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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3각 권력투쟁’ ? 오렌지 혁명’ 3년.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만들려는 총리,총리를 ‘제거’하려는 대통령… 이 틈에 권력복귀를 노리는 前총리 본문

흑해 주변국/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의 ‘3각 권력투쟁’ ? 오렌지 혁명’ 3년.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만들려는 총리,총리를 ‘제거’하려는 대통령… 이 틈에 권력복귀를 노리는 前총리

CIA bear 허관(許灌) 2007. 4. 29. 17:56

‘흑해(黑海)의 진주’로 불리는 우크라이나.

지난 2004년 ‘오렌지 혁명’으로 민주화를 달성했지만 그 뒤 권력투쟁은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빅토르 유셴코(Yushchenko) 대통령, 빅토르 야누코비치(Yanukovich) 총리, 율리야 티모셴코(Tymoshenko) 전(前) 총리 등이 각각 이끄는 우크라이나 정국은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3년 동안 이들은 동지(同志)에서 적(敵)으로, 적에서 동지가 되는 등 변화무쌍한 행태를 보이면서 치열한 암투를 벌여왔다. 우크라이나를 이끌고 있는 트로이카(troika·삼두마차)로 우뚝 선 이들은 과연 우크라이나의 안정을 이룰 것인가. 아니면 파국으로 몰아갈 것인가.

  • “의회를 해산 하시오.”(유셴코 대통령)

    “절대 할 수 없습니다.” (야누코비치 총리)

    “정국 불안은 두 사람 책임이오.”(티모셴코 전 총리)

  • ▲빅토르 유셴코 대통령

  • 지난 2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대통령 집무실에서 설전이 벌어졌다. 유셴코 대통령은 의회 지도자들과 7시간 마라톤 협상을 가진 뒤 폭탄 선언을 했다. 그는 “야누코비치 총리가 헌법을 위반하고 자신의 지지 세력을 빼가 정치 기반을 확대하려 한다”며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을 위해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오는 5월 27일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구체적인 날짜까지 못박았다.

    유셴코 대통령은 “(의회 해산은)대통령의 권한이자 의무”라며 해당 부처에 총선 실시를 위한 자금 조성까지 지시했다. 하지만 야누코비치 총리는 대통령의 의회 해산 명령에 끄떡도 하지 않았다. 그는 “대통령은 의회를 해산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오히려 대통령을 비난했다. 헌법에 규정된 의회해산 사유가 없는데도 자신의 권력 확보 차원에서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발 더 나아가 헌법재판소에 의회 해산 위헌 심판을 청구했다.

  • ▲빅토르 야누코비치 총리

  • 야누코비치 총리가 장악하고 있는 의회는 이날 임시 의회를 소집한 뒤 대통령 명령을 거부하고 의회 일정을 정상적으로 속개하겠다고 밝혔다. 아예 유셴코 대통령이 언급한 5월 총선에 필요한 자금도 동결시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알렉산드르 모로즈 의회 의장은 “유셴코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이후 대통령궁과 의회 분위기는 긴박하게 돌아갔다. 대통령과 총리의 강력한 의지가 양 진영에서 표출된 뒤 한치 양보 없는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과 총리가 맞대결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티모셴코는 의회 해산 조치에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다. 제 2야당 당수로 그 동안 정권에서 소외된 채 권력 장악의 의욕을 불태워왔던 그녀는 “현 상태로 의회 활동이 이뤄진다면 국가에 대한 배신행위”라며 “대통령이 의회 해산을 강행하지 않는다면 오렌지 혁명이 재현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대통령의 의회 해산령으로 촉발된 대통령과 총리의 힘겨루기는 거의 한 달 동안 계속되고 있다. 정국은 파국(破局)으로 치닫고 있지만 정계를 주름잡고 있는 3명은 동상이몽(同床異夢)을 하고 있다. 조기 총선 실시로 정계 개편을 시도하려는 대통령과 티모셴코 전 총리, 총선 저지로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려는 총리의 대결은 격화되고 있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일까.

    세 명 중 어느 한 사람도 독자적인 힘으로 권력을 장악할 수 없는 구조라는 데 이유가 있다. 이들의 지지세력이 확연히 구분되고, 국민들의 지지층도 3등분 돼있어 돌파구를 마련하기 힘든 상황이다. 세 명의 정치 노선 차이에다 정책 방향과 순서를 두고도 서로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누구든 상대 한 명과 연대해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이라 이들의 머리싸움은 치열하다.

    오렌지 혁명으로 2005년 대통령에 취임한 유셴코 대통령은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해왔다. 청렴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탈(脫)러시아 친(親)서방 정책을 고수하면서 야누코비치 총리와 갈등을 보이고 있다.

  • ▲율리야 티모셴코 前총리

  • 야누코비치 총리는 대(對)러시아 밀착 외교, 대유럽 신중외교를 추진한다. 우크라이나의 적극적인 개방책보다는 점진적인 개혁·개방을 추구하는 보수적 성향의 지도자다. 드네프르강 동쪽 산업지대에 거주하는 국민 절대 다수가 그의 지지 세력이다. 레오니드 쿠츠마 전(前) 대통령 집권 당시 총리를 맡아 10% 대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면서 국민들의 기대를 모은 바 있다.

