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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스마트폰은 어떤 모습일까? 본문
네덜란드의 사회적 기업 '페어폰'이 전 세계 전자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사용자가 직접 수리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만들었다. 이것이 지속 가능한 기술로 평가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게 제 휴대폰 카메라입니다." 바스 반 아벨이 사각형 모양의 조그마한 부품을 높이 들어 보이며 말했다. 조금 전 그가 작은 드라이버를 사용해 스마트폰에서 떼어낸 부품이었다.
그는 떼어낸 부품을 배터리, USB 포트, 액정 화면, 스피커 등과 나란히 놓으며, "이 스마트폰에서 분리하고 교체할 수 있는 부품은 총 8개"라고 했다.
반 아벨은 "전 세계 스마트폰 중 가장 지속 가능한 스마트폰"을 만든다는 네덜란드 사회적 기업 '페어폰'의 공동 설립자다. 하지만 스마트폰에는 희귀 금속과 세계 각지에서 조달된 부품이 들어간다. 이런 복합적인 제품을 두고 어떻게 지속 가능하다는 주장을 할 수 있을까?
페어폰은 2013년 암스테르담에서 문을 열었다. 지금은 이용자가 쉽게 교환 및 개인화, 수리를 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스마트폰을 만들고 있다. 페어폰은 전자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사람들이 고장난 휴대폰을 버리지 않고 직접 수리하도록 지원하고 장려한다.
세계적으로 전자 폐기물은 증가세가 가장 빠른 편에 속하는 폐기물이다. 유엔환경계획에 따르면 연간 전 세계에서 약 5000만 톤의 전자 폐기물이 나온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모든 민간 항공기의 무게를 합한 것보다 더 큰 규모다. 그런데 이중 재활용 비율은 20%에 그친다.
이런 전자 폐기물은 휴대용 기기 및 스마트폰 수요가 커지면서 더욱 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2050년쯤이면 연간 전자 폐기물은 지금의 2배가 넘는 1억 2000만 톤에 달할 전망이다.
전자 폐기물에 대한 통계를 내는 벨기에 비영리 단체 '위(WEEE) 포럼'은 2022년 기준 53억 대의 휴대전화가 폐기된 것으로 추정한다. 미국에서는 사람들이 새로운 모델 출시에 맞춰 휴대전화를 바꾸는 주기가 '평균 18개월'이라고 알려져 있다. 요즘 나오는 휴대전화 대부분은 완전 밀봉 상태라 수리가 매우 어렵고, 수리를 하려 해도 많은 비용이 든다. 경우에 따라선 고장난 부품을 수리했을 때, 오류 메시지가 뜨기도 한다.
페어폰은 이런 상황을 바꾸기 위해 사용 수명이 더 긴 휴대전화를 만들고 있다.
영국 노리치에서 열린 디자인위원회의 '지구를 위한 디자인' 페스티벌'에서 BBC와 만난 반 아벨은 "우리는 자가 수리가 가능한 휴대전화를 만들어서 사람들이 한 제품을 오랫동안 쓰게 하려 한다"고 했다. "계산은 간단합니다. 휴대전화를 두 배로 오래 쓰면 전화 기기의 양과 쓰레기가 절반으로 줄어들죠."
영국 비영리 단체 '리스타트 프로젝트'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 수명을 33% 늘리면 아일랜드의 연간 탄소 배출량과 맞먹는 탄소 배출을 통제할 수 있다.
페어폰의 핵심 미션은 '지속 가능성'이다. 반 아벨은 때문에 "우리는 모든 휴대전화에 100% 재활용 플라스틱과 공정무역으로 조달한 금과 은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페어폰 휴대전화 모델에 들어가는 모든 소재가 지속 가능한 것은 아니다. 페어폰 5에는 40가지 재료가 들어간다. 하지만 그중 14가지 소재(전체 무게의 42%)만 지속 가능하고 윤리적인 방식으로 조달된다. 이 14가지 원재료 중에서도 70%만 공정무역 제품 또는 재활용 원료였다. 다른 스마트폰 회사는 물론 페어폰에서도 사용하는 희토류는 채굴할 때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고, 공기오염 수질오염 토양 오염을 초래할 수 있다.
