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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순이 잘 자래이"…YS가 첫눈에 반했던 손명순 여사 별세 본문

대한민국 전직대통령 자료

"맹순이 잘 자래이"…YS가 첫눈에 반했던 손명순 여사 별세

CIA bear 허관(許灌) 2024. 3. 8. 08:36

“인생에서 가장 잘한 두 가지는 군사독재를 물리치고 민주화를 이룩한 것과 60년 전 아내와 결혼한 것이다.”

 

2011년 3월,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한 말이다. 그는 손명순 여사와의 결혼 60주년 회혼식에서 “맹순이(명순이)가 예쁘고 좋아서 60년을 살았다”며 부인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김 전 대통령은 고된 하루를 마치고 침대에 누울 때면 머리맡의 손 여사에게 종종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맹순이 잘 자래이.”

김영삼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 여사가 7일 별세했다. 향년 95세. 의료계에 따르면 손 여사는 이날 오후 늦게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사진은 지난 2011년 3월 4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회혼식에서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부인 손명순 여사에게 입맞춤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손 여사가 2015년 YS 서거 9년 만인 7일 오후 95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다. 의료계에 따르면 손 여사는 2022년 12월부터 코로나19로 인한 중증 폐렴 등으로 서울대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차남인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은 “저희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정말 편안히 영면하셨다”고 전했다.

1929년생인 손 여사는 경남 김해에서 9남매 중 장녀로 태어나 마산여고와 이화여대 약대를 졸업했다. YS와는 이대 3학년 재학 중 맞선자리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장택상 국회 부의장의 비서관이었던 YS 역시 서울대 철학과 3학년이었다. YS는 “아직 결혼할 때가 아니다”라며 결혼을 종용하던 조부모에게 맞섰는데, 고향 거제의 집안 어른들은 조부가 위독하다며 거짓으로 YS를 불러 내렸다.

하루 날을 잡아 경남 출신의 이대생 3명과 각각 선을 봤는데, 그중 마지막에 만난 사람이 손 여사였다. 2011년 서거 전 마지막 언론인터뷰인 JTBC 인터뷰에서 YS는 “문학 얘기를 하는 걸 보면서 ‘참 멋있는 여자’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 잡힌 다른 선 자리는 모두 취소했다.

1951년 9월 29일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서울대 문리대를 졸업할 당시 이화여대에 재학 중인 손명순 여사와 기념촬영을 했다. 중앙포토

두 사람은 맞선 뒤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1951년 3월 비밀리에 결혼했다. 재학생의 결혼을 금지하는 당시 이대 교칙 때문이다. 손 여사는 주변 친구들이 비밀을 지켜준 덕분에 재학 중 첫 아이를 낳고도 무사히 졸업했다.

학생 때 결혼하는 바람에 변변한 신혼여행도 다녀오지 못했다고 한다. 1993년 청와대에 입성한 YS는 5년간 거의 매일밤 손 여사와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며 “이게 우리 진짜 신혼”이라고 달래곤 했다.

이대 약대에 수석 입학한 손 여사는 약사 면허증도 땄지만, 약사 일은 한 적이 없다. 결혼 뒤 몇해가 흐른 어느 날 YS가 “약국을 차리는 게 어때”라고 하자 손 여사는 “당신 내조도 바쁜데 내가 어떻게 해요”라고 타박했다. 결혼 후 손 여사는 거의 매일 100여명의 식사를 준비해야 했다.

김기수 전 YS 수행실장은 “야당 정치인들이 다들 어렵게 사니까 매일 아침 상도동에 가서 시래기 국밥을 먹었다”며 “손 여사는 ‘배고픈 동지들 와서 양껏 드시고 가라’며 주방을 다 오픈해 놨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명절 땐 손 여사가 시아버지께 부탁해 받은 멸치를 포대째로 동지들에게 다 배달했다”며 “그래서 ‘자녀들이 거제 멸치를 먹고 자라 뼈대가 튼튼해졌다’는 농담을 하곤 한다”고 떠올렸다.

