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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두창 백신에 사용되는 ‘백시니아 바이러스’의 기원 본문

Guide Ear&Bird's Eye/에이즈. 조류독감등 생물화학병 자료

원숭이두창 백신에 사용되는 ‘백시니아 바이러스’의 기원

CIA bear 허관(許灌) 2022. 8. 2. 08:05

19세기 초, 영국 런던의 시민들은 '소-인간'으로 변해버릴 수도 있다는 기이한 공포심에 휩싸였다. 관련해 여러 정보가 담은 책자가 배포되고 경각심을 일으키는 책들이 출간됐다. 의심스러운 치료법도 등장했다.

당시 소를 감염시키는 우두 바이러스를 이용해 이와 비슷하나 훨씬 더 치명적인 바이러스인 천연두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다는 선구적인 의료 행위가 제시됐다.

그러나 당시 몇몇 의사들은 이에 대해 공포감을 조장했다. 이렇듯 크나큰 위험에 직면했다는 경고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대중은 집단 공포에 휩싸였다.

이 기법엔 라틴어로 '소와 관련된'이라는 뜻의 단어 'vaccinus'에서 이름을 따 백신(vaccination)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개발 초기 연구에 따르면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을 확률이 무려 95%로, 그 효과는 매우 뛰어났다.

당시 천연두는 치사율이 보통 30%에 달하며, 살아남더라도 얼굴과 몸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흉을 남겼던 질병이었다.

무엇보다도 천연두를 완전히 박멸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도 생겨났다.

우두 히스테리

인류 첫 백신 개발 당시 분위기는 그야말로 광란이었다.

1802년부터 연재된 백신 접종 반대 선전물에는 백상아리와 같은 턱과 긴 꼬리를 지녔으며 몸통은 얽은 자국으로 가득한 무시무시한 괴물 소가 인간 아기를 바구니째 마구 받아먹는 그림이 그려져 있기도 했다. 괴물 소가 소화해 배설한 아기들은 머리에 뿔이 달린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이렇듯 최초의 백신 회의론자들은 백신 개발과 거의 동시에 나타났다.

특히, 우두 바이러스 같은 '짐승의' 것은 인체에 존재하지 않기에 말 같지도 않은 '농담'으로 받아들이는 의사들도 있었다.

이보다 더 나아가 '우두 백신을 맞은 아이들에게서 젖소의 반점과 같은 소의 특징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백신을 맞으면 결국 생각이 소처럼 변해버릴 위험이 있다' 등의 황당한 주장도 있었다.

당시 어느 저명한 변호사는 예방접종을 한 여성은 황소에 사랑을 느낄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문제는 초기 백신 회의론자들은 완전히 오해했다는 것이다. 당연히 당시 새롭게 개발된 백신을 맞는다고 해서 사람이 소로 변하진 않았다.

우두 바이러스는 그냥 평범한 바이러스였고, 수 세기에 걸쳐 인간의 천연두 근절을 도와주게 된다.

그런데 처음부터 소와 전혀 관련이 없는 바이러스일지도 모른다.

사실, 오늘날까지 천연두를 퇴치한 이 바이러스가 궁극적으로 어디에서 왔는지는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이 수수께끼의 미생물을 이용하고 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한 원숭이두창에 대한 백신에도 이 바이러스가 쓰인다.

박물관에서 찾을 수 있는 초기 천연두 백신의 형태

지난 50년 동안 대부분 아프리카 대륙에서 창궐했던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는 올해 5월부터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했다.

이에 맞서기 위해 과학자들은 이전에 천연두 백신으로 이용했던 'ACAM2000'과 'JYNNEOS(지네오스)'를 꺼내 들었다.

현재 미국에서 원숭이두창 백신으로 승인된 유일한 2종이다. (유럽연합(EU) 또한 최근 지네오스 백신을 승인했다.)

두 백신 모두 안전성이 뛰어나고 그 효과도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들 백신 또한 수수께끼의 일부이다.