페어폰을 독립적으로 살펴본 전문가들은 페어폰이 더 많은 자재를 공정하고 인증된 공급처에서 조달하고 업그레이드와 수리가 가능한 휴대전화를 만들면 기업이 추구하는 지속 가능성 요소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 아벨은 페어폰이 지속 가능하고 윤리적인 출처에서 조달하는 자재의 수를 8개에서 14개로 늘렸고, 앞으로도 이를 더 확장할 계획이라고 했다.
"현재 우리는 개선이 가장 필요하고, 사람과 지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여지가 가장 큰 14가지 재료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페어폰의 목표 중 하나는 전체 공급망 내 노동 환경을 윤리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페어폰은 콩고민주공화국(DRC)에서 벌어지던 광물 채굴 분쟁을 세상에 알리던 2009년의 한 캠페인에 기원을 두고 있다. 반 아벨은 현재 페어폰이 DRC 광산에서 "분쟁 없이 생산됐다"는 인증을 받은 주석과 탄탈륨만 공급받고, 제조업체와 협력해 작업장 내 공정한 노동 조건을 보장하고 모든 근로자에게 생활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야심찬 포부를 가졌지만, 현재 휴대전화 시장에서 페어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미미하다. 지금까지 약 55만 대의 휴대전화를 판매했을 뿐이다. 반면 아이폰은 2022년 2억 3200만 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그러나 반 아벨은 지속 가능한 스마트폰을 판매하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페어폰이 증명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속 가능성에 붙는 가격표는 만만치 않다. 페어폰 최신 모델 가격은 699유로다. 반 아벨은 페어폰이 모든 것을 자체적으로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했다. 그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휴대폰을 지원하는 회사는 전 세계에 우리 밖에 없기 때문에 모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자체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하려면, 많은 투자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페어폰의 수리 프로그램은 주요 경쟁사보다 낮은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페어폰5의 새 배터리 가격은 49달러다. 애플이 아이폰15 배터리 교체에 부과하는 99달러와 삼성의 갤럭시 S23 배터리 교체에 드는 135달러 등과 비교하면 훨씬 저렴하다. 페어폰 액정화면 교체 비용은 112달러로, 갤럭시 S23 화면 교체 시 297달러가 드는 삼성이나 애플의 359달러 액정 화면 교체 비용과 비교하면 훨씬 낮은 수준이다.
페어폰은 더 이상 수리할 수 없는 스마트폰을 위한 재활용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페어폰에 따르면, 하지만 일반적으로 재활용 과정에서 회수할 수 있는 물질은 30~50%에 불과하다. 이 회사가 재활용을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반 아벨은 "(사람들은) 모든 부품을 고쳐서라도 계속 전화기를 사용하고 싶을 것"이라고 했다. "재활용은 최후의 수단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수명을 늘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요."
스마트폰엔 최대 70여 가지 부품이 들어가기 때문에, 재활용이 쉽지 않다. 또 깔끔한 모양을 위해 부품을 서로 접착하는 터라, 재활용 과정에서 분리도 어렵다.
캣 드류 영국 디자인위원회 최고 디자인 책임자는 "우리는 본능적으로 기술과 전자제품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디자인위원회는 지속 가능성 이니셔티브인 '지구를 위한 디자인'을 이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박물관에나 있어야 할 오래된 휴대전화를 서너 대씩 간직합니다. (작동은 안 되지만) 소중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못 버리는 거죠."
업계의 한 추정에 따르면, 약 50억 대에 달하는 휴대전화가 사용되지 않는 채로 전 세계 서랍 속에 보관중이다.
드류는 스마트폰 디자인의 문제를 지적했다. 스마트폰을 분해가 어렵게 디자인하다 보니, 사람들이 수리하거나 최대한 오래 사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대중 역시 분해가 어려운 얇고 매끈한 스마트폰을 선호한다고 했다.
제품의 수리 비용도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드류는 "노트북 화면을 수리하는 비용이 아예 새 노트북을 구입하는 것보다 더 비쌀 수 있다"고 말했다.
