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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메카 성지순례자, 폭염으로 1300명 이상 사망 본문
중동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기온이 50도를 넘는 폭염 속에서 이슬람교도가 성지 메카를 일제히 방문하는 성지순례 '해지'가 치러진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보건부 장관이 온열질환 등으로 인해 13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해지'는 전세계 무슬림들이 1년에 한 번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 성지를 방문하는 성지순례로, 순례자들은 밤낮 상관 없이 며칠 동안이나 메카와 그 주변을 순례합니다.
올해는 지난 14일부터 19일까지 메카의 기온이 50도를 넘는 폭염 속에서 치러진 가운데, 세계 각지에서 180만 명이 참가했습니다.
지금까지 온열질환 등으로 많은 순례자들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23일 알잘라젤 보건부 장관이 현지 TV에 전화로 출연해 “1301명이 온열질환 등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알잘라젤 보건부 장관은 사망자의 80% 이상이 성지순례에 필요한 비자를 취득하지 않았고, 폭염 속에서 숙박 시설이나 이동 수단 등을 적절히 이용하지 않은 것이 사망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올해 사우디 성지순례선 왜 이토록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나?…목격자들이 전하는 이야기
AFP 통신은 올해 ‘하지(이슬람의 정기 순례)’ 의식이 비극으로 얼룩지고 말았다고 보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에 따르면 대부분 더위로 인해 다양한 국적의 순례자 최소 1301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들이 집결하는 행사 중 하나로, 매년 사우디아라비아엔 순례자 수백만 명이 몰려든다. 재정적, 신체적으로 양호한 이슬람교도들은 일생에 한 번은 성지를 방문해야 한다.
올해 이 하지 기간은 지난 19일로 끝이 났다.
한편 BBC는 현재까지 보고된 사망자 수를 독립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BBC는 지난 19, 20일에 사우디 당국에 정확한 사망자 수와 더불어 당국의 조치에 대한 비판 등에 관해 물었으나, 공식적인 답변은 없었다.
앞서 사우디 측은 올해 하지 기간 마련한 공중 보건 계획이 성공을 거뒀다고 자찬했다.
파하드 알-잘라젤 사우디 보건장관은 성명을 통해 “수많은 순례자들이 모여들고, 기온이 치솟으며 여러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이번 하지 기간엔 공중 보건을 위협하는 (큰)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우디 당국의 설명에 따르면 올해 하지 의식에 참여한 순례자는 약 183만 명이며, 이 중 160만 명이 해외에서 왔다고 한다. 이 중에서도 특히 파키스탄, 요르단, 튀니지 출신이 많다.
BBC는 올해 하지 기간 특히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원인을 자세히 살펴봤다.
극심한 더위
우선 그늘에서조차 기온이 51.8°C까지 치솟는 사우디의 극심한 더위가 사망자 대량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손꼽힌다.
극심한 더위에 노출되지 않도록 유의하며,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라는 사우디 보건 당국의 경고에도 수많은 순례자들이 더위로 인한 건강 문제 및 열사병에 희생됐다.
한 아랍 외교관은 올해 보고된 이집트인 사망자 658명 중 거의 대부분이 더위로 인해 숨졌다고 봤다.
그리고 이러한 순례객 중 다수는 적절한 하지 허가증이 없는 상태로, 당국의 조직적인 지원 혹은 자원에 접근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나이지리아에서 왔다는 순례객 아이샤 이드리스는 BBC 월드 서비스 ‘뉴스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무척 더웠다. 내가 살아남은 건 오직 신의 자비 덕분”이라고 말했다.
“(사우디 당국이) 카바(이슬람에서 가장 중요한 모스크의 중앙에 있는 석조 신전)로 향하는 모든 문을 닫아뒀습니다. 그래서 순례자들은 뜨겁게 타오르는 옥상을 이용해야만 했습니다.”
“양산으로 햇빛을 가리거나, 잠잠수(성수)를 계속 몸에 부어야만 했다”는 이드리스는 “갑자기 기절할 것 같은 순간도 있었다. 그래서 누군가 우산으로 날 도와줬다. 이토록 더울 줄 몰랐다”고 덧붙였다.
한편 또 다른 순례자 나임은 열사병으로 숨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유가족들은 죽음에 대한 답을 찾고자 애쓰고 있다.