지난 100여 년간 과학계는 우두 바이러스로 천연두 백신을 만든 것으로 추정했다. 여전히 전 세계 여러 웹사이트와 교육 과정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백신이 개발된 지 거의 150년이 지난 1939년 분자 시험 결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더 최근에 실시된 유전자 염기서열 연구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과거 천연두 백신과 오늘날 원숭이두창 백신은 그 누구도 정체를 확인한 적 없는 미확인 바이러스에 기반하고 있다. 즉, 백신 형태에서만 발견되는 '유령' 병원체인 것이다.

그런데 지난 수십 년간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이 유령 병원체가 천연두 백신에 어떻게 혹은 왜 나타났는지, 또는 여전히 전 세계 어딘가 야생에서 존재하는지 알지 못한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천연두가 휩쓸었던 시기에 살았던 수백만 명은 이 미스터리한 바이러스 덕에 목숨을 건졌다는 것이다.

또한 이 바이러스가 없었다면 최근 문제가 되는 원숭이두창 사태 또한 훨씬 더 빠르게 번졌을 것이다.

독일의 질병 연구소인 '로버트 코흐 연구소'에서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호세 에스파자는 "1939년까지 우리가 '천연두 백신'이라고 부르는 '백시니아(vaccinia) 바이러스'와 우두 바이러스는 같은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그 후 이 둘이 서로 다르다는 게 밝혀졌다. 그래서 이젠 백시니아 바이러스는 그 기원을 알 수 없는, 우두 바이러스가 아닌 또 다른 바이러스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그렇다면 이 바이러스의 기원은 어디일까. 자연적인 숙주에서도 찾을 수 있는 바이러스일까.

영국의 천연두

전 세계적으로 예방접종을 발명한 사람은 은발의 외과 의사 에드워드 제너로 알려져 있다. 1796년 자신이 발견한 내용을 세상에 알린 인물이다.

소 농가의 아름다운 여인들, 번뜩 깨달음이 찾아온 순간, 조금은 윤리적으로 의심스러운 실험까지. 보통 우두법 발견에 대해 이 같은 이야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모두 정확한 것은 아니라는 게 후에 밝혀졌다.

우선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 버전은 다음과 같다.

어느 날 제너는 우유를 짜는 여성 중 유난히 피부가 깨끗한 사람이 많다는 점을 발견한다. 창궐하던 천연두로 살아남은 사람의 85%가 얼굴에 얽은 흉터를 안고 살아가던 시절이었다.

이에 제너는 일하면서 우두에 가볍게 걸린 사람들은 천연두에 걸릴 확률이 낮다는 점을 알아챈다.

이후 이를 증명하기 위해 아무것도 모르는 8세 소년을 우두에 의도적으로 감염시킨 다음 이후 천연두에 노출시켜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살폈다. (다행히 이 소년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았고, 죽지도 않았다.)

천연두 바이러스가 포함된 올소폭스바이러스속 바이러스는 야생에 퍼져있는 그 종류도 많고 숙주가 될 수 있는 생물 또한 다양하다. 그렇기에 천연두 백신에 바탕이 된 미스터리한 바이러스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런데 제너가 우두법을 개발하기 30여 년 전, 영국 남서부 글로스터셔의 손버리에 막 이사 온 시골 의사 존 퓨스터가 '인두법'을 시행한 바 있다.

인두법이란 천연두에 걸리지 않은 사람의 팔 피부를 짼 상처에 천연두 환자의 농포액을 소량 문질러 약하게 천연두를 앓아 면역을 얻게 하는 방법으로, 고대에도 시행됐다.

원래 인두법은 인도에서 티베트에 이르기까지 아시아 전역에선 수 세기 동안 이용됐으나, 18세기 당시 메리 워틀리 몬태규가 이스탄불(당시 콘스탄티노플)에서 자세히 관찰하고 영국에 돌아와 널리 알리기 전까진 유럽인들에겐 생소했다.

