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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일자리를 빼앗기진 않을까’ 불안에 떠는 사람들 본문
런던에 본사가 있는 대형 컨설팅 회사에서 지난 6년간 홍보 담당자로 일하고 있는 클레어(34)는 일이 즐겁고 월급도 만족스럽지만 6개월 전부터 자신의 커리어가 걱정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바로 인공지능(AI) 때문이다.
성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한 클레어는 “아직은 기계가 내 업무 품질에 필적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동시에 ChatGPT가 얼마나 빠르게 정교해지는지 보며 놀랍다. 앞으로 몇 년만 지나면 로봇이 나만큼 내 일을 잘할 수 있는 세상을 분명 상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되면 AI가 고용시장에서의 제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조차 하기 싫습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내용의 기사가 더욱 자주 등장하고, 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빠르게 보편화되면서 일부 근로자들은 자신의 미래가 걱정되며, 자신이 현재 보유한 기술이 향후 노동시장에서도 수요가 있을지 불안감을 느낀다고 호소한다.
지난달 투자 은행 ‘골드만삭스’는 AI가 앞으로 정규직 일자리 3억 개를 대체할 수도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또한 PwC는 연간 글로벌 노동시장 조사 보고서를 통해 전체 응답자의 약 3분의 1이 앞으로 3년 후 자신의 역할이 기술에 의해 대체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영국 브리스톨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하는 앨리스 마샬(29)은 “창의적인 업계 근로자들이 많이 걱정하는 것 같다”면서 “우리 같은 사람들이 고객이 우리의 가치를 알아주길, AI 도구의 가격이나 편의성보다 [사람이 한 일의] 진정성을 우선시해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커리어 코치 및 인사 전문가들은 이렇게 불안감을 느낄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일부 근로자들도 있으나, 전반적으로 자신들이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기계로 인해 직업을 잃을 수 있다며 두려움에 떠는 대신, 기술과 함께 일할 방법을 배우는 데 투자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만약 기계를 위협이 아닌 자원으로 간주한다면 미래 고용주들에게 더 큰 가치가 있는 직원이 될 것이고, 불안감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
생성형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정신없이 빠르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일부 근로자들은 ‘오픈 AI’사의 ChatGPT가 하룻밤 사이에 등장한 듯한 느낌과 매일 더 치열해져 가는 소위 ‘AI 군비 경쟁’ 속에서 세상이 너무 불확실하게 느껴진다고 호소한다.
이에 대해 커리어 코치이자 미 컬럼비아 대학 소속 캐롤린 몬트로스 강사는 기술 혁신과 변화의 속도가 무섭게 느껴질 수도 있다며 말을 꺼냈다.
“AI가 미칠 영향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는 몬트로스 강사는 “왜냐하면 AI 기술 진화는 (분명한 실체가 있는 형태가 아닌) 유동적으로 흘러가고,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여러 요소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의 발전이 불안하긴 하지만, 근로자들이 반드시 실존적 두려움을 느낄 필요는 없다는 게 몬트로스 강사의 주장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얼마나 걱정할지 스스로 결정할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앞엔 “AI 기술에 대해 불안해하거나, AI를 배우고 우리에게 유리하게 사용하는 두 선택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PwC에서 기술과 신뢰의 관계에 관해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스콧 라이컨스 연구원 또한 이와 같은 견해를 내놨다. “지금껏 기술의 발전은 기술이 [사람의] 작업프로세스를 자동화하거나, 그 능률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라이컨스 연구원은 “적절한 스킬을 갖추고 있다면 개인들 또한 이러한 기술의 발전에 발맞춰 발전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고용시장에서 AI의 입지가 커지는 상황에 대한 불안감을 낮추기 위해선 근로자들 또한 AI 기술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교육과 트레이닝을 통해 직원들은 AI란 무엇이고,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배울 수 있습니다. 또한 이를 통해 새로운 스킬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죠. 즉 직원들은 AI를 피하는 대신 수용하고 교육할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그러면서 라이컨스 연구원은 “자동화부터 제조 프로세스, 전자상거래부터 소매업에 이르기까지 (기술의 발전으로) 산업계가 요동치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면서 “우리는 언제나 이에 적응할 방법을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몬트로스 강사 또한 실제로 과거에도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며 일부 사람들은 불안감을 느꼈으나, 새로운 발달로 우리가 누리는 혜택도 많았으며, 기술의 변화는 언제나 사회 발전의 핵심 요소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몬트로스 강사는 AI 기술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생각하든 간에 AI 기술은 사라지지 않는다면서 긍정적이고 미래를 바라보는 자세가 훨씬 더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만약 사람들이 자신의 스킬을 개발하고자 행동에 나서는 대신 그저 AI 기술에 대해 불안감만 느낀다면, 오히려 AI 발달보다 본인이 자신에게 더 큰 해를 끼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인간 고유의 가치
전문가들이 비록 어느 정도의 불안감은 그럴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벌써 패닉 상태에 빠질 때는 아닐 수도 있다.
실제로 몇몇 최근 연구는 로봇에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은 과장된 것일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일례로 지난해 11월 에릭 달린 미 브리검영 대학 사회학 교수는 대부분 사람들이 믿는 속도로 로봇이 인간 노동자를 대체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동화 기기가 인간을 대체하는 속도에 대해서도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달린 교수의 데이터에 따르면 자신의 일자리가 로봇으로 대체됐다는 근로자는 약 14%에 달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로봇으로 인한 실직 경험 유무와 관련 없이 현실보다 훨씬 과장돼 있었다.
달린 교수는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전반적으로 로봇의 일자리 대체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매우 과장됐다”면서 “로봇으로 실직한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현실보다 약 2배, 로봇으로 실직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약 3배 정도 현실보다 과대평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달린 교수는 이러한 사회적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현실에 적용 및 구현되는 기술도 있지만, “어떤 기술이 무언가에 사용될 수 있다고 해서 반드시 적용되는 건 아니”라고 지적했다.
한편 컨설팅 기업 ‘EY’의 피플 어드바이저리 서비스 부문 책임자인 스테파니 콜먼 또한 미래의 노동력이 “(인간과 AI가 별개인) 이분법적” 형태일 것으로 기대해선 안 된다고 언급했다. 즉, 인간과 로봇의 노동력이 합쳐진 형태로 존재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콜먼 책임자는 “인간은 언제나 로봇이 할 수 없는 중요한 일을 수행함으로써 비즈니스 세계에서 그 역할을 해낼 것”이라면서 “관계 구축, 창의적 활동, 감정적 활동 등 선천적으로 인간만이 지닌 자질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로봇의 인간 대체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길을 찾고자 한다면 기계와 비교했을 때 노동력에서 인간이 지닌 고유한 가치를 먼저 인식해야 합니다.”
한편 몇 주 전부터 클레어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홍보 산업을 변화시키는 기술에 대해 배워보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현재 코딩을 배울 수 있는 온라인 강좌를 알아보고 있다.
“예전엔 여러 기술 발전에 겁먹곤 했다”는 클레어는 “그래서 그저 무시했는데 이제 와 생각해보니 다소 바보 같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무시한다고 해서 그 존재가 사라지진 않죠. 제가 (새로운 기술에) 친숙해지고, 그래서 두려움이 가라앉는다면 오히려 이러한 기술이 제게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서서히 깨닫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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