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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우크라이나 전쟁은 실패했나?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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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우크라이나 전쟁은 실패했나?

CIA bear 허관(許灌) 2023. 2. 27. 07:54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여전히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유럽 침공인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을 ‘특별 군사 작전’이라 표현한다

지난해 2월 24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병력 20만 명을 투입하면서 며칠 안에 수도 키이우를 점령해 우크라이나 현 행정부를 끌어내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는 오판이었다.

전쟁 발발 후 몇 번이나 굴욕적으로 후퇴하는 등 푸틴의 초기 침공 계획은 분명히 실패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아직 전쟁에서 패배한 건 아니다.

푸틴의 초기 목표는?

지금도 푸틴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유럽 침공인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을 ‘특별 군사 작전’이라고 표현한다.

우크라이나 전역의 민간인에게 폭격을 가하고 1300만여 명을 해외 난민 혹은 실향민으로 만든 전면적인 전쟁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해 푸틴은 2014년부터 친러 반군 세력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독립을 승인하더니, 그로부터 며칠 뒤인 2월 24일 우크라이나의 무력 점령이 아닌 ‘탈군사화 및 탈나치화’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침공했다.

그러면서 지난 8년간 대량 학살 등 우크라이나 정부가 억압한 이들을 보호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는 근거가 없는 러시아의 선전 선동일 뿐이다.

또한 푸틴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우크라이나에 발판을 마련하지 못하게 하겠다면서 우크라이나 중립화라는 또 다른 목표를 추가했다.

한편 푸틴이 공개적으로 발언하지는 않았으나, 이번 전쟁에서의 가장 큰 목표는 우크라이나의 현 행정부 축출이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적은 나를 제1 목표물로, 내 가족을 제2 목표물로 삼았다”고 말한 바 있으며,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에 따르면 러시아군이 2차례 대통령 관저 습격을 시도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의 나치 세력이 대량 학살을 저질렀다는 러시아 측의 주장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지만, 러시아 국영 통신사인 ‘리아 노보스티’는 “탈나치화는 필연적으로 탈우크라이나화”라고 언급한 바 있다.

사실상 현대 우크라이나 역사를 모두 지워버리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푸틴은 9세기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은 한 민족이었다”는 내용의 담화문을 발표하는 등 지난 수년간 우크라이나를 독립된 국가로 인정하기 거부했다.

푸틴의 목표는 어떻게 변화했나?

침공 한 달 째 키이우와 북부 체르니히우에서 후퇴하면서 이번 전쟁에서 푸틴이 세운 목표는 매우 축소됐다.

이에 따라 주된 목표는 우크라이나 동부 산업 지대인 루간스크와 도네츠크가 속한 돈바스 지역의 “해방”으로 바뀌었다.

이후 북동부 하르키우와 남부 헤르손에서도 후퇴했으나, 러시아 측은 이러한 목표를 수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러시아는 그다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모습이다.

전쟁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면서 푸틴 대통령은 루간스크, 도네츠크, 헤르손, 자포리자 중 어느 지역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채 지난해 9월 해당 4개 주에 대한 합병 선포를 서두르게 됐다.

우크라이나 영토 합병을 기념하는 푸틴의 모습. 화면 상단에 ‘함께 영원히’라고 적혀 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이번 전쟁 중 동원령을 발표하기도 했다. 물론 전면적인 동원령이 아닌 예비군 30만 명으로 제한되긴 했으나, 2차 세계 대전 이후 러시아에 내려진 첫 동원령이었다.

현재 상황은 어떨까. 850km의 전선을 따라 소모전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 러시아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푸틴은 신속한 작전을 예상한 이번 전쟁은 서방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가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결심하게 된 장기전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중립화는 이제 현실적으로 요원하다.

푸틴 대통령 또한 지난해 12월 이번 전쟁이 “긴 과정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러시아 목표는 “군사적 충돌의 플라이휠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이 전쟁을 끝내는 것이라고 덧붙인 바 있다.

푸틴이 이룬 것은?

푸틴이 주장할 수 있는 가장 큰 성공은 2014년 러시아가 불법적으로 합병한 크림반도와 본토를 육로로 이었다는 점일 것이다. 즉 더 이상 케르치해협을 가로지르는 다리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마리우폴과 멜리토폴 등 크림반도 북부 지역 점령은 “러시아의 중요한 결과”라는 푸틴은 케르치해협 안쪽 아조프해가 “러시아 내해”가 됐다고 선언하면서 표트르 대제조차도 해내지 못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크게 폭발한 케르치해협대교.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다리다

푸틴은 실패했나?

크림반도로 향하는 육로 점령을 제외하면 러시아의 이 피비린내 나는 이유 없는 전쟁은 우크라이나는 물론 러시아에도 재앙이다.