당시 인두법이 성공적으로 적용된 사람에겐 감염이 발생한 시술 부위에 천연두 자국만이 한 개만 남았다. 인체의 면역 체계가 바이러스 퇴치법을 익혔다는 걸 보여주는 증표였다.

그러나 잘못될 경우 천연두 증세가 온몸에 퍼지기도 해, 인두 접종을 받은 사람의 약 2~3%는 사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손버리의 많은 주민들은 인두를 접종해도 고름 등 감염 증세를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시술을 반복적으로 시행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에 당황하고 있던 의사 퓨스터에게 어느 날 한 농부가 찾아와 자신은 최근에 우두에 감염된 적이 있다고 설명해줬다. 이미 면역을 획득한 상태라는 것이다.

이제는 은퇴한 병리학자이자 책 '섭리 거스르기: 천연두와 잊혀진 18세기 의학 혁명'의 저자이기도 한 아서 보일스턴은 "[그 당시] 영국에서 우두는 대부분 남서부 지방에 국한돼 창궐했다"고 말했다.

보일스턴 박사는 우두는 몇 년에 한 번씩만 발생할 정도로 특별히 흔하지는 않았다면서, 비록 그 지역의 농부들은 일반적으로 우두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청년들만이 우두를 천연두 예방과 연관해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민간의 지혜가 결국 퓨스터와 같은 학술회에 다녔던 동료 의사 제너에게도 전해진 것으로 생각된다.

1796년 5월 14일 제너는 '블러섬'이라는 이름의 소에서 우두가 옮은 어느 소 짜는 여성의 손에서 우두농을 채취해 8살 소년에게 접종했다.

그로부터 6주 후 소년에게 천연두 환자에서 채취한 농포를 주입했으나, 소년은 감염으로 인한 고름 등의 증세를 보이지 않았다.

제너가 이 선구적인 의학 기술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에스파자 박사는 "이들이 관찰한 게 바로 오늘날 우리가 아는 내용"이라며 "모든 폭스바이러스는 노출 시 이종 간 면역력 획득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의 자연 숙주 중 하나로 여겨지는 감비아도깨비쥐(아프리카큰도깨비쥐). 지뢰 탐지용으로 훈련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1939년, 이러한 버전의 이야기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과학자들이 천연두 백신의 바탕이 된 것으로 여겨졌던 항체를 시험한 결과, 우두바이러스와는 전혀 다른 바이러스였던 것이다.

너무 많은 바이러스

공교롭게도 폭스바이러스과의 바이러스와 싸우는 건 인간만이 아니다. 폭스바이러스과에는 다양한 동물을 각자 숙주로 삼는 바이러스 수십 종이 포함돼 있다. 애기뿔소똥구리조차 고유한 바이러스를 지닐 정도다.

천연두 바이러스, 즉 '인두'라고 불리는게 맞는 바이러스는 이 폭스바이러스과의 올소폭스바이러스속(Orthopoxvirus)에 속해 있다.

인두 바이러스와 함께 말, 낙타, 버펄로, 토끼, 쥐, 원숭이, 너구리 등 각자 다른 포유류를 숙주로 삼는 두창 바이러스도 있다.

백시니아 바이러스도 여기에 포함된다. 1970년대 초 이전에 태어난 거의 모든 사람에게 접종된 천연두 백신에 들어가 있는 바이러스다.

그러나 이 수많은 올소폭스바이러스속 바이러스 중 백시니아 바이러스의 조상격 바이러스를 찾기란 쉽지 않다.

먼저 마두 바이러스를 그 후보로 생각해볼 수 있다.

제너 또한 예방접종에 관한 논문에서 우두 바이러스가 실제로는 당시 "그리즈(grease)"라고 불렀던 말의 질병에서 유래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드러냈다.

일례로 영국 버클리 백작의 정원에서 일하던 어느 정원사는 기르던 말들이 마두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이후 소의 젖을 짜면서 본인도 감염됐음은 물론 소 떼에도 바이러스를 옮겼다.

