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국적 탈북자 첫 망명 승인
2006.05.01
미국 이민 법원이 남한 국적을 취득한 탈북자의 정치 망명을 사상 처음으로 허용했습니다. 남한 국적 탈북자의 미국 내 망명 신청이 받아들여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진희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을 살펴보겠습니다.
미국 이민 법원이 이례적으로 남한 국적의 탈북자의 정치 망명을 허가했는데요. 자세한 소식을 전해주시죠.
미국 로스앤젤레스 이민법원은 지난달 27일, 탈북자 서재석 씨의 정치 망명을 허용했습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추방당할 경우 만약 북송되면 극심한 인권 탄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적극 고려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서재석 씨는 이미 지난 2003년 미 이민국에 망명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미국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 프로젝트의 도움으로 이민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지난 주 망명 허가를 받은 것입니다. 미 이민국은 항소절차를 포기해, 서 씨의 망명은 확정됐으며, 1년 뒤 영주권 신청을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재석 씨는 어떤 인물인가요?
서 씨는 함흥 출신으로, 북한에서 인민군 장교로 근무했습니다. 그러다 지난 1996년, 폭발사고로 중화상을 입고 제대했습니다. 이후 아들을 데리고 북한을 탈출해,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그리고 태국으로 거쳐 1998년 남한에 입국했습니다. 그러나 서 씨의 남한 생활은 그리 행복하지 만은 않았다고 합니다. 서 씨는, 29일 남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남한에 사는 5년 동안 홀대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서 씨는 단수여권을 발급 받아 2003년 미국으로 출국했습니다. 그러나, 출국 일주일 만에 자신의 주민등록이 말소되고 모든 지원금이 끊긴 것을 확인하고 미국 망명을 신청하게 됐다고 합니다. 서 씨는 현재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남한 국적을 가지고 있는 탈북자에게 미국 망명이 허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다만 과거 남한 군사 정권 시절 정치적 탄압을 이유로 남한인의 망명이 허용된 적이 있었을 뿐입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서재석 씨 이외에, 망명을 신청한 탈북자들이 여럿 있습니다. 이들은 한결같이 남한에 정착해 남한 시민권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최근 탈북자 마영애 씨는 남한 정부의 정치적 탄압을 이유로 망명을 신청해 현재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서재석 씨의 사건을 담당한 휴먼라이츠 프로젝트의 강은주 변호사는 연합뉴스에 서 씨의 망명 허용이 다른 유사 망명 재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망명 신청자를 개별, 사안 별로 심사해 판단하기 때문에, 서재석 씨와 비슷한 경우라고 해서 모두 망명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남한 정부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한데요?
남한 정부는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남한 언론들은, 이번 판결이 남한이 탈북자들에게 정치적으로 위험한 곳이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남한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남한 외교부 관계자는 언론에, 영국, 일본 등 민주주의 국가 국민이 미국에 정치적 망명을 한 사례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이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