김영삼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 여사가 7일 별세했다. 향년 95세. 의료계에 따르면 손 여사는 이날 오후 늦게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사진은 지난 1996년 9월 4일 중남미 5개국 순방에 나선 고 김영삼 전 대통령과 손명순 여사가 첫 방문국인 과테말라 아무로라 국제공항에 도착, 트랩을 내려오기 전 환영객들에게 인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중앙 정치 무대의 스타였던 남편은 늘 바빴다. 그런 YS가 9선을 하는 동안 지역구 관리와 가족들 건사는 손 여사 몫이었다. 손 여사는 청와대에서 지낸 5년 동안 청와대 수행원, 운전기사, 여성 직원들을 위한 식당이나 휴게실을 만드는 등의 활동만 했을 뿐 대외 활동은 거의 안 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손 여사는 단 한 번도 문제를 일으킨 적 없다”며 “동양식 아내의 덕을 일컫는 ‘부덕(婦德)’을 실현하신 분”이라고 평가했다. YS도 살아생전 “화를 잘 내는 내게 언제나 져줬고 한 번도 자신을 내세운 적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중요한 정치적 고비엔 늘 손 여사가 있었다. 밖에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1983년 YS가 전두환 정권에 저항하며 23일간 단식 투쟁할 때 외신 기자에게 일일이 전화해 소식을 전한 이가 바로 손 여사였다.

1990년 3당 합당 당시 “군부독재 세력과 손잡을 수 없다”며 끝까지 합류를 거부한 최형우 전 의원을 설득한 이도 손 여사였다. 그는 ‘좌형우’로 불린 최 전 의원을 직접 찾아가 “당신은 YS가 왜 3당 합당을 하는지 그 뜻을 모르느냐. 그러고도 ‘좌형우’냐”라고 몰아붙이며 설득했고, 최 전 의원은 YS를 따랐다. YS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장관에 임명된 최 전 의원은 YS에게 “저, 형수님 아니었으면 대통령님 안 따라왔심니더”라고 털어놓았다고 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 여사가 7일 별세했다. 향년 95세. 의료계에 따르면 손 여사는 이날 오후 늦게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사진은 지난 1983년 5월 23일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하던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을 지키는 부인 손명순 여사의 모습. 연합뉴스

 

1992년 대선 땐 손 여사도 많은 사람을 만났다. 당시 여당이던 YS 측에는 정보기관에서 보내준 ‘블랙리스트’가 있었다고 한다. ‘선거꾼’으로 조심해야 할 인물들이었다. 어느 날 손 여사가 그중 한 명과 면담하는 것이 비서진의 눈에 띄었다. 손 여사에게 “만나지 말라”는 경고가 들어갔지만 그 뒤로도 손 여사는 두 번이나 더 접촉했다. 펄쩍 뛰던 비서진은 손 여사가 “나쁜 사람도, 좋은 사람도, 귀한 사람도, 천한 사람도 모두 같은 한 표다”고 하자 잠잠해졌다고 한다.

YS 비서 출신인 정병국 전 의원은 과거 중앙일보에 “손 여사는 타고난 선거전략가였다. YS가 대통령이 되는 데 일등공신도 손 여사”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정치하던 시절 가족을 잘 챙기지 못했던 YS는 대통령 퇴임 후 손 여사에게 정성을 쏟았다. YS 밑에서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지낸 이성헌 서울 서대문구청장은 “퇴임 뒤 김 전 대통령이 기분이 좋을 땐 ‘맹순씨’, 조금 불편할 땐 ‘맹순이’라고 부르곤 했다”며 “두 분이 연세가 드셔도 다정다감하게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했다”고 전했다. 2015년 11월 YS 서거 당시 손 여사는 장례식장에 휠체어를 타고 와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꼈다.

손 여사 장례는 5일간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조문은 8일 오전 9시부터 받는다. 발인은 11일 오전 8시다. 손 여사는 국립서울현충원 YS 묘소에 합장될 예정이라고 한다. 유족으로는 아들 김현철 이사장 등 2남 3녀가 있다.

 

65년간 조용한 내조 ‘맹순이’...손명순 여사, YS 곁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 결혼 60주년 기념식이 김 전 대통령과 손명순 여사가 참석한 가운데 2011년 3월 4일 저녁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김영삼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孫命順·95) 여사가 7일 오후 5시 39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김 전 대통령은 9년 전인 2015년 11월 22일 서거했다.

손 여사는 경남 김해 출신으로 마산여중과 마산여고를 거쳐 이화여대 약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3학년 시절인 1951년 서울대 철학과 3학년인 김 전 대통령과 결혼했다. 당시 이화여대에는 금혼 학칙이 있었지만, 손 여사는 결혼 사실을 비밀로 하고 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손 여사는 야당 정치인으로 활동한 김 전 대통령을 내조했다. 손 여사는 김 전 대통령 서거 때까지 65년 동안 부부의 연을 이어오며 고락을 함께했다.