제품과 자재를 최대한 수리해서 오래 사용하고 재활용하는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촉진하는 비영리 단체 '엘렌 맥아더 재단'의 조 일레스는 수리 가능한 스마트폰을 만드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수리 가능한 휴대폰 같은 혁신은 이미 존재하며, 주류 브랜드가 이를 채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스마트폰과 같은 기기 판매 시스템은 소비자가 2년마다, 종종 설계 수명이 다하기 훨씬 전에 장비를 새로 구입하게 유도하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유럽과 미국에서 도입되고 있는 새로운 '수리할 수 있는 권리 법안'이 이를 바꾸고 있다.
지난 2월 '노키아'는 소비자가 온라인 수리 가이드를 활용해 직접 고장난 부품을 교체하고 수리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처음으로 출시했다. 애플은 수리 매뉴얼을 온라인에 공개하기 시작했다. 소비자가 고장난 기기를 수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부품을 구입하거나, 공구를 빌릴 수 있는 셀프 서비스 수리점도 열었다.
하지만 애플의 수리 시스템은 제한 사항이 많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소비자는 기기의 개별 부품과 짝을 이루는 고유의 일련번호를 알아야 했다. 제조업체에서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원격으로 장비와 짝을 이루게 하지 않는 한 해당 부품을 교체할 수 없었다.
일레스는 전자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는 게 가장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물건을 만들고, 마케팅하고, 배송하는 방식... 이러한 공급망은 수십 년 동안 최적화된 것입니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깨뜨리거나 이와 배치되는 일을 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거나 기업이 시도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마케팅 또한 장애물이다. 반 아벨은 "전체 비즈니스 모델은 성장과 더 많은 휴대전화 판매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마케팅은 그동안 꼭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우리에게 정말 잘 팔아먹었죠."
일레스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새 휴대폰이 출시되면 몹시 흥분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메라 픽셀수가 좀 더 많아지고 화면 크기가 조금 다르다고 해서 매년 새 휴대폰을 구입하는 것은 커다란 낭비죠."
일레스는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수리하도록 장려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기업에서 소비자에게 구매한 전자제품에 대해 더 긴 보증 기간을 제공하거나 배터리 및 화면과 같은 예비 부품을 제공하면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드류는 전자제품 구독 모델로 전환하는 것도 기술 기업들로 하여금 지속 가능성을 우선시하도록 장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 많이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더 오래 사용할 수 있고 수리할 수 있는 제품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드류는 업계가 순환경제로 전환하는 데 기여하는 사례로 패션 렌탈 플랫폼을 예로 들었다. 그는 "세탁기나 다양한 가정용품에도 이런 방식을 도입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느냐"고 말했다.
드류는 이를 위해선 "공정한 경쟁의 장"과 기업이 지속 가능한 모델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돕는 새로운 법과 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미 몇몇 유럽 국가들은 수리 가능한 제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고장난 제품을 소비자가 수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버리는 문화'와 맞서고 있다. 프랑스는 2021년부터 텔레비전과 스마트폰, 세탁기, 노트북, 잔디 깎는 기계 등 특정 전자 기기에 예비 부품의 가격과 가용성, 제품 분해의 용이성 등 5가지 기준에 따라 수리 가능성 점수를 매겨 라벨을 부착하고 있다. 스웨덴에선 세탁기와 식기세척기, 자전거를 포함한 의류 및 가정용 제품 수리에 대해 세금 감면을 받을 수 있다.
미국에서도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전자제품을 직접 수리할 수 있는 권리를 소비자들에게 부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캘리포니아와 뉴욕, 미네소타, 콜로라도는 모두 2023년에 수리할 수 있는 권리 법안을 도입했다. 이 법에 따르면 제조업체는 소비자가 가전제품을 직접 수리할 수 있게, 제품 생산 후 7년간 필요한 도구와 부품을 적절히 제공해야 한다.
반 아벨은 "현재 제조업체들의 변화를 강제하는 법안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페어폰이 스마트폰 업계에서 성과를 내고 더 많은 변화를 이끌어 내기를 바란다고 했다.
"우리는 스마트폰 산업 전체를 보다 지속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어요. 이를 위해 공급망 문제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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