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노동당 39호실을 중심으로 대규모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Time) 최신호가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각종 불법행위를 통해 일 년에 대략 10억 달러 정도를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먼저 기사 제목이 눈에 띄는데요, ‘The Sopranos State' 이게 무슨 뜻인가요?
미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텔레비전 연속극 ‘The Sopranos'의 제목에서 따온 건데요, 이 연속극은 미국 범죄조직의 중간책을 맡고 있는 토니 소프라노의 일상생활과 그의 가족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그러니까 The Sopranos State, ‘소프라노 가족과 같은 나라’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는데요, 북한 정부가 범죄조직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걸 강하게 부각하기 위해 이런 기사제목을 쓴 것으로 보입니다. 새 북한 연구서 ‘붉은 악당: 북한의 끊임없는 도전’ (Red Rogue: The Persistent Challenge of North Korea)을 펴낸 미군 해군 지휘 참모 대학의 브루스 벡톨 (Bruce Bechtol) 교수도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이 점을 지적했습니다.
Bechtol: (There are governments in the world where there are corrupt government officials.)
벡톨 교수의 말을 설명하자면, 부패한 관리들이 불법행위에 개입하는 경우는 다른 나라들에서도 흔히 볼 수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불법행위를 벌이는 건 북한이 유일하다는 겁니다.
북한 정부가 범죄조직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구체적인 근거는 뭡니까?
타임은 북한의 노동당 39호실을 예로 들었습니다. 노동당 39호실은 평양 한복판의 6층 건물을 쓰고 있는데요, 하루 스물네 시간 내내 군인들이 지키고 있습니다. 이곳이 바로 북한 정부가 직접 감독 운영하는 국제 범죄활동의 본부라고 타임은 고발했습니다. 39호실은 국영 무역회사 대성총국을 앞세워 겉으로는 섬유와 경공업 공장 그리고 광산을 소유하면서 합법적인 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마약 거래에서 돈 세탁에 이르기까지 각종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는데요, 해외에 나가있는 외교관들을 비롯해 정부 관리들이 여기에 동원되고 있습니다. 이같은 사실은 미국과 아시아의 전 현직 관리들과 학자 등에 의해 확인됐다고 타임은 밝혔습니다.
노동당 39호실이 벌이고 있는 불법행위의 규모는 어느 정도입니까?
타임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북한의 불법행위는 아시아 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유럽 그리고 미국에까지 뻗치고 있습니다. 북한은 아편과 헤로인 등을 직접 재배 생산해서 전세계 마약 밀거래꾼들에게 팔고 있습니다. 담배도 수십억 갑을 위조해서 팔고 있고, 수천만 달러에 이르는 미국 달러화도 정교하게 위조해서 유통시키고 있습니다.
노동당 39호실이 불법행위를 통해 벌어들이는 돈은 얼마나 됩니까?
일 년에 대략 10억 달러 정도를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게 어느 정도 규모인지 알려면 북한의 수출액과 비교해보면 됩니다. 북한이 지난 2005년 합법적으로 해외에 내다판 물건은 모두 17억 달러 정도됩니다. 그러니까 불법행위로 번 돈이 합법적인 거래로 번 돈의 절반을 넘는다는 얘기입니다.
노동당 39호실이 김정일 위원장의 돈도 관리한다는 지적도 있죠?
그렇습니다. 외교와 정보 분야 소식통들에 따르면 39호실은 김정일 위원장과 최측근들의 돈 관리를 맡고 있습니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남한 사법 당국 관계자는 세계적인 금융회사인 미국의 골드만 삭스와 스위스의 UBS도 북한 인사들의 돈관리에 이용되고 있다고 타임에 밝혔습니다.
북한이 최근 들어 핵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불법행위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냐는 기대를 해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타임은 최근 들어 부시 미국 행정부가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의 전격적인 북한 방문을 허락하는 등 북한과의 핵문제 해결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고, 북한도 핵동결 조치에 성의를 보이고 있음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설사 핵포기를 약속하더라도 불법행위까지 포기할 것으로 믿을 근거는 별로 없다는 지적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정권 유지에 핵심인 군부와 보위부 고위층에게 고급 사치품을 사줘야 불만이 나오지 않는데, 여기에 드는 돈을 대기 위해서는 여전히 불법행위가 필요하다는 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