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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는 ‘10월 7일 공격’을 어떻게 준비했나

CIA bear 허관(許灌) 2023. 11. 29. 06:18

2020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의 합동 군사훈련

 

‘단결의 표시’

지난 2020년 12월 29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예는 ‘강한 기둥’이라는 이름의 합동 훈련 계획을 발표했다.

하니예는 총 4차례로 구성된 훈련 중 첫 번째 훈련의 시작을 선언하며, 가자 지구 내 여러 무장 정파 간 “강력한 메시지 및 단결의 표시”라고 설명했다.

하마스는 가자 지구 내 가장 강력한 무장 단체로, 소위 ‘합동 작전실’의 감독하에 서로 다른 팔레스타인 정파 10곳이 모의 전쟁 훈련을 위해 뭉친 해당 연합체에서도 지배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이러한 연합체 구조는 지난 2018년 가자 지구 내 무장 정파들의 활동을 하나의 중앙 지휘부 아래 조정하고 조직화하고자 만들어졌다.

물론 2018년 이전에도 하마스는 가자 지구에서 2번째로 큰 무장 정파이자 하마스와 마찬가지로 영국 및 여러 국가에서 테러 조직으로 분류된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PIJ)’와 공식적으로 협력한 바 있다. 또한 과거 발생한 몇 차례 분쟁에서도 하마스는 다른 단체들과 함께 싸우기도 했다.

그러나 하마스 측은 2020년 시작된 이 합동 훈련이야말로 여러 단체가 단합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선전했다.

그러면서 하니예는 ‘강한 기둥’의 첫 번째 훈련은 여러 무장 정파들의 “영원한 (전투) 준비 태세”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2020년 훈련은 3년에 걸쳐 실시된 총 4차례의 합동 훈련 중 첫 번째로, 각 훈련은 잘 다듬어진 영상으로 정리돼 하마스의 SNS 채널에 게시됐다.

BBC는 텔레그램에 올라온 ‘강한 기둥’ 훈련 영상에서 PIJ의 독특한 머리띠와 상징 등의 단서를 바탕으로 훈련에 참여한 단체 10곳을 시각적으로 구분해낼 수 있었다.

10월 7일의 공격 이후, 이들 단체 중 5곳은 자신들이 공격에 참여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게시했으며, 다른 3곳은 텔레그램을 통해 자신들도 참여했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현재 당시 이스라엘에서 가자 지구로 납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과 어린이 인질 수십 명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이들 무장 단체들의 역할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우선 PIJ, ‘무자헤딘’ 여단, ‘알-나세르 살라 알-딘’ 여단 등의 단체 3곳은 이날 자신들도 이스라엘 인질을 납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가자 지구 내 임시 휴전을 연장하기 위해선 하마스가 이 인질들의 위치를 얼마나 빨리 파악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들 단체는 강경 이슬람주의에서 상대적으로 세속적인 성격에 이르기까지 이념적으로는 무척 광범위하지만, 모두 이스라엘에 대항해 폭력을 행사할 의향이 있다는 공통점을 공유한다.

하마스는 성명을 통해 합동 훈련을 관통하는 주제는 ‘가자 지구 내 여러 무장 단체 간 단결’이라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 공격 계획에서 계속해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되, 모두 동등한 파트너로서 훈련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첫 번째 훈련을 담은 영상은 로켓포가 일제히 발사되는 장면으로 시작하며, 중간엔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지휘관들이 벙커에서 훈련을 감독 및 진행하는 듯한 장면도 담겨 있다.

그리고 중무장한 대원들이 이스라엘 국기가 달린 모의 탱크를 장악한 뒤 탱크에 타고 있던 사람을 인질로 끌고 가는 모습은 물론, 건물 급습을 연습하는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연습한 전술은 지난달 7일 공격에서 그대로 적용됐다. 공격 당시 촬영된 영상과 목격자 진술이 이를 뒷받침 한다. 이때 1200여 명이 사망하고, 240여 명이 인질로 납치됐다.

첫 번째 ‘강한 기둥’ 합동 훈련 모습을 담은 선전 영상엔 지휘관들이 감독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세상에 알리다

두 번째 ‘강한 기둥’ 훈련은 그로부터 거의 정확하게 1년 뒤인 2021년 12월 26일 진행됐다.

‘이제딘 알-카삼 여단’(하마스 내 무장 조직의 공식 명칭)의 아이만 노팔 사령관이 설명한 2021년 훈련의 목적은 “저항 정파의 단결 재확인”이었다.

노팔 사령관은 해당 훈련을 통해 “적들에게 가자 지구 경계선에 세운 벽과 각종 장치가 저들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걸 알려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하마스는 또 다른 성명서를 통해 “합동 군사 작전”을 통해 “가자 지구 인근의 정착촌(이스라엘인 마을을 가리키는 말)의 해방을 모의실험”한다고도 언급했다.

