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의 소리: 4.15 태양절
2006.04.27
‘탈북자의 소리’는 지난 한주 동안 남한에서 화제 거리가 됐던 주제에 대해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솔직한 의견을 들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그 여섯번째 순서로 고 김일성의 생일인 4.15 태양절 에 관한 탈북자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북한은 김일성이 태어난 4월 15일을 민족 최대의 명절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후 1994년 김일성 사망 후 3년 탈상과 맞춰 또다시 한층 격상된 '태양절'로 제정했습니다. '태양절'이라는 명칭은 지난 97년 7월 8일 발표된 ‘김일성 동지의 혁명 생애와 불멸의 업적을 길이 빛낸데 대하여’라는 노동당 중앙 위원회 당중앙군사위원회 등 5개 기관 결정서에 의해 붙여진 것입니다.
이날이 오면 평양 만수대 언덕과 금수산 기념 궁전 등 전국 각지에 세워진 김일성의 동상 앞에는 꽃을 들고 찾아오는 북한 주민들이 줄을 잇습니다. 또 이날을 축하하기 위해 각종 문화 행사와 체육 행사들이 펼쳐지기 등 대대적인 축제 분위기를 만들기도 합니다.
현재 남한에서 탈북자들의 복지를 위해 일하고 있는 탈북자 최청하씨는 세상에서 한 개인의 생일을 민족 최대의 명절로 쇠는 나라는 북한 뿐 이라며 태양절은 우상 숭배의 뿌리라고 지적했습니다.
최청하: 북한이 현 체제에서는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경우 415 민족적 명절이라고 해서 세계적인 행사를 크게 하고 있는데 이것을 체제 유지의 중요한 방편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인민들은 지금도 다 굶어 죽고 있는데 수백억씩 퍼부으면서 이런 행사를 하는 것은 도저히 말이 안 되는 겁니다. 저는 이런 행사에 대해 환멸을 느낍니다.
요즘은 북한에 한국 등 여러 나라에서 지원되는 식량이 있는데 이 식량으로 415때 5일분씩 식량배급을 했답니다. 그것을 김정일의 배려하고 하면서 주었다고 합니다. 북한에 있을 때는 응당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당연히 이렇게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또 지난 2000년도에 북한을 탈출해 현재 남한에서 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탈북자 강금철(가명)씨는 어릴 적 4.15는 가장 기다려지는 날이었다고 기억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4.15는 다만 고향을 추억하게 할 뿐 그 이상 자신에게 아무 의미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강금철: 4.15라고 하면 국가 최고의 명절이었는데 어릴 적 제일 기다리는 날이었어요. 과자나 사탕을 줬거든요. 커가면서는 며칠 동안 휴식도 하고 놀러 가고 좋았던 기억이 많았어요. 415 새벽이면 아침 일찍 일어나서 온 식구가 다 김일성 동상에 가서 충성맹세도 했어요. 북한을 나와서는 생각이 많이 달라지다 보니까 그 전에 북한에 살 때처럼 기다려지는 의미는 없고 그냥 415가 오면 고향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저같은 경우 김일성 김정일에 대한 충성심이 북한에 있을 때는 많았어요.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이 독재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인 것 같아요. 북한에서는 김일성이 신입니다. 그래서 김일성의 생일을 축하하고 그것을 반복하다보면 세뇌가 되고 그것이 북한의 독재를 유지하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해 북한을 탈출해 남한에 입국한 김순례(가명)씨는 최근 북한 당국은 고 김일성의 생일인 415보다 김정일의 생일인 216을 더 큰 명절로 부각시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 씨는 북한에 살 때는 몰랐는데 외부 세계를 접해보니 자신이 그동안 415를 축하하고 김일성 김정일을 숭배했던 것이 다 부질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순례: 북한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사람이 김일성 김정일이니까 정중하게 꽃다발도 준비하고 그럽니다. 그런데 한국에 오고 보니까 그것이 다 괜한 일이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면 평소에 인민들에게 하나도 공급하는 것도 없고 굶어서 어렵고 그런데 꽃다발이 다 뭡니까?
그게 다 정치적 문제니까 할 수 없이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정치적으로 김정일에 대해서 너무 우상화 하니까 정말 힘들고 불편하고 어렵습니다. 그 안에 사는 사람은 말을 한마디 잘못하면 친구도 필요 없고 다 잡아가고 그러니까 무서워서 속에 있는 말을 못합니다. 그러니까 그 나라가 아직 발전도 못하고 그러고 있는 것이죠.
워싱턴-이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