25년이 흐르고 이 정원사와 그의 가족은 제너에게 여러 번 인두 접종을 받아도 아무런 증세를 보이지 않았다.

이후 이들 가족 전체가 실제 천연두에 걸렸을 때도 정원사는 "전염병으로 인한 그 어떠한 상처도" 입지 않았다고 한다.

정원사가 감염된 게 우두인지 마두인지, 혹은 말과 소 사이를 일상적으로 오가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인지 알 길이 없었기에 제너는 자신의 연구를 그냥 진행해 나갔다.

제너는 백신을 개발한 후에도 백신 보급 및 접종 관련 연구에 평생을 바쳤다.

그러나 "우두" 바이러스 감염이 흔하지 않은 상황에서 예방 접종이 대중에게서 인기를 끌자 백신으로 이용할 감염 물질을 충분히 구하기 어려워졌다.

제너는 첫 백신 실험 이후 2년간은 더 이상 연구를 진행할 수 없었다. 그 지역에서 우두가 사라졌었기 때문이다.

초기에 제너는 사람에서 사람으로 천연두 예방 바이러스를 옮기는 것에 초점을 뒀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접종할 농포 운반자 같은 역할이었다. 당시엔 멸균 단계도, 백신 앰풀을 안전하게 냉장 보관 및 공급할 방법도 없었다.

세계 최초의 백신 회의론자들은 우두 기반 천연두 접종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후엔 실 가닥을 감염 물질에 담근 후 말리는 더 정교한 방식이 개발됐다. 이 덕에 전 세계 구석구석 백신이 빠르게 전파됐다.

1800년 제너는 농포액에 담근 실 가닥을 3656km 떨어진 캐나다 최동단 뉴펀들랜드주에 보내기도 했다. 덕분에 수백 명이 성공적으로 백신 접종을 받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기술은 완벽하지 않았다. 게다가 만약 중간에 어긋나기라도 하면 "우두"를 앓는 새로운 소를 찾는 것에서부터 새롭게 다시 시작해야 했다.

이에 소 말고 다른 동물을 이용해보자는 해결책이 제시됐고 그렇게 말이 선택됐다. 이후 말에서 직접 채취한 폭스바이러스과 바이러스 또한 소에서 채취한 바이러스와 동일한 효과를 낸다는 게 밝혀졌다.

이에 따라 1817년 제너가 우두 기반 접종 방식 대신 마두 기반 접종으로 관심을 돌리면서 제너의 백신 유통망도 영향력을 끼치기 시작했다.

1817년 제너는 마두 기반 접종을 받은 사람의 림프와 감염성 액체를 런던의 국립백신기관(National Vaccine Establishment)에 보냈고, 여기서 지역 의사들에게 샘플을 보급했다. (실에 담가 건조하던 방식에서 도금한 채혈침에 보관하는 방식으로 바뀐 후였다.)

그렇다면 이는 우두 기반 접종이 마두 기반 접종으로 대체된 것일까. 아니면 그 바이러스는 소에게 전염됐을 뿐 언제나 마두 바이러스였던 것일까.

뜻밖의 반전

초기 천연두 백신 접종이 이뤄진 지 수 세기가 지난 지금도 전 세계 여러 박물관에서 백신 접종 키트 안에 남아있는 딱지나 림프 등으로 당시 이용한 오래된 바이러스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2017년 에스파자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1902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제조된 천연두 백신을 발견하기도 했다.

올소폭스바이러스속 바이러스는 2중사슬 DNA를 지닌 대형 바이러스인데, 연구진은 이 역사적인 샘플에서 바이러스 유전체를 거의 온전하게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대해 에스파자 박사는 "이 백신 샘플들은 100여 년간 실온에서 보관됐다"면서 현대 과학 기술의 발달 덕에 온전하지 않았던 유전 물질의 염기서열을 분석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세기 천연두 백신은 종종 사람들에게 작은 흉터를 남기기도 했다

이들이 발견한 내용은 천연두 백신 속 바이러스가 뒤섞였다는, 오랫동안 제기돼 온 의심에 더욱 무게를 실었다.