지금까지 러시아는 자국군의 잔인함과 능력 부족을 드러내는 것 이상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마리우폴과 같은 도시가 폭격으로 잿더미가 되는 동안 키이우 인근 도시 부차에서 민간인을 상대로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야기가 불거지면서, 러시아가 국가 주도로 대량 학살을 선동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보여준 가장 큰 실패는 바로 군사 부문이다:

  • 지난해 11월 러시아군은 헤르손에서 드니프로 강을 건너 후퇴했다. 이는 전략적 실패다.
  • 전쟁 초반 64km에 달하는 장갑차 행렬이 키이우 근처에서 멈추어 섰다. 이는 물자 수송 실패다.
  • 새해를 맞아 동부 도네츠크주 마키이우카에서 우크라이나 측이 감행한 미사일 공격으로 러시아군 다수가 사망했다. 이는 첩보 실패다.
  • 지난해 4월 러시아 흑해함대의 순양함 ‘모스크바’호가 침몰했다. 이는 방어적 실패다. 같은 해 10월 케르치해협대교를 몇 주간 마비시킨 폭격도 마찬가지다.

한편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싸움에서 “언제까지 계속” 지지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등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지 말라는 서방 세계에 대한 러시아의 경고는 무색해졌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포병대는 강력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에 더불어 독일제 전차 ‘레오파드2’ 지원도 약속받으며 더욱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동부 돈바스 지역을 둘러싼 전투는 아직 진행 중이다. 올해 들어 러시아는 솔레다르 지역을 점령하는 한편, 도네츠크주 바흐무트를 점령해 이를 발판 삼아 지난해 가을 후퇴한 서부의 주요 도시를 재탈환하겠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러시아군의 맹렬한 공격에도 우크라이나군은 끝까지 바흐무트를 지켜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돈바스뿐만 아니라 이미 자국 영토라고 선언한 4개 지역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사실 원한다면 푸틴은 동원령 연장 등 이번 전쟁을 길게 끌 수 있다. 러시아는 핵보유국으로, 푸틴은 이미 러시아 보호는 물론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를 빼앗기지 않는 데 필요하다면 핵무기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시사한 바 있다.

“러시아는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무기 시스템을 사용할 것이며, 이는 허세가 아니”라는 게 푸틴의 경고다.

또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몰도바에서도 친러 분리주의 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를 향한 공세에 나서며 친서방 정부 퇴진을 추진하고 있다는 게 우크라이나의 주장이다.

푸틴은 타격을 입었나?

현재 70세인 푸틴은 이러한 군사적 실패를 자신과 연관 짓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적어도 러시아 밖에서 그의 권위는 산산이 조각났다. 이제 푸틴은 러시아 국경 밖으론 거의 나오지 않는다.

러시아 내부 상황은 어떨까. 물론 재정 적자가 급증하고 석유 및 천연가스 수입은 크게 줄었으나, 러시아의 경제는 겉으로 보기엔 서방의 잇따른 제재를 견디고 있는 모습이다.

한편 러시아 내 푸틴 지지도를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러시아군에 대한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사람에게 징역형이 선고되는 등 러시아에선 반대 목소리를 내기란 매우 위험하다. 실제로 러시아 지도부에 반대하는 이들은 모두 국외로 도피했거나, 대표적인 야권 지도자인 알렉세이 나발리와 마찬가지로 투옥된 상태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저지를 우선순위로 삼았다

서방과 가까워진 우크라이나

이번 전쟁의 불씨는 지난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당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내 친러 성향의 대통령을 압박해 유럽연합(EU)과의 무역 협정을 파기하라고 종용했다. 이에 우크라이나에선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 결국 대통령이 퇴진했다.

이후 우크라이나가 친서방 노선을 채택하자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합병하고 동부 지역 일부를 장악했다.

그리고 러시아의 침공 4개월 만에 EU는 우크라이나에 후보국 지위를 부여했으며, 우크라이나 측은 신속히 승인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을 막는데 필사적이었으며, 이번 전쟁의 책임은 NATO에 있다는 거짓 주장도 펼쳤다.

그러나 전쟁 발발 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NATO에 가입하지 않기로 잠정 합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해 3월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비동맹, 비핵국으로 남겠다고 제안하면서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건) 진실이며 이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번 전쟁은 NATO의 책임인가?

NATO 회원국은 우크라이나 도시 방어를 위한 방공 시스템뿐만 아니라 전세 역전을 위한 미사일, 포, 드론 등을 점점 더 많이 지원하는 추세다.

그렇다고 이번 전쟁을 NATO의 책임으로 보며 비난할 순 없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스웨덴과 핀란드가 가입 신청을 하는 등 NATO의 확장은 러시아의 위협에 대한 대응이기 때문이다.

한편 유럽 내에서도 NATO의 동진을 비난하는 러시아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목소리가 있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 전 푸틴 대통령은 NATO에 ‘1997년 경계선’으로 되돌아가라며 중부 유럽, 동유럽, 발트 3국에서 병력 및 군사 인프라를 철수해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서방이 NATO는 “동쪽으로 1인치도 확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1990년의 약속을 깼다는 게 푸틴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소련 붕괴 전으로 당시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에게 한 해당 약속은 통일된 독일의 맥락에서 동독을 가리킬 뿐이다.

이후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 또한 당시 “NATO 확장에 대한 주제는 논의된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