    '오렌지 혁명'의 주역 티모셴코는 강한 카리스마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작은 체구에 긴머리를 가진 그녀는 뛰어난 미모로 대중적 인기를 끌고 있다. 티모셴코의 정책 방향은 유셴코 대통령과 비슷하지만 오렌지 혁명의 실질적인 계승자를 놓고 갈등을 보인다. 작년 총선 이후 유셴코 대통령이 오렌지 혁명 동지인 자신을 팽(烹)하고 야누코비치를 총리로 선택하자 강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유셴코 대통령의 의회 해산은 정계 개편을 위한 의도된 행동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발단은 지난달 23일 유셴코 대통령이 속한 여당인 ‘우리 우크라이나’당과 여걸(女傑) 티모셴코가 대표로 있는 ‘티모셴코 블록’ 소속 의원 등 11명이 탈당한 뒤 야누코비치가 이끄는 지역당에 가세하면서 시작됐다. 지역당은 제 1야당이자 다수당으로, 현재 사회당과 공산당과 더불어 연립 내각을 이끌고 있다.

    지역당 당수인 야누코비치는 헌법 개정에 필요한 의회 3분의 2 이상인 300석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이들 의원을 영입했다. 대통령의 의회 결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무력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의회에서 결정하는 것이 곧 정책이 되게 하려는 야심이었다.

    우크라이나 헌법상 다수당이 총리 지명권을 가지며 300석 이상 의석을 확보하면 헌법 개정 추진과 대통령의 거부권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야누코비치 총리는 대통령을 무력화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한 셈이었다. 하지만 유셴코 대통령은 의원 빼내기를 방관할 경우 정치적 위기를 당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의회해산 카드를 뽑아 들었다. 대통령의 정국 정면 돌파 카드와 총리의 대통령 목조르기가 빚어낸 결과다. BBC 방송은 이번 사태를 친서방 대통령과 친러시아 총리의 권력투쟁(權力鬪爭)이라고 보도했다.

    의회 해산 카드는 우크라이나 정국 전체의 판을 새로 짜기 위한 유셴코 대통령의 도박이기도 하다. 당초 오렌지 혁명 이후 유셴코 대통령은 티모셴코를 총리로 내세워 오렌지 내각을 구성했지만, 개혁 정책을 둘러싼 갈등으로 7개월 만에 갈라섰다. 작년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뒤 동서화합과 국가 통합을 명분으로 마지못해 정적(政敵)인 야누코비치를 총리로 받아들이는 모험을 했다.


  • 그러나 유셴코 대통령은 티모셴코도 야누코비치와도 정권을 공유할 수 없다는 것을 경험했다. 특히, 야누코비치를 총리로 끌어들인 것을 최대 실수로 여기고 있다. 이 마당에 최근 국가 경제가 살아나면서 자신에 대한 지지율이 호전되자 유셴코 대통령은 의회 해산 카드를 빼들었다. 당장 총선을 실시해도 작년 총선보다 결과가 나으리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의회 해산은 대통령으로서 결코 손해 보는 게임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우크라이나의 정국 불안은 작년부터 채택한 의원내각제도 한 몫을 한다. 대통령의 권한이 대폭 축소됐고 총리의 권한이 한층 강화됐다. 대통령은 국방장관과 외교장관만을 임명할 수 있고, 총리가 나머지 장관들을 임명할 수 있도록 했다. 실질적으로 의회의 다수당 대표가 총리가 돼 막강한 권력을 누릴 수 있는 체제로 바뀌었다.

    실제로 야누코비치는 총리가 된 뒤 외국 순방을 통해 외교 전면에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유셴코 대통령은 이를 막을 제도적 방법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대통령은 총리를 견제하기 위해, 총리는 대통령의 권력을 막기 위해 묘책을 강구하면서 갈등은 더욱 깊어갔다.

    결국 이번 의회 해산은 대통령과 총리의 권력투쟁이 정점에서 분출된 것이다. 유셴코 대통령은 군과 내무부 검찰 책임자들이 참석하는 국가안보회의를 통해 의회해산 방침과 총선 실시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그는 25일 “당초 실시하겠다던 총선을 6월 24일로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대통령은 “의회 해산 명령은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며 이 명령에 따르지 않는 사람은 형사 처벌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총리는 총선 준비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전국적인 시위를 열겠다며 국민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이 와중에서 티모셴코는 현재 정치 불안을 두 사람 탓으로 돌리며 자신이 정국 안정을 이룰 유일한 대안임을 호소하고 나선다.

    우크라이나 의회 해산 사태의 추이는 헌법재판소의 발표에 달려있다. 하지만 이 결정은 언제 나올 지 예상하기 힘든 상태다. 헌재가 대통령과 총리측 눈치를 봐야 하는 상태라 섣불리 결정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서방 전문가들은 유셴코 대통령과 야누코비치 총리가 국가 개혁을 주창하면서도 국민들을 볼모로 자신의 권력 확보에 혈안이 돼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대통령과 총리가 동명이인(同名異人)인데 착안, “ ‘빅토르 대(對) 빅토르’의 대결이 우크라이나 정국을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