연구진이 조사한 백신주엔 우두 바이러스의 흔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1976년 몽골에서 마두 바이러스로 확인된 바이러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에스파자 박사는 "마두 바이러스와 관련해 알고 있던 유일한 염기서열이다"면서 "매우 유사했다"고 덧붙였다.

그 이후 에스파자 박사 팀은 과거 사용된 여러 백신 내 바이러스 염기서열을 분석했다. "31개 샘플 중 그 어느 곳에서도 우두 바이러스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게 에스파자 박사의 설명이다.

다른 연구진도 비슷한 연구 결과를 내놨다. 19세기 중후반 필라델피아에서 생산된 백신을 연구했더니 브라질 내 소 떼에서 간헐적으로 창궐하는 '칸다갈로 바이러스'와 짝이 맞았던 것이다.

이는 우두바이러스가 아니며, 수년 전 야생으로 탈출한 천연두 백신에서 유래한 종으로 생각된다.

여기까지 보면 19세기 및 20세기 초의 백신은 대부분 마두 바이러스를 기반으로 제조된 듯 하다. 즉 우두 바이러스는 백신 제조에 전혀 사용된 바가 없거나, 아니면 아주 빠르게 사촌 격인 마두 바이러스에 그 자리를 넘겨줬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스터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에스파자 박사는 "아직도 풀지 못한 수수께끼가 있다"고 설명한다.

에스파자 박사 팀은 최근 1930년경 천연두 백신에 급격한 변화가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찾아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이 증거에 대해 박사는 "현재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이 이처럼 비교적 최근에 제조된 천연두 백신의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1930년경 변화가 있음을 발견했다.

주된 성분이 마두 바이러스가 아니라 오늘날 백신에서도 발견되는 미스터리한 바이러스였던 것이다.

에스파자 박사는 "1930년까지 마두 바이러스 [염기 서열이] 주를 이루었으나, 이후 현대의 백시니아 바이러스로 바뀌었다. 백시니아 바이러스 또한 올소폭스바이러스속에 속하지만, 그 기원은 알 수 없다. 우두 바이러스가 아니"라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백시니아 바이러스가 이전의 백신을 대체하게 된 것일까. 무엇으로 만들어진 것일까. 그리고 백시니아 바이러스는 여전히 야생에도 존재할까.

천연두에 걸리면 며칠간 병변이 나타나는데, 목구멍부터 시작해 얼굴과 사지를 거쳐 전신으로 퍼진다

사라진 바이러스

에스파자 박사는 이 변화의 원인으로 백신 보급 방식을 지목한다.

"[백신 역사상] 첫 100년 간은 사람 대 사람으로 옮겨졌다"는 에스파자 박사는 "1860년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과학자들이 동물 백신을 도입했다.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직접 바이러스를 옮기는 대신 바이러스를 소에 주입해 소에서 유지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결국 양, 말, 당나귀 등 여러 동물을 사용해 대량으로 백신을 생산하게 됐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어떤 동물의 어떤 바이러스가 천연두 백신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누가, 언제, 왜, 어떻게 이렇게 됐는지에 대한 기록은 없지만, 아마 단순 사고였을 가능성이 크다. 누군가 농장 동물에서 마두나 우두 바이러스라고 생각한 바이러스를 채취했는데, 알고 보니 전혀 다른 알려지지 않은 바이러스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 또한 백신으로서 효과가 있어 그 누구도 알아채지 못한 것이다.

1930년 이후 이 미스터리한 바이러스는 백신에 가장 흔하게 사용됐으며, 20세기 중반까지 이 바이러스의 수백 종이 전 세계적으로 유통됐다.

