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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시위: 군부에 맞선 미스 미얀마...'내가 목소리를 낸 이유'

CIA Bear 허관(許灌) 2021. 4. 8. 20:29

국제 미인대회인 미스 그랜드 인터내셔널에서 군부를 비판한 미얀마 대표 한레이

미인대회 참가자의 연설이 화제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미스 그랜드 미얀마'인 한레이(22)가 태국에서 열린 '미스 그랜드 인터내셔널 2020' 행사에서 한 발언은 대중들의 마음을 울렸다.

그는 지난 주 대회 무대에서 약 2분간 미얀마 군부의 만행을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

"오늘날 저의 조국 미얀마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미얀마를 도와주세요. 우리는 지금 당장 신속한 국제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한달 여 전쯤 한레이는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 거리에서 군부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여하기도 했다.

태국 대회에 참여하기 전 시위에 참여했던 한레이

미얀마 내 소요 사태는 군부가 두달 전 아웅산 수치의 민족민주동맹(NLD)이 압승한 민주 선거를 무효화시키면서 시작됐다.

시민 수만 명이 쿠데타에 항의하기 위해 전국 거리로 뛰쳐나왔지만, 군은 이들에게 물대포를 사용했다.

일주일 후 진압은 고무탄과 실탄을 사용하는 수준으로 강화됐다.

지난 3일에는 100명 이상이 사망하는 등 큰 피해가 있었다.

현지 모니터링 단체는 총 사망자 수를 500명 이상으로 집계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에 따르면 사망자 중 43명은 어린이였다고 한다.

양곤 대학교 심리학과 학생인 한레이는 국제 미인 대회를 이런 조국의 현실을 알리는 무대로 활용하기로 했다.

BBC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미얀마에서는 기자들이 억류돼 있기에 내가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군부의 감시망에 올라갔을 것이라며 우려했다. 한레이는 앞으로 최소 3개월 동안은 안전을 위해 태국에 머물 예정이다.

한레이는 국제 미인대회를 미얀마의 현실을 알리는 무대로 삼기로 했다

태국으로 떠나기 전부터 한레이는 향후 자신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점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이 때문에 당분간 태국에 머물러야 할 수도 있다는 부분도 생각하고 있었다.

"군부와 미얀마 상황에 대해 많은 얘기를 했기 때문에, 저와 가족의 안전 상황이 매우 걱정스러워요.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미얀마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에 관해 목소리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걸요."

"친구들은 제게 미얀마에 돌아오지 말라고 했어요."

보안군은 지난주 시위 진압에 나선 군인들이 명령에 불복하도록 선동한 혐의로 유명인사 18명과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들, 언론인 2명에 대해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이들은 모두 쿠데타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미얀마에서는 지난 2월 쿠데타 이후, 수백명이 목숨을 잃었다

한레이는 연설 후 군이나 다른 관계자들로부터 연락을 받은 적은 없지만, 자신의 소셜 미디어 등에서 일부 협박성 댓글을 받았다고 밝혔다.

"소셜미디어에서 미얀마로 돌아가면 감옥이 저를 기다리고 있다고 협박하는 글을 받았어요"

그는 이런 글들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한레이를 응원하는 댓글을 달았다.

한레이는 쿠데타 이후 첫 몇 주 동안 함께 시위에 나섰던 학생들이 많이 수감됐다고 전했다.

친구들과 시위에 참여한 한레이. 윗줄 왼쪽에서 세 번째

미얀마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군사 진압으로 체포된 사람만 최소 2500명으로 추산된다.

한레이의 친구 한 명은 목숨을 잃기도 했다.

"제 친구는 심지어 시위를 하고 있던 상황도 아니었어요. 어느 날 저녁 커피를 마시러 식당에 갔는데 누군가가 그를 쐈어요."

한레이는 자신의 가족은 지금은 안전한 상황이지만, 미얀마에서는 주기적으로 인터넷이 끊기고 있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산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BBC에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고향 마을 이름은 싣지 말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한레이가 군부 독재 비판 시위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해 보이고 있다

미얀마 군부를 직접적으로 비판한 한레이의 행보는 비정치적인 입장을 선호하는 미인대회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다.

한레이는 목소리를 내는 것을 자신의 '의무'로 보고 있다.

그에게 아웅산 수치는 가장 용기를 주는 존재다.

수치는 지난 주 공무상비밀엄수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됐는데, 이와 관련한 형량만 최장 14년이다.

한레이는 원래 졸업 후 승무원이 되기 위해 준비를 할 참이었지만, 지금은 어떤 길을 택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한다.

정치에 입문하라는 설득도 있었으나 한레이는 정치가 자신을 위한 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다만 한레이는 계속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그는 "반인륜적 범죄가 벌어지고 있다"며 "유엔이 긴급 조치를 내려주길 바라는 이유"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전했다.

"우리의 지도자를 되찾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되찾고 싶어요."

미얀마 시위: 군부에 맞선 미스 미얀마...'내가 목소리를 낸 이유' - BBC News 코리아

 

군부에 맞선 미스 미얀마...'내가 목소리를 낸 이유' - BBC News 코리아

한레이는 소셜 미디어 등에서 일부 협박성 댓글을 받고 있다.

www.bb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