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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전직 대통령 예우와 '법과 원칙' 본문
(서울=연합뉴스) 부패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면목없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소환돼 밤늦도록 신문을 받고 봉하마을로 내려갔다. 피의자 신분으로 출두한 노 전 대통령은 10시간에 걸친 조사를 최선을 다해 받았다고 짧게 소회를 밝혔으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600만 달러의 '포괄적 뇌물'을 받은 혐의는 기존 입장대로 대부분 부인했다고 한다. 한때 권력의 정점에 선 그였지만 "사실이 아니다, 모른다" 혹은 "나중에 알았다"고 진술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노 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검찰의 압박을 일단 효과적으로 피해갔다고 본다. 그러나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잘 협조해 달라는 중수부장의 말에 조사과정에서 서로 간의 입장을 존중해달라 하고 결국 박 회장과의 대질신문를 거부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13년6개월만에 전직 대통령의 소환을 지켜본 국민들은 착잡해하면서도 위기에 처할 때마다 깜짝카드로 정면돌파를 시도했던 노 전 대통령이 '특권과 반칙없이' 진실을 밝히길 바라고 있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어떤 피의자라도 누구든지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피할 권리는 있다. 그러나 대질신문을 재차 권하는 검찰에 노 전 대통령의 변호인측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아니고 시간도 늦었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시, 과거 후원자였던 박 회장과의 불편한 진실공방이 불발된 것은 실체적 진실에 갈증을 느껴왔던 많은 이들을 실망시켰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공은 다시 검찰로 넘어왔다. 노 전 대통령이 신문과정에서 일부 진술에 변화가 있었으나 큰 틀에서는 "100만 달러와 12억5천만원에 대해서는 몰랐고 100만 달러는 퇴임후 알았지만 정상적 투자금"이라는 입장을 보여 검찰은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재임시절 대통령 특수활동비에서 빼낸 돈에 대한 국고손실 공범 혐의는 빼고 600만 달러의 포괄적 뇌물(특정범죄가중처벌법)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검토중이라고 한다. 사안 자체가 워낙 중한 까닭에 임채진 검찰총장이 내부 의견을 수렴해 구속 혹은 불구속 수사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검찰이 그동안 증거관계 등 조사과정을 통해 성과가 있다며 포괄적 뇌물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데 주목하고자 한다. 다음 주 초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신병처리가 최종 결정되겠지만 전직 대통령이 '예우'를 요구했더라도 이미 검찰은 그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보통사람들과 다르지 않게 처리하면 무리가 없다.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한 검찰 수사가 노 전 대통령이 종착역이 아닐지 모르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들여다보게 될 '살아있는 권력'의 주변인물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혹은 박 회장과 교분이 두터웠던 검찰 등 권력기관 관계자들의 범죄사실이 드러났을 때 형평성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그렇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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