이후 2022년 12월 28일에도 훈련은 반복됐다. 이때도 마찬가지로 무장 대원들이 건물을 기습해 통제하고, 모의 군사 기지인 듯한 곳에서 탱크를 장악하는 모습 등의 훈련 장면을 담은 영상도 게시됐다.

이러한 훈련은 이스라엘에도 보고됐기에 이스라엘의 여러 정보 기관이 면밀히 감시하지 않았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이전에도 하마스의 훈련을 방해하고자 공습하기도 했다. 일례로 올해 4월, IDF는 1번째 ‘강한 기둥’ 훈련 시 사용된 훈련 장소를 폭격한 바 있다.

그리고 올해 10월 7일 공격이 있기 전, 가자 지구 경계선 근처를 감시하는 여군들이 무인기 활동이 비정상적으로 잦아지고 있으며, 하마스가 이스라엘 진지 모형과 함께 감시 초소를 장악하기 위한 훈련을 하고 있다고 보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스라엘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이들의 경고는 무시당했다고 한다.

가자지구 내 IDF 부사령관 출신인 아미르 아비비 준장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훈련을 하고 있다는 첩보는 많았다. 게다가 하마스가 직접 공개적으로 영상으로 올리기도 했고, (이스라엘과의) 경계선에서 불과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 진행된 훈련이었다”면서 다만 이스라엘 측은 훈련 자체에 대해선 알고 있었으나, “무엇을 위해 훈련하는지는” 알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 17일 IDF는 하마스 군부 고위 지도층에 속하는 노팔 사령관을 “제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오히려 눈에 잘 보이는 곳에 숨다

하마스는 이러한 훈련의 현실성을 확인하고자 무척 애썼다.

2022년 훈련에서, 무장 대원들은 가자 지구 북부와 이스라엘의 경계선에 있는 에레즈 검문소에서 불과 2.6km 떨어진 곳에 자리한 이스라엘 군사 기지를 흉내 내 만든 모의 기지를 급습하는 연습을 진행했다.

BBC Verify 팀은 훈련 영상 속 지리적 특징을 이 지역 항공 이미지와 비교 분석해 해당 훈련 지역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자 지구 북부의, 경계선에서 불과 800m 떨어진 곳이었다.

20203년 11월 현재, 빙(Bing) 지도에서 이 지역은 여전히 확인된다.

이 훈련 장소는 이스라엘의 감시탑에서 1.6km 이내에 자리하고 있었다. 즉 이스라엘이 수억달러를 들여 건설한 보안 장벽 바로 코앞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모의 기지는 몇 미터 아래로 움푹 파놓은 땅 위에 자리하고 있었기에, 근처 이스라엘 순찰대가 즉시 목격하긴 어려웠겠지만, 훈련 중 폭발로 피어오르는 연기는 확실히 눈에 보였을 것이다. 게다가 IDF는 공중에서도 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마스는 이 장소에서 건물을 습격하고, 총으로 위협해 인질을 납치하고, 이스라엘의 보안 장벽을 돌파하는 연습을 실시했다.

BBC Verify 팀은 위성사진 등 대중에게 공개된 정보를 통해 가자 지구 전역 9개 지역에 자리한 훈련장 14곳의 위치를 파악했다.

일부 훈련장은 UN의 구호 단체가 운영하는 배급 기관에서 1.6k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이곳에서 하마스는 2차례나 훈련을 실시했는데, 해당 구호 단체가 2022년 12월 공개한 공식 영상의 배경에서도 이곳이 보인다.

육, 해, 공

2023년 9월 10일, 소위 ‘합동 위원회’는 군복을 입은 남성들이 가자 지구 장벽을 따라 설치된 군사 시설을 감시하는 모습을 텔레그램에 공개했다.

그리고 2일 뒤, 4차 ‘강한 기둥’ 훈련이 진행됐고, 다가올 10월 7일 공격에 사용될 모든 전술을 예행 연습했다.

훈련 영상 속엔 무장대원들이 하얀색 도요타 트럭을 타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는데, 10월 7일 공격 당시 이스라엘 남부 지역을 누비는 차량과 같은 종류다.

또한 이 선전 영상은 무장 대원들이 모의 건물에 잠입해 인체 모형에 총격을 가하는 모습은 물론, 보트와 수중 잠수부들을 동원해 해변에서 급습하는 모습도 담고 있다.

실제로 이스라엘 측은 지난달 7일 해변에 상륙하려는 하마스 보트를 격추했다고 밝힌 바 있다.

