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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의 승리?' 국내 첫 정부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헌법소원, 그 판결 내용은 본문
'절반의 승리?' 국내 첫 정부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헌법소원, 그 판결 내용은
CIA bear 허관(許灌) 2024. 9. 15. 19:28
“저희는 미래세대라고 불리지만 지금 여기 존재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 세상의 일원으로 태어났고, 기후위기에서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청구인 한제아 양, 10살)
국내 첫 기후 소송이 제기된 지 4년 5개월 만에 정부의 기후 대응이 일부 헌법에 어긋난다는 기념비적인 판결이 나왔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29일 한국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하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이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은 정부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 대비 35%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만큼 감축하는 것을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한다는 점을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정부가 2030년 이후 감축목표에 관해서는 어떠한 정량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 시점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감축을 실효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것.
헌재는 이러한 점에서 해당 조항이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한다”라며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으므로 청구인들의 환경권을 침해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정부는 2026년 2월까지 새로운 기후 대응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국가 차원의 가장 대표적인 기후변화 대응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헌법에 합치하는지를 따지는 소송으로는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 처음이다.
국내 첫 기후 헌법소원
이번 판결은 네 가지 소송을 하나로 묶어 진행한 것으로, 4년여 전 국내 첫 기후 헌법소원이 제기됐을 때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국내 첫 기후 헌법소원은 2020년 3월 ‘청소년기후행동’ 회원 19명이 제기한 것이었다. 피청구인은 대한민국 국회와 대통령. 청구인들은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미흡해 청소년들의 생명권, 행복추구권, 환경권, 평등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시작으로 2021년 10월에는 기후위기비상행동과 녹색당 등 123명의 시민들이, 2022년 6월에는 62명의 ‘아기기후소송단’(5세 이하 39명, 6~10세 22명, 20주 차 태아 1명)이, 2023년에는 환경단체 회원 등 시민 51명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네 건의 소송에 참여하는 원고는 총 255명. 헌재는 사안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등을 고려해 지난 4월과 5월 이례적으로 두 차례의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청구인들은 공통으로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이 충분하지 않아 미래세대를 비롯한 시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미래세대와 기본권
특히 이번 소송의 청구인 목록에는 엄마 뱃속의 태아부터 영·유아, 10대 청소년까지 이름을 올리면서 주목을 받았다.
아기기후소송 청구인 중 한 명으로 10살 때부터 소송에 참여한 한제아 양은 이날 판결이 내려진 후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마치 소원이 이뤄진 것처럼 기쁘고 뿌듯하다”며 “이 소송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알고 있고, 얼마나 깊이 기후위기에 대해 걱정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청소년기후소송 청구인인 김서경(22) 씨도 "기후 헌법소원의 위헌 판결은 기후위기 속 보호받을 우리의 기본권 존재를 인정하는 판결"이라며 눈물 흘렸다.
환경단체와 청구인 변호인단은 이날 판결에서 대부분 사안이 기각된 점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기후변화가 기본권의 문제”라는 점을 처음으로 인식했다는 점에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헌재는 이번 판결을 통해 기후 위기와 관련한 미래 세대의 부담을 분명히 인식하면서 과소보호금지 원칙을 위반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과소보호금지 원칙이란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취했느냐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목표치는 충분한가?
헌재가 이번 소송을 ‘일부 인용’하는데 그쳤다는 점에서 ‘절반의 승리’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헌재는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은 청구인의 환경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봤다. 해당 조항은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을 “40퍼센트”로 규정하고 있다.
즉, 현재 한국이 파리협정에 따라 설정한 온실가스 감축량 자체는 위헌이 아니라는 뜻이다. 한국은 오는 2030년에는 2018년 대비 탄소 배출을 4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청구인들은 40%라는 감축 목표치가 불충분하며,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해왔다.
해외의 기후소송
전 세계적으로 폭염과 홍수 등 이상 기후를 체감하고 이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기후 소송에 나서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미국 컬럼비아대가 공동 발간한 ‘2023 글로벌 기후소송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지난 5년간 세계 65개국에서 기후소송 2180건이 제기됐다.
지금까지 대부분 기후소송과 승소 판례는 미국과 유럽에서 찾을 수 있었다.
특히 2013년 네덜란드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책임을 최초로 인정한 ‘우르헨다 판결’이 나와 주목을 받았다. 환경단체 우르헨다 재단과 시민 886명은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을 소홀히 해 국민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1990년 대비 20%에서 25%로 확대하라고 판결했다.
2021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이번 헌재 판결과 비슷한 사례다. 당시 독일 연방 헌재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이상 줄일 것을 규정한 연방 기후변화법이 2030년 이후 목표를 충분히 제시하지 못해 미래세대의 권리를 침해한다며 일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2010년대 중반부터 아시아 등 이외 지역에서도 기후소송이 확대되는 양상인 만큼, 활동가들은 이번 헌재 판결이 한국을 넘어 다른 국가에도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의 기후 대응, 일부 헌법에 어긋나'...헌재 탄소중립기본법 '헌법불합치' 판결 내용은 - BBC News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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