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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우크라 사태: 우크라이나를 '떠날 수 없다'는 이들의 사연 본문
러시아의 침공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나도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에 거주하는 영국인 및 외국인들은 우크라이나를 당장 떠나라고 경고받았다. 이에 어려운 딜레마에 빠진 가족들도 있다.
공습에 대한 경고를 받았지만 영국인 켄 스튜어트는 우크라이나를 떠날 수 없다.
스튜어트의 아내 타티아나가 얼마 전 아들 더글라스를 낳았기 때문이다.
영국 에든버러 출신인 스튜어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아들의 출생 증명서를 받지 못했다. 보통 1~2주 정도 걸리는데 출생 증명서 없이는 여권을 만들 수 없고, 여권이 없으면 출국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스튜어트와 다른 영국 국민들에게 보낸 이메일에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군사 활동 시 영국 영사관의 지원 확대나 피난에 대한 도움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적혀 있다.
스튜어트는 "정부 입장에서는 우리가 알아서 하라는 거다"라며 "아내와 나는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합병한 이후 러시아와의 갈등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집중됐다.
우크라이나 중북부의 수도 키에프에 거주 중인 스튜어트는 러시아 침공 시 도망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서부 지역에 사는 아내의 친척에게 가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우리는 가만히 앉아서 상황을 지켜보거나, 아니면 무슨 일이 일어나기 전에 서부로 가는 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우크라이나에서 거의 30년째 거주 중인 또 다른 영국인 스튜어트 맥켄지는 이미 아내와 두 자녀와 함께 피난을 계획 중이다.
맥켄지는 BBC에 "아이들의 안전이 최우선이기에 아이들을 가능한 한 빨리 국외로 내보내려 한다"고 말했다.
맥켄지는 또 다른 사업을 운영 중인 폴란드로 차를 운전해서 출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의 아내가 영국 비자가 없기에 영국으로의 복귀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는 탈출 시 맞닥뜨릴 수 있는 어려움에 대해 고민 중이다.
"동시에 수많은 사람이 떠나려고 할 것이고 항공편도 없을 것이며, 도로도 폐쇄되겠죠. 주유를 하고 싶을 때 ATM기서 출금할 현금은 있을까요?"
"많은 일들이 일어날 것이고 혼란스러운 상황이 펼쳐질 겁니다."
스튜어트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8년간 러시아의 위협에 대처해 왔으며 상황을 침착하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이제는 긴장의 정도가 다르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그는 "매일 점점 더 위협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며 "이르면 다음 주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 발을 들일 것이라는 소문이 있다"고 말했다.
스튜어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 사는 외국인들은 떠나고 싶어하지 않는다. 스튜어트는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사랑하고 이곳에는 우리의 꾸려온 삶, 가족, 일터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것들은 매우 빠르게 통제 불능 상태가 될 수 있다. 우리는 혼란을 피해야 한다. 100만 대의 차가 몰리고 패닉에 빠질 국경을 생각하면 암담하다"고 덧붙였다.
일부 영국인들은 영국 외무부가 경고한 지 몇 시간 만에 우크라이나를 떠나 영국에 도착했다.
우크라이나 중부의 드니프로시에서 공부하던 영국 버밍엄 출신 20대 하이더 알리는 PA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대학 측에서 외국인 학생들에게 "가능한 한 빨리 나가라"고 했다며 210파운드(약 30만원)짜리 편도 항공권을 구매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인들은 "상황을 지켜보는"편이지만 지난 며칠간 그들도 걱정하기 시작했다"면서 "침공이 시작되면 경보음이 울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학업을 지속하기 위해 6월에는 우크라이나로 돌아오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러시아와의 국경에서 불과 약 60km 떨어진 우크라이나 북동부 도시 하르키우에 거주하는 영국인 해리 리는 적어도 현재로서는 피난 계획이 없다.
그는 "대체로 평범한 하루가 지속되고 있다. 패닉의 징후도 없고 생필품을 비축하며 사들이는 사람들도 없다. 만약 영국이라면 휴지와 생수가 동나겠지만 이곳 우크라이나에서의 생활은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의 케임브리지 출신으로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는 그는 상황이 악화할 경우 몰도바, 루마니아, 터키 등 서남부로 운전해 피난 가는 비상 계획은 세워 뒀다고 말한다.
한편, 하루빨리 탈출하고 싶을지라도 국경을 넘는 것이 선택지에 없는 이들도 있다.
벤 개럿과 그의 아내 앨리스는 대리모를 통한 출산을 위해 지난해 12월 런던 북부에서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로 왔다.
현재 아기 라파엘이 태어났지만, 긴급 상황 시 여권을 대체할 수 있는 긴급 여행 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선 아기의 영국 시민권을 증명할 서류가 필요하다.
개럿은 PA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영국 정부로부터 떠나라는 요청 받는 상황에서 점점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며 "아직 필요한 서류를 모두 갖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키예프에 있는 여권 사무소로부터 수요일 2시간 정도 인터뷰에 응하라는 얘길 들었다면서 각국 정부가 긴급하게 경고하는 상황에서 이는 "이상한" 처사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우리가 정부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영국과 미국 정부가 러시아의 행동 개시가 임박했다고 우려하고 있단 뜻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더욱 출국하고 싶다"고 말했다.
러시아 우크라 사태: 우크라이나를 '떠날 수 없다'는 이들의 사연 - BBC News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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