나임의 아들은 BBC 아랍어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갑자기 어머니와 연락이 되지 않았다. 며칠간 가족들이 찾아 나섰으나, 어머니가 하지 중 돌아가셨다는 소식만 듣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메카에 묻히고 싶어 하신 어머니의 소원을 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낯선 더위, 힘든 신체 활동, 넓게 펼쳐진 공간 등 순례자들을 위협하는 요인은 다양하다. 아울러 순례자 중엔 고령이거나, 병약한 이들도 많다.
사실 하지 기간 열사병으로 숨지는 일은 1400년대부터 기록돼 있을 만큼 새로운 일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사우디 당국은 순례 기간 더위로 인한 사건 2000건 이상이 보고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상황이 더 악화할 것으로 경고했다.
독일 소재 비정부기구인 ‘기후 분석’의 칼-프리드리히 슐러스너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000년 넘게 더운 날씨에서 하지를 진행해 왔으나, 기후 변화로 인해 더욱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슐러스너의 연구에 따르면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1.5℃ 상승할 경우 하지 기간 열사병 위험은 5배 증가할 수 있다.
2030년까지 이 1.5℃선을 넘길 것으로 현재 예상되는 가운데, 앞으로 성지를 찾은 순례자들은 더욱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텐트촌의 과잉 수용 및 위생 문제
한편 사우디 당국의 잘못된 관리 방식으로 인해 상황이 더욱더 악화해 순례자들을 위해 지정된 여러 구역에서 위기가 발생했다고 주장도 몇몇 포착됐다.
순례자들을 위한 숙박 시설 및 편의 시설이 제대로 관리되지도 않았으며, 적절한 냉방 및 위생 시설도 부족한 텐트촌엔 사람들로 넘쳐났다고 한다.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온 아미나(가명, 38세)는 “메카의 더위 속 우리 텐트엔 에어컨이 없었다. 그나마 냉각기가 설치돼 있었으나, 이마저도 물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아미나는 “텐트 안은 정말 숨 막힐 정도였다.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등 끔찍한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온 파우자 또한 “수많은 이들이 과밀 수용되고 뜨거운 텐트 안에서 기절했다”며 이에 동의했다. 게다가 “밤늦게 저녁 식사가 나와서 텐트에서 지내는 사람들은 무척 배가 고팠다”고 한다.
파우자는 차후 개선되길 바란다면서도 “지금껏 겪어 본 하지 조직위 중 제일 괜찮았다”고 덧붙였다.
이동 수단 문제
아울러 순례자들은 무더운 더위 속에서 걸어서 오랫동안 걸어서 이동해야만 했는데, 도로 차단 정책 및 미흡한 교통수단 운영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었다.
익명을 원한 파키스탄 출신 한 여성 순례자는 “우리는 물도, 그늘도 없이 7km를 걸어야만 했다. 경찰이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는 바람에 불필요하게 긴 거리를 걸어야만 했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사우디 정부가 제공하는 차량이 있었으나, 더위로 인해 아프거나 의식을 잃은 이들은 이를 사용하지 못했다고 한다.
“텐트에선 사람들이 마치 농장의 닭이나 가축처럼 수용됐습니다. 침대 사이를 지나다닐 공간도 없었으며, 수백 명이 함께 사용하기엔 화장실도 무척 부족했습니다.”
민간 차원에서 성지순례를 조직하는 무하마드 아차 또한 이에 동의했다.
“이번이 개인적으로 18번째 하지”라는 아차는 “경험상 사우디 관계자들은 그리 일을 용이하게 도와주지 않는다. 통제만 할 뿐 하지 돕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아차에 따르면 일반적인 순례자는 여름에 하루 최소 15km는 걸어서 이동해야 한다. 이에 따라 열사병에 걸리거나, 피로해지거나, 물이 부족하기도 하다는 설명이다.
아차는 “초기엔 도중에 텐트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경로가 마련돼 있었으나, 지금은 모든 경로가 폐쇄됐다”면서 “이로 인해 1번 구역의 카테고리 A 텐트에 머무는 이들도 텐트로 돌아가기 위해선 여름철 더위를 견디며 2.5km를 걸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이 경로에서 응급 상황이 발생해도, 30분은 돼야 의료진이 도착할 수 있습니다. 생명을 구할 장비도, 중간중간 물을 마실 식수대도 없습니다.”
의료 대응 지연
한편 다수의 순례자가 미흡한 의료 서비스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위로 탈진하거나 다른 건강상 문제를 호소하는 순례자들에게 구급차, 응급 의료 서비스 등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았다.