손 여사는 조용한 내조를 한 대통령 부인으로 평가받는다. 김 전 대통령이 야당 총재 시절이나 대통령 재임 시기에도 적극적으로 대외 활동에 나서지 않았고, 정치권과도 거리를 뒀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이 1983년 5월 신군부에 대한 항의로 23일간 단식 투쟁을 벌일 때에는 외신 기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실상을 알렸다. 야당 시절 손 여사는 손님 대접을 위해 하루에 한 말씩 밥을 했고, 당시 서울 동작구 상도동 집을 찾아간 사람들은 언제든 거제산 멸치에 된장을 푼 시래깃국을 먹을 수 있었다고 한다. 1993~1998년 대통령 부인 시절에는 참모 아내들과의 모임을 모두 없앴고, 입는 옷의 상표를 모두 떼고 입을 정도로 구설에 오를 일을 만들지 않았다.

김 전 대통령은 손 여사를 두고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를 섞어 ‘맹순이’라고 불렀다. 2011년 결혼 60주년 회혼식(回婚式) 행사에서 “그동안 참으로 고마웠소. 맹순이가 예쁘고 좋아서 60년을 살았지”라며 손 여사 볼에 입을 맞췄다. 김 전 대통령은 손 여사에 대해 “언제나 자신을 낮추고 남편인 저를 높여줬다. 화를 잘 내는 저에게 언제나 져줬고, 한 번도 자신을 내세운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인생을 돌이켜 보면서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2가지 있다”며 “군사 독재 정권을 물리치고 민주화를 이룩해 낸 일과 60년 전 아내와 결혼한 일”이라고 했다.

손 여사는 2015년 김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도 상도동 사저에서 계속 살았다. 2022년 6월에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상도동 사저를 찾아 손 여사를 비공개로 예방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여사님께서는 평생 신실한 믿음을 지키며 소박하고 따뜻한 삶을 사셨다. 신문 독자투고란까지 챙겨 읽으시며 김영삼 대통령님께 민심을 전하셨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늘 정치적 동반자의 역할을 해주셨다”며 “우리 국민 모두 여사님의 삶을 고맙고 아름답게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대통령실 김수경 대변인이 전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화를 위해 평생을 바치신 김 전 대통령님과 그 옆에서 함께 헌신해오신 손 여사님을 우리 국민들은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손 여사와 김 전 대통령께서 함께 맨땅에서 일궈낸 후, 후대에 물려주신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소중한 가치를 다시금 되새겨 본다”며 “생전 손 여사께서 보여주셨던 헌신, 따스함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했다.

유족으로는 딸 혜영, 혜경, 혜숙씨, 아들 은철, 현철(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씨 등 2남 3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에 마련됐고, 장례는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주최로 5일간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현철씨 아들 김인규(35)씨는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국민의힘 4·10 총선 부산 서·동구 경선 후보다.

지난 1998년 7월 31일 김대중 대통령 시절 청와대 전·현직 대통령 부부 만찬에 참석한 손명순 이순자 이희호 김옥숙 여사(왼쪽부터)가 만찬에 앞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국민이 원한 바람직한 '영부인상'은 나서지 않는 전통적 현모양처형이었지만, 당시에도 이순자 여사와 이희호 여사 등은 참여형 활동가형 영부인으로 찬반이 많았다. /조선DB

 

김영삼 전 대통령과 손명숙 여사가 참석한 가운데 2011년 3월 4일 저녁 롯데호텔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 결혼 60주년 기념 행사가 열렸다. 사회자가 “뽀뽀 좀 하시죠”라고 하자 김영삼 전 대통령은 손명순 여사에게 망설임 없이 다가갔다. 결혼 60주년 기념식장은 ‘대통령의 뽀뽀’로 떠들썩했다. 아들 현철씨는“솔직히 요즘엔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너무 애정표현을 하셔서 부끄러울 정도”라며“어머니께서 자식들 보는 데서 그만 좀 하라고 말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 여사가 1996년 방한한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 부인 힐러리 로댐 클린턴 여사와 접견하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 여사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가 2015년 11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 전 대통령 빈소로 들어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