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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병사 귀순: 전방에서 '걸어서 탈북'하는 이유는? 본문
북한 주민이 남측으로 넘어왔다는 소식이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이달 들어 벌써 두 번째다. 특히 둘 다 '전방 지역에서부터 걸어서' 탈북한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20일 국방부는 동부 전선에서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1명의 신원을 확보했다며 “남하 과정과 귀순 여부 등에 대해서는 현재 관계기관에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해당 병사는 강원도 고성 지역 군사분계선(MDL)을 도보로 넘어 귀순한 것으로 알려졌다.
MDL은 남북을 나누고 있는 휴전선으로, 이로부터 남쪽과 북쪽으로 각각 2km씩 총 4km 구역을 비무장 지대(DMZ)로 설정하고 있다.
북한 현역 군인으로서는 2019년 이후 5년 만의 탈북이자, 이달 들어 두 번째 도보 탈북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에는 북한 주민이 썰물 때 한강하구 중립수역을 걸어서 서해 교동도로 넘어와 귀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방 지역에서 걸어서 또는 헤엄쳐서 남측으로 넘어오는 것은 여러 탈북 루트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것으로 손꼽힌다. 전방 경계 근무 중인 북한군에 발각되기 쉽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북중 국경을 넘어 제3국을 거쳐 한국에 들어오는 방법을 택하는 이유다. 물론 2020년 코로나19 유행 이후 북중 국경이 강화하면서 이 또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북한이 DMZ 부근에 장벽으로 보이는 구조물을 세우고 지뢰를 매설하는 등 DMZ 일대 경계를 강화하는 것으로 파악되는 상황에서 도보 탈북은 더욱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렇다면 최근 '도보 탈북'으로 추정되는 사례가 두 건이나 발생한 배경은 무엇일까.
일부 전문가들은 지난 6월, 6년 만에 재개한 대북확성기 방송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봤다.
한국 정부는 지난달 21일부터 대북확성기 방송 '자유의 소리'를 모든 전선에서 전면 가동하고 있다. 그동안 방송을 통해 BTS의 노래와 리일규 전 주쿠바 북한 대사관 참사관의 탈북 소식 등이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휴전선에서 재개한 대북방송이 그 부근에 있는 북한 병사들에게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라며 “특히 병사들은 젊기 때문에 한국이 북한에 비해 잘 살고, 탈북 후 귀순하더라도 북한에 있을 때 비해 훨씬 자유롭고 부유하게 살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날 여러 국내 매체에서는 탈북 병사가 20대로 추정된다고 군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반면 최근 귀순 사례에서 어떠한 경향성을 파악하긴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대북확성기가 효과를 발휘했다고 보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동부 전선의 경우 산으로 많이 막혀있기 때문에 대북 확성기 방송이 큰 효과가 없고, 북한도 대응 방송을 바로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귀순 사례가) 우연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북한의 경제 상황이 전체적으로 나쁘고 접경 지역에 북측의 (경계가) 허술했다”는 정도로 원인을 파악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최근 북한은 수해 피해 복구 작업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언론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번 수해 피해의 규모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관련해서 여러 가지 민생의 어려움이 가중될 여지가 있다"고 봤다.
오 연구위원은 “전방 지역을 통한 (도보) 탈북은 일반 북한 주민들에게는 어려운 루트라고 볼 수 있지만, 전방 지역을 잘 알고 있는 군인이나 해당 지역 사람들한테는 상대적으로 탈북하기에 용이한 루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과거에도 MDL을 넘어오는 탈북 사례 대부분은 군인이었다. 2012년 10월에는 북한 병사가 동부 전선을 넘어와 한국군 초소 문을 두드려 귀순 의사를 표시한, 이른바 ‘노크 귀순’ 사건이 있었다. 2015년에는 북한 병사가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잠을 잔 뒤 다음 날 아침 한국군에 귀순 의사를 밝힌 ‘숙박 귀순’ 사건도 있었다.
북한 병사 귀순: 전방에서 '걸어서 탈북'하는 이유는? - BBC News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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