4번째이자 마지막이었던 ‘강한 기둥’ 훈련에선 건물 급습도 훈련했다

그러나 하마스는 ‘강한 기둥’ 훈련 선전 영상에 오토바이와 패러글라이더를 이용한 훈련 장면만은 공개하지 않았다.

하마스는 10월 7일 공격 3일 뒤에 추가 영상 하나를 올렸는데, 해당 영상에는 철책과 장벽을 뚫어 오토바이가 지나갈 수 있게 훈련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는 실제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를 급습할 때 사용한 전술이다. BBC는 10월 7일 공격 이전에 게시된 영상에선 이러한 훈련 장면을 확인할 수 없었다.

무장 대원들이 패러글라이딩 장비를 사용하는 장면도 10월 7일 공격 이전엔 공개된 바 없다.

공격 당일 올라온 영상엔 무장 대원들이 활주로 같은 곳에 모여 모의 키부츠(이스라엘의 집단 농장)에 착륙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BBC는 이 활주로의 위치를 가자 지구 남부의 라파 지역 북부로 확인했다.

BBC Verify 팀은 해당 영상이 2022년 8월 25일 이전에 촬영된 것으로 확인했으며, 하마스가 자신들의 공군 부서를 지칭하는 이름인 ‘독수리 비행 중대’라는 파일명으로 컴퓨터에 저장돼있었음을 확인했다. 즉, 하마스는 패러글라이더를 이용한 공격을 1년 넘게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참극을 막을 기회?

IDF 지도부의 말을 인용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10월 7일 이전까지 가자 지구 내 하마스 대원의 규모는 약 3만 명대로 추정됐으며, 하마스가 다른 소규모 무장 단체에서 수천 명 정도를 끌어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마스는 다른 정파의 지원 없이도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중 단연 가장 강력한 단체이다. 그렇기에 다른 무장 단체를 촉진해 참여시키려 했던 하마스의 행동엔 단순히 무장 대원의 수를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가자 지구 내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확보하려는 의지가 반영됐음을 알 수 있다.

앞서 IDF는 10월 7일 공격 당시 투입된 하마스 대원의 수를 1500명 대로 추정한 바 있으나, 현지 언론인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이달 초 IDF가 현재는 그 수가 3000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몇 명이 투입됐든, 가자 지구 전체 무장 대원 규모에 비하면 비교적 적은 수가 투입됐다는 뜻이다. 이중 실제 공격 혹은 ‘강한 기둥’ 훈련에 참여한 소규모 무장 단체에서 투입된 인원은 얼마나 됐는지 정확한 수치는 확인할 수 없다.

한편 전직 레바논 육군 준장이자 현재는 레바논 소재 ‘중동 연구 및 센터’의 안보 분석가인 히샴 제이버는 하마스가 공격 준비 과정에서 여러 정파 간 지지를 구축하고 있었지만, 궁극적인 계획에 대해 알고 있던 건 오직 하마스뿐이었다면서, “(하마스는) 다른 무장 단체에 그날 참여하도록 요청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안드레아스 크레이그 안보학 부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계획은 중앙화됐으나, 실제 실행은 분산됐다. 각 조직은 자신들이 보기에 맞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실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마스 내부 인사들로부터 이스라엘의 방어가 약해 놀랬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며, 무장 대원들이 오프라인 통신을 통해 이스라엘의 감시 기술을 우회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싱크탱크 ‘유럽 외교 평의회’의 중동 분석가인 휴 로뱃은 이스라엘이 이러한 합동 훈련에 대해 알고 있었겠으나, “잘못된 결론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이를 “대규모 공격이 임박했음을 보여주는” 조짐이 아닌, 팔레스타인 지역 내 무장 단체들의 “일상적인” 활동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한편 IDF 측에도 이번 기사에서 다룬 부분들에 관해 물었다. IDF는 “현재는 테러 조직 하마스의 위협을 제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면서 잠재적인 실패에 대한 질문에 대해선 “추후 조사할 것”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이스라엘이 공식적으로 과연 자신들이 10월 7일의 참극을 막을 기회를 놓쳐버린 건지 다루기까지는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조사 결과가 이스라엘의 군사, 정보기관, 정부에 미치는 영향은 가히 엄청날 수 있다.

 

이스라엘-가자 지구: 하마스는 ‘10월 7일 공격’을 위해 어떻게 준비했나 - BBC News 코리아

 

이스라엘-가자 지구: 하마스는 ‘10월 7일 공격’을 위해 어떻게 준비했나 - BBC News 코리아

BBC 아랍어 뉴스와 BBC Verify 팀은 하마스 등 무장 단체들이 지난달 7일 공격을 위해 어떻게 모이고 훈련했는지 그 증거들을 종합해봤다.

www.bb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