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디거 프랑크, “북한 정권의 불안요인은 권력세습에 있어”
2007.01.08
최근 들어 미국의 한 보수 논객은 미국의 금융재재로 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북한 권력층의 충성심이 약화됐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스트리아 비엔나 대학의 북한 전문가 루디거 프랑크 교수는 북한정권의 불안요인은 경제제재가 아니라 오히려 김정일 국방 위원장의 후계자 문제에서 찾을 수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미국의 보수 논객 제임스 해킷은 지난달말 보수일간 워싱턴 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의 금융제재로 북한의 돈줄이 말라가고 있으며 북한 권력층에서 이를 매우 불안하게 여기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미국이 주도하는 대량살상무기 방지구상으로 북한의 미사일 수출길이 막히고 위조담배 밀거래가 적발되는 등 북한의 외화벌이가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고 해킷씨는 주장했습니다. 이런 사정 때문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권력층의 충성심을 얻기 위해 하사하던 사치품도 전에 비해 조달이 어려워졌다는 게 해킷씨의 분석입니다.
그러나 오스트리아 비엔나 대학의 북한전문가 루디거 프랑크 교수는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북한의 외화벌이가 어려워졌다고 해서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권력층의 충성심이 약화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Frank: (I think it will still be possible to smuggle in these products into N. Korea despite the ban on them.)
“유엔 대북제재결의에 따라 북한에 대한 사치품 수출이 금지되기는 했지만 북한은 중국을 통해 사치품을 밀수해 들여올 수 있습니다. 북한주민들도 중국에서 밀수를 해오는데, 북한 당국이 마음만 먹는다면 밀수를 못할 이유가 없죠. 또 사치품 구입에 드는 외화도 북한 경제 전체로 볼 때 그렇게 큰 금액이 아닙니다. 밀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전보다 더 비싼 값을 치러야 하기는 하겠지만 말입니다.”
프랑크 교수는 북한 권력층의 충성심 약화 가능성은 대북제재가 아니라 오히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 문제에서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후 김정일 위원장이 권력을 장악해 왔지만, 아직 후계자가 정해지지 않아 북한 정권 안에서 불안요인이 생겨나고 있다는 겁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정철, 정남, 정운 등 세 아들 가운데 아직 누구도 후계자로 공식 지명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갑자기 사망할 경우 권력에 공백에 생겨 정권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게 프랑크 교수의 분석입니다. 프랑크 교수는 김정일 위원장이 권력세습 보다는 집단지도체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Frank: (It's interesting to see that Kim Jong Il does not push his own personality cult so far but rather insists on promoting Kim Il Sung.)
“김정일 위원장은 자신에 대한 우상화 작업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대신 김일성 주석을 영원히 기리는 작업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자기의 뒤를 이어 누가 권력을 잡더라도 김일성, 김정일로 이어지는 권력계보에 자연스럽게 포함되도록 하자는 의도로 보입니다. 이런 사전 작업이 잘 이뤄진다면 앞으로 집단지도체제를 수립하는 일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프랑크 교수는 김정일 위원장이 올해 65세인만큼 머지않아 집단지도체제를 공식 발표할 가능성이 있으며, 그 계기는 7차 노동당 당대회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물론 집단지도체제가 실제로 시행되려면 그 뒤로도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 할 것으로 프랑크 교수는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7차 당대회가 계속 미뤄지고 있기 때문에 그전까지는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구도에 관한 최종결론이 공식 발표되기 어려울 것으로 프랑크 교수는 내다봤습니다. 그런데 북한 노동당은 10년 주기로 당대회를 열어왔는데, 지난 1980년 6차 당대회를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26년 넘게 7차 당대회를 열지 않고 있습니다. 6차 당대회에서는 김일성-김정일 후계체제가 확립되기도 했습니다.
워싱턴-김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