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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올림픽에 출전했다가 망명 신청한 육상 선수...벨라루스는 어떤 나라? 본문
크리스티나 치마누스카야의 도쿄 올림픽 선수촌 방문이 울렸다. 코치들이었다. 방으로 들어온 그들은 그에게 '짐을 싸라'고 말했다. 당황한 나머지 그는 저항도 하지 못했다. 가까스로 정신을 수습했을 때는 이미 공항. 그를 데려간 이들은 치마누스카야에게 귀국행 비행기에 오를 것을 강요했다. 그 순간이었다. "도망쳐야 한다."
스물네 살의 벨라루스 출신 육상 단거리 선수 치마누스카야는 전날 오전 여자 200m 경기에 출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치들이 갑자기 출전 종목을 바꿨다. 그녀는 400m 계주에 나가야 했고, 이 사실을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올렸다.
문제가 커졌다. 벨라루스 국영 텔레비전 채널이 이를 보도했다. 그에 대해 "팀 워크"가 부족하다는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벨라루스 올림픽 위원회도 치마누스카야의 "정서가 불안정하다"고 주장했다.
치마누스카야는 BBC 인터뷰에서 "공항에서 경찰에 신고하려 했다"며 "벨라루스에 있는 남편도 위험할 테니, 최대한 빨리 도망쳐야 했다"고 말했다.
그가 비판한 것은 벨라루스 정부보다는 스포츠 당국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귀국 후 받을 박해를 우려하고 있었다.
벨라루스는 어떤 나라?
벨라루스는 "유럽의 마지막 독재국가"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권위주의 국가이며, 유럽에서 사형제도가 남아있는 마지막 국가이다.
한 때는 구 소련에 속했다. 동쪽으로는 러시아, 남쪽으로는 우크라이나가 있다. 북쪽과 서쪽에는 EU와 나토 회원국인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가 자리 잡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가 27년 동안 집권중이다.
공식적으로는 5년마다 선거가 열린다. 하지만 정부에 충성하는 정당과 단체만이 선거에서 승리한다. 정권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그 누구든 박해를 받을 수 있다.
현 정권을 위협한 대선 후보들은 감옥에 갇히거나 강제추방됐다.
심지어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독립적인 선거 관련 조사도 시행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미국과 EU는 2000년대 이후의 벨라루스 선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최근의 시위와 탄압
작년 8월 선거에서 야당 후보인 스베틀라나 티카놉스카야는 루카셴코와 대결을 벌였다. 그리고 이 선거가 벨라루스 독립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가 벌어졌다.
루카셴코는 자신이 80% 이상을 득표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야당 지지자들과 서방의 선거 감시단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야당의 선거 운동가들은 자체적으로 집계 결과를 발표했다. 그들은 현 정권이 30%를 득표했을 뿐이며, 티카놉스카야가 57%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선거 결과를 두고 대규모 시위와 총파업이 수개 월간 이어졌다.
시위가 벌어질 때마다 수백 명이 강제 구금을 당하고, 이들 중 상당수는 장기 억류됐다.
한 때 투옥된 이들에 따르면, 구치소에선 고문도 벌어졌다.
부상자도 속출했다. 많은 이들이 척추와 팔다리가 부러졌다. 실명을 당하거나 턱이 부러지고, 심각한 뇌 손상을 입기도 했다. 이들 중에는 10대 청소년들도 있었다.
체포, 추방 및 실종
루카셴코의 정적 다수도 공격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루카셴코 측 인사 중에도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히거나 석연치 않은 죽음을 맞았다.
이 상황이 시작된 것은 루카셴코가 집권한 1990년대 후반.
1999년 실종된 유리 자카렌코 전 내무장관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작년 대통령 선거에 나왔던 사업가이자 유명 유튜브 블로거 세르게이 티카놉스키와 은행가인 빅토르 바바리코가 체포되었다.
스베틀라나 티카놉스카야는 체포된 티카놉스키의 아내로, 남편이 체포된 이후 선거에 합류했다.
그는 8월 9일 출구 조사가 발표된 이후, 리투아니아 등지로 도망쳐 정치활동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의 동료인 마리아 콜레스니코바 선거운동본부장은 체포를 피하지 못했다.
반대파 탄압
시위는 2020년 말에 진압되었다.
지금까지 2500명 이상이 사람들이 극단주의 및 반정부 시위 참여 등의 죄목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은 이들도 수천 명에 달한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작년 여름 시위 이후 약 1만2500명이 벨라루스를 떠났다.
하지만 인근 리투아니아 당국은 7만 명 이상이 벨라루스에서 리투아니아로 왔다고 말했다.
크리스티나 치마누스카야와 그녀의 남편은 지난해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지도 않았고 정치 활동을 한 적도 없다. 그런데도 최근 벨라루스를 떠나야 하는 처지가 됐다.
"저는 정치에 대해 발언한 적이 없습니다. 이곳 올림픽에서 이야기한 것도 정치에 관한 것이 아니라 코치들이 저지른 실수에 관한 것이었어요. 저는 이게 정치적 스캔들이 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 못했습니다."
도쿄 올림픽에 출전했다가 망명 신청한 육상 선수...벨라루스는 어떤 나라? - BBC News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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