렇습니다. 제목만으로도 미국과 부시 대통령에 비판적인 책들임을 알 수가 있습니다. 에를 들어, 미국의 초월적 지위를 비판한 “미국의 힘 길들이기”, 또 미국의 이라크전을 비판한 “이라크 전쟁의 끝”, 미국 중앙정보국과 부시 행정부의 연관성을 다른 “전쟁의 국가”를 꼽을 수 있습니다. 로제트 씨는 출판물 중에는 또한 무기 거래와 지역 강국에 초점을 맞춘 것도 있다며, 무엇보다 개발지원을 전문으로 하는 유엔기구가, 왜 이런 일에 관여했느냐고 반문했습니다. 그런데, 유엔개발계획의 대북사업 중에는, ”군축과제“라는 사업이 있는데요, 평양사무소에서 최근 몇 년간 진행해온 사업입니다. 로제트 씨는 군축과제라는 사업의 일환으로, 유엔개발계획이 이런 책들을 구입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주문한 책들이 북한에 도착한 시기도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로제트 씨에 따르면, 책을 실은 화물이 지난 3월 9일 북한으로 발송이 됐고, 14일 유엔개발계획 평양사무소에 전달 됐습니다. 유엔개발계획이 3월 1일 대북사업을 잠정 중단한다고 선언한 이후에 이뤄진 일입니다. 로제트 씨는 유엔개발계획 관계자가 북한 당국에 새로 준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힌 와중에, 이런 책이 북한에 도착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더구나 유엔개발계획이 대북사업을 중단하면서 사업 관련 자산들도 북측에 양도한 것으로 아주 최근에야 밝혀져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유엔개발계획 측의 반응은 어떤가요?
로제트 씨는 우선 평양사무소에서 근무하던 유엔개발계획 직원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뉴욕 본부의 공보실에 연락하라는 답변을 얻었다고 전했습니다. 뉴욕 유엔개발계획 본부에서도, 현재 대북사업에 대한 회계감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을 뿐, 책에 대해서는 전혀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