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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달러 시대 또 오나..'돌발악재' 부상한 유가 급등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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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달러 시대 또 오나..'돌발악재' 부상한 유가 급등

CIA Bear 허관(許灌) 2018. 10. 3. 19:44


올해 이후 매달 초 기준 두바이유 현물가 추이다. 연초만 해도 배럴당 60달러 초반대까지 하락했고 2월 중순께에는 60달러를 잠시 밑돌기도 했지만, 이후 급등세를 탔다. 최근에는 거의 4년 만의 최고치인 80달러대까지 상승했다.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국내 수입 비중이 높은 두바이유는 어느덧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했다. 거의 4년 만의 최고치다.

우리나라는 원유 수입국이다. 유가 상승은 고스란히 가계와 기업의 비용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다. 가뜩이나 경기 하강 조짐이 있는 와중에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도 나온다.

3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1일(현지시간) 두바이유 현물은 전거래일 대비 1.00% 상승한 배럴당 80.83달러에 마감했다. 지난 2014년 11월4일 당시 81.65달러를 기록한 이후 거의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근 4거래일째 꾸준히 80달러 위에서 거래되고 있다. 2월 중순께 한때 60달러선을 밑돌 때와 비교하면 7개월여 만에 20달러 이상 급등한 것이다.

같은날 런던선물거래소(ICE)에서 브렌트유 12월물은 전거래일대비 2.72% 급등한 84.9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14년 10월 31일(85.86달러) 이후 최고치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거의 4년 만에 가장 높은 75.55달러까지 상승했다.

유가는 너무 내려도 문제고, 너무 올라도 문제다. 고유가는 기업의 생산 부담을 높이고 가계의 소비 여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경제에 부정적이다. 원유 수입국인 우리나라는 특히 그렇다. 그렇다고 저유가가 마냥 좋은 건 아니다. 한 정책 당국자는 “유가 흐름은 수출과 밀접하다”고 했다. 유가가 큰 폭 하락하면 수출 단가가 동시에 내려, 수출이 둔화하는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경제계는 ‘딱 적정한’ 유가 수준을 배럴당 50~60달러로 보고 있다. 이른바 ‘스위트 스팟(sweet spot)’이다. 현재 80달러가 넘는 고유가는 ‘급등 국면’이라는 판단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최근 급등세는 예상을 벗어난 것이기도 하다. 당초 힘을 받았던 ‘셰일 밴드효과론’이 무색해졌기 때문이다. 셰일 밴드효과는 원유를 대체할 만한 셰일오일의 손익분기점을 기준으로 유가도 일정구간(45~60달러)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현상이다.

문제는 기름값이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유가 급등세는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영향이 크다. 다음달 이란산(産) 원유·석유제품 등에 대한 2단계 제재가 시행될 예정인데, 이로 인해 공급 차질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최기산 한국은행 국제경제부 과장은 “이란의 원유생산 감소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배럴당 100달러 전망도 나온다. 2014년 중반 이후부터는 볼 수 없던 레벨이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100달러 전망은 일부 허황된 것으로 치부됐으나, 이제는 몇몇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더 진지해졌다는 게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김희진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일부에서 오버슈팅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며 “세계 원유 수요도 견조하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 중 유가 100달러 상회 전망도 점증하고 있다”고 했다.

◇“내년 100달러 돌파 전망 점증”

유가 급등세는 그 자체로 우리 경제에 악재다. 당장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cost-push inflation) 우려가 스멀스멀 나온다. 이는 원자재 가격, 임금, 유통 비용, 부동산 임차료 등 재화 혹은 서비스에 투입된 생산요소의 비용 증가로 인해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가계가 지갑을 열면서(수요가 증가하면서) 물가가 오르는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demand-pull inflation)과 대비된다.

공급 충격발(發) 물가 상승은 이미 현실화했다. 일부 서비스 물가가 대표적이다. 예컨대 가사도우미료는 올해 3월 이후 11.0%→10.8%→10.7%→10.7%→11.0%→11.2%(전년 동월 대비)로 이례적 급등 추세다. 인건비 비중이 높은 산후조리원 이용료, 요양시설 이용료, 목욕료, 미용료 등도 마찬가지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여기에 유가 급등 파고까지 덮치고 있는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향후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며 “다만 소비 둔화로 수요 측 압력은 완화하며 상승 폭은 제한될 것”이라고 했다.

금융권 한 고위인사는 “국제유가는 우리나라가 통제할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다”며 “유가 불확실성이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물가 충격이 경기 둔화 와중에 올 수 있다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

<용어설명>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cost-push inflation)

원자재 가격, 임금, 세금, 금융비용, 유통비용, 부동산 임차료 등과 같이 재화 혹은 서비스에 투입된 생산요소의 비용 증가에 인해 물가가 오르는 현상이다. 총수요의 변동이 없는 가운데 생산비용이 상승하면 기업은 그만큼 제품 가격 인상을 통해 이를 보전하려는 유인이 커지기 때문에 발생한다.

총수요의 증가, 즉 소비자들이 재화 혹은 서비스를 구매하려 하면서 물가가 오르는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demand-pull inflation)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jungkim@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