그러다 1966년에 이르러 WHO는 천연두 근절을 위한 세계적인 운동을 전개하면서 이를 위한 백신주 6종을 선별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알려지지 않은 이 바이러스의 지배력은 더욱 확고해졌다.

그렇다면 지금 이 바이러스는 어디에 있으며, 왜 지금까지도 백시니아 바이러스의 자연 숙주를 발견하지 못하는 것일까.

현재 원숭이두창이 출현하면서 폭스바이러스과가 번성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이 과에 속한 수많은 바이러스는 오랫동안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해있었다.

그리고 사라진 건 천연두만이 아닐 수도 있다.

한때 유럽 일부 지역에서 정기적으로 창궐한 것으로 보이는 마두 바이러스이지만, 1976년 몽골의 말들이 병변과 발열과 같은 증상을 보이며 아프기 전까진 야생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낙농업 기술이 향상되고 진단법이 발달하면서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에스파자 박사는 "20세기 초 마두 바이러스는 유럽에서 사라졌다"고 말하면서 현대 천연두 백신 속 미스터리한 백시니아 바이러스 또한 같은 운명을 맞이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한 가능성에 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초기 천연두 백신 제조에 사용됐을 수도 있는 마두 바이러스는 현재 멸종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에스파자 박사는 연구가 충분치 않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천연두가 근절되자 그 관련 바이러스 연구에 관한 관심이 식어버린 것이다.

백시니아 바이러스의 조상일 수도 있는, 알려지지 않는 폭스바이러스과 바이러스를 다루는 연구 기관은 오늘날 찾아보기 힘들다.

에스파자 박사는 웃으면서 "그래서 최근의 [원숭이두창] 상황이 과학을 더 자극할지도 모른다 … 경쟁적으로 연구가 이뤄진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사용처

오늘날 이 미스터리한 바이러스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원둥이두창 바이러스는 천연두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와 매우 유사하며, 주로 중앙 아프리카의 열대지방에서 설치류나 인간을 제외한 영장류에서 발견된다.

천연두보다 전염성이 낮으며, 체액 교환 등의 밀접 접촉이나 오염된 침구 접촉 등을 통해 전염된다.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는 천연두에 비해 중증도가 낮긴 하지만, 성 접촉을 통한 감염 등을 통한 더 심각한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원숭이두창에 감염될 경우 보통 열이 나고, 고름으로 가득 찬 피부 병변이 생기며, 매우 고통스러울 수 있다.

1970년 처음 발견된 이후 최근까지 대부분 아프리카 대륙에서만 감염을 일으켰던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는 올해 5월 전 세계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전례 없는 확산이었다.

감염 확산을 늦추기 위해 전 세계 여러 국가는 백신 2종에 대해 수백만 접종분을 주문했다. 2종 모두 1930년대에 우세한 천연두 백신이 된 이 수수께끼 바이러스의 직접적인 후손이다.

먼저 'JYNNEOS(지네오스)'는 덴마크의 생명공학 업체 '바바리안 노르딕'이 개발한 백신으로, 1960년대 우연히 개발돼 기존의 천연두 백신을 대체했다.

당시 과학자들은 닭의 배아에서 몇 년간 배양하던 백시니아 터키종이 돌연변이를 일으켰다는 것을 알아챘다. 이후에 지네오스 백신으로 개발된 이 '변형된 우두 앙카라 바이러스(MVA)'는 너무 변형돼 닭의 배아에서는 복제가 가능하지만 인간의 몸 안에서는 복제가 불가능해졌다.

과학자들은 이를 통해 인체에 더 안전한 방식으로 면역을 획득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당시 기존 천연두 백신으로도 1980~2018년 사이에만 1억5000만~2억 명의 생명을 구했지만, 드물게 전신 감염을 일으킨 사례도 있었기 때문이다.

