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사업자금 전용 의혹을 받고, 최근 대북 사업을 중단한, 유엔개발계획이 북한측이 12년 전 유엔개발계획 사업 관계자에게 환전해 준 위조지폐를 지금껏 보관해온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미국 정보당국은 위조지폐를 넘겨받고, 유엔개발계획 직원들을 조사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이진희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을 살펴보겠습니다.
유엔개발계획 관계자가 북한에서 환전한 돈이 위조지폐 였다구요?
네, 이 같은 소식은 미국의 일간지 뉴욕선이 23일 보도를 통해 처음 알려지게 됐습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 1995년, 유엔개발계획 평양사무소에 자문을 하던 한 이집트인이 유엔개발계획으로부터 받은 수표를 북한 은행에서 100달러짜리 35장으로 환전했습니다. 그런데, 이 이집트인이 자신의 은행에 환전한 돈을 예치하려는 과정에서, 위조지폐라는 이유로 거부당하자, 이 돈을 유엔개발계획 평양사무소로 돌려보냈습니다.
이와 관련해 유엔개발계획의 데이비드 모리슨 대변인은 신문과의 회견에서 당시 이 이집트인이 유엔개발계획 측에 위조지폐를 북한의 한 은행에서 환전 받았다고 알려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이 지폐를 북한 은행에서 환전 받았는지를 확인할 만한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때문에, 북한 외환 은행도 이 돈을 받아들이지 않아, UNDP 평양사무소가 12년간 보관해왔다는 설명입니다.
이 위조지폐의 존재에 대해 언제, 또 어떻게 알려지게 된 건가요?
26일 AP 통신은, 모리슨 대변인을 인용해, 지난달, 유엔개발계획 고위 관계자가 위조지폐에 대해 알게 됐고, 즉시 미국 당국과 협의에 들어갔다고 보도했습니다. 모리슨 대변인은 위조지폐를 이미 미국 정보기관에 양도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정보기관은 위조지폐에 대한 조사의 일환으로, 유엔개발계획 관계자들에 대한 인터뷰를 요청해 놓은 상태입니다.
유엔개발계획은 대북사업자금의 투명성 문제로 이달부터 대북사업을 중단하고, 대북사업 전반에 대한 외부 감사에 들어갔는데요, 아마도 감사 과정에서 위조지폐의 보관 사실이 드러났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12년전부터 보관해온 위폐의 존재를 최근에서야 알았다는 유엔개발계획측의 주장에도 의혹이 일고 있죠?
그렇습니다. 뉴욕 선은, 유엔개발계획에 정통한 관리를 인용해, 유엔개발계획에서 위조지폐에 대해 겨우 한 달 전에 알게 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관리는, 유엔개발계획 측에서, 위조지폐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면, 이 기구의 대북사업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보도를 피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관리는 또, 유엔개발계획의 자체 규정에 따르면, 각국 사무소에서는 해 마다 본부에, 금고 상황에 대한 보고를 하게 되어 있는데, 어떻게 12년간 이 위조지폐가 알려지지 않고 금고에 보관될 수 있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위폐지폐의 존재가 어떻게 12년간 알려지지 않을 수 있느냐는 데 대해, 유엔개발계획측은 어떻게 답변하고 있나요?
모리슨 대변인은 다만, AP 통신에, 지난 12년 사이에, 위조지폐를 미국 당국의 손에 넘기려는 노력을 했어야 한다며 유감을 표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위폐로 환전해 준 사례가 과거에도 있었나요?
네, 남한의 중앙일보는 26일, 한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미 행정부에서는, 예전부터 북한 당국이 유엔 관계자들의 수표를 환전해주면서, 위폐를 주는 일이 많다는 얘기가 나돌았다고 전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특히, 미국이 유엔개발계획 대북 사업의 투명성 문제를 제기한 것은, 북한이 유엔개발계획의 자금을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사용한다는 의혹도 있었지만, 이와 함께, 위폐를 환전해 준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는 또, 유엔개발계획의 대북사업 전반에 대한 감사 과정에서 위폐 문제가 추가로 드러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모리슨 대변인은 그러나, 유엔개발계획의 대북사업에 위조지폐가 관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감사를 통해 다른 위조지폐 의혹이 있다면 다 밝혀져야 한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런데, 유엔개발계획이 사업자금을 보낼 때, 북한의 불법 자금을 세탁해준 의혹을 받아온 방코델타아시아은행을 이용했다고 알려졌는데요?
중앙일보에 따르면, 데이비드 모리슨 유엔개발계획 대변인은, 지난 2000년 1월부터 2002년 12월까지 3년간, 마카오에 있는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은행을 통해 사업자금을 북한에 송금했다고 밝혔습니다. 모리슨 대변인은 방코델타아시아은행이 대북 송금에 필요한 금융 봉사를 제공했기 때문에 이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워싱턴-이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