아미나는 옆에 있던 순례자가 폐소공포증으로 인해 산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면서, 간절하게 애원했음에도 구급차가 도착하는 데 25분 이상 걸렸다고 기억했다.
게다가 “마침내 구급차가 도착했지만, 의사는 2초도 제대로 보지 않은 채 ‘이 남성은 괜찮다’고 말하고 이내 떠나버렸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사우디 보건장관은 순례자들의 건강을 위해 충분한 자원을 할당했다고 강조했다.
사우디 당국의 공식 성명에 따르면 병상 6500여 개를 구비한 병원과 진료소 189곳 및 의료진, 기술직, 행정직, 자원봉사자 등을 포함한 스태프 4만 명 이상이 동원됐다고 한다.
아울러 구급차 370여 대, 구조 헬기 7대 및 실험실 12곳과 보급 트럭 60대, 이동식 의료 창고 3곳 등으로 구성된 탄탄한 물자 수송 네트워크도 갖췄다는 주장이다.
사우디의 ‘마카 보건 클러스터’ 당국은 성지순례 기간이 다가오면서 더욱더 준비를 철저히 했다고 설명했다.
“인력을 훈련시키고, 여러 의료 시설에 집중 치료 병상 654개를 포함한 병상 3944개를 배정하는 등 모든 병원 및 의료기관의 외래 진료소 업무를 이어 나가는 데 필요한 모든 부분을 충족하고자 최선을 다했습니다.”
미등록 순례자들
한편 성지순례를 위해선 특별 하지 비자를 신청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는 이러한 공식적인 서류를 갖추지 않은 채 성지순례를 떠난다. 이러한 ‘비공식 하지’ 문제 또한 대규모 사망자 발생의 원인으로 추정된다.
지원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적절한 서류가 없기에 순례자들이 당국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당국은 텐트 과밀 수용 사태는 부분적으로 이러한 미등록 순례자들 때문이라며 비난했다.
‘인도네시아 성지순례 위원회’의 무스톨리 시라지 위원장은 “하지 비자를 갖추지 못한 이들이 성지순례 구역에 침투한 것으로 의심한다”고 지적했다.
AFP 통신은 한 아랍 외교관의 말을 인용해 이번 하지 기간 이집트인 최소 658명이 사망했는데, 이 중 630명이 특별 비자 미 소유자였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성지순례 위원회’의 사드 알-쿠라시 고문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하지 비자가 없는 이들은 용납되지 않으며, 반드시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알-쿠라시 고문은 공식적인 순례자들은 디지털 플랫폼인 ‘누숙’ 카드로 식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성지에 입장하는 데 필요한 바코드가 그려진 입장 카드다.
고령이거나 병약한 순례자들
한편 평생 돈을 모은 뒤이거나, 성지에서 죽음을 맞길 바라는 마음에 인생의 마지막 단계에 성지순례를 떠나는 이들이 많다.
예를 들어, 방글라데시의 이슬람교도들은 성지순례 중 사망하는 건 특별한 행운이라고 여긴다.
이 또한 매년 성지순례 기간 사망자가 나오는 이유 중 하나다. 2022~2023년 하지 기간엔 약 200명이 숨졌다.
성지순례 중 사망하면 어떻게 되나?
성지순례 중 사망한 순례자는 하지 조직위 측에 보고된다. 신원 확인을 위해 손목밴드나 목걸이를 통해 개인정보를 표시한다. 이후 의사의 진단서를 받으면 사우디 정부가 사망 증명서를 발급한다.
장례 기도 의식은 어디서 사망했는지에 따라 메카 소재 ‘마스지드 알-하람’이나 메디나 소재 ‘예언자의 모스크’와 같은 주요 모스크에서 열린다. 시신을 씻기고, 염하고, 냉동차로 이송하는 모든 비용은 사우디 정부가 전액 부담한다.
아무런 표시 없이 간단히 매장하며, 한 곳에 여러 시신을 함께 묻기도 한다. 묘지 기록을 통해 누가 어디에 묻혔는지 확인할 수 있기에 원한다면 유가족이 방문할 수도 있다.
사우디 정부는 ‘적신월사’ 등 여러 단체의 도움으로 “존엄성을 지키는 정중한 매장 절차”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 올해 사우디 성지순례선 왜 이토록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나?…목격자들이 전하는 이야기 - BBC News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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