비교적 더 안전한 대안이 될 가능성이 보였으나, MVA 기반의 이 백신은 처음엔 널리 사용되지 않았다. 1960년대에는 해당 백신이 이전 백신만큼이나 효과가 있는지 아직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에,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 추가로 접종하는 식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다른 동물 및 군인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새로운 백신이 효과가 있음이 나타났고, 오늘날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다.

현재의 원숭이두창 위기 상황에서 지네오스보단 인기가 덜한 2번째 백신인 'ACAM2000'은 2000년대 초 백시니아 바이러스를 이용한 두창 백신주를 대체하기 위해 처음 개발됐다. 미국과 영국 등 전 세계 국가들은 천연두 테러와 같은 비상사태에 대비해 ACAM2000 백신을 비축해두고 있다.

최근 ACAM2000 백신을 원숭이두창 예방용으로 사용했다는 보고가 있지만, 이는 아직 허가받지 않았다. 대부분 사람들에겐 안전하지만, 지네오스 백신 속 바이러스와 달리 인체에서 자가 복제가 가능하기에 면역 시스템이 손상된 사람들에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7월 현재 미국 정부는 내년까지 천연두 백신 2종에 대해 약 700만 회분을 주문했으며, 현재 전 세계적으로 물량이 부족한 상태다.

한편 인류가 천연두 예방 접종을 중단했기에 현재의 원숭이두창 사태가 일어났다는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에스파자 박사 또한 "현재 원숭이두창 사태는 매우 흥미롭다"면서 "1980년 인류는 천연두가 근절됐다고 선언했다. 그 후 대부분 국가에서 천연두 예방 접종을 중단했고, 이에 모든 오르토두바이러스속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졌다. 아마도 전 세계적으로 원숭이두창이 발병한 배경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러한 기회를 노리는 바이러스는 더 많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비록 (우리가 착각한 바이러스 말고 진짜) 우두를 앓는 소는 거의 없지만,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설치류들 사이에선 풍토병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1970년대 초 천연두 집단 예방 접종이 중단된 이후 점점 어린이 우두 감염 사례가 더 많이 보고되고 있다.

오늘날 우두 바이러스 감염 사례를 살펴보면 쥐와 같은 야생 설치류나 이들의 천적인 고양이로부터의 감염이 가장 많으며, 서커스단 코끼리로부터 옮은 흔치 않은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손이나 얼굴에 수두 병변이 생기는 등 가볍게 앓고 지나가며, 원숭이두창과 달리 사람 간에 직접 전염되진 않는다.

하지만 사망한 사례도 있었으며, 원숭이두창과 마찬가지로 우두 감염 사례 증가 또한 천연두 집단 예방 접종 중단과 관련 있다.

우두를 새로운 보건 위협으로 묘사하는 일부 전문가들이 있을 정도다.

그래서 여전히 백시니아 바이러스를 향한 수요는 끊이질 않는다.

그렇다면 언젠간 우리가 이토록 자주 사용하는 백시니아 바이러스의 기원에 대해 알 수 있을까.

에스파자 박사는 "해답보단 질문이 더 많다"며 회의감을 드러내면서도 동료들과 함께 관련 연구에서 진전을 이루고 있으며, 앞으로 몇 달 안에 이 미스터리 바이러스에 대해 더 감질나는 세부 사항을 발표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백시니아 바이러스의 기원이 어디든 간에, 천연두 백신이 없었다면 현재까지도 수많은 사람의 얼굴을 곰보로 만들고 목숨까지 앗아간 고대 전염병과 아직도 싸우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19세기 초 때와 마찬가지로 '소-인간'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보단 예방접종을 받지 않았을 때의 후환이 더 두렵다.

원숭이두창 백신에 사용되는 ‘백시니아 바이러스’의 기원 - BBC News 코리아

 

원숭이두창 백신에 쓰이는 ‘백시니아 바이러스' 둘러싼 미스터리 - BBC News 코리아

원숭이두창 백신은 이제까지 아무도 그 정체를 정확히 확인하지